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105

감옥에서 늘 감사한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원주민보다 불과 15%밖에 되지 않은 백인들이 약 백년 여년을 지배했다. 이곳 출신 변호사 '넬슨 만델라'는 원주민 자치운동 위해 투쟁하다가 오랫동안 감옥생활을 했다. 이 사연을 알게 된 서양 언론들이 계속 남아프리카 정부를 비난하고 각국이 경제교류를 중단하자, 이를 견디지 못한 남아프리카 백인들이 만델라를 28년 만에 석방시켰다. 1964년에 수감(44세)하여 1990년에 석방(71세) 되었다. 그의 생애 3분의 1을 억울한 수감생활을 했다. 그러나 석방된 그를 보니 우려한 것과 달리 매우 건강한 편이었다. 28년 간 감옥생활을 했는데 건강한 것을 본 서양언론의 기자 수백명이 모인 인터뷰 자리에서 이런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갔다. 그 중 한 가지. 기자: 28년 이라는 긴 세월이다. 그..

단숨에 달려 올 사람

-김종기(1939~ ) 소소한 얘길 소담하게 나누는 사람 귀중한 일을 사소하게 주고받는 사람 터놓고 말 놓고 너털웃음 웃는 사람 아침의 햇살을 눈물겹게 반기는 사람 달무리에 숨긴 별들을 건져 올리는 사람 들꽃 한 다발 담뿍 묶어 들이미는 사람 웃어젖힐 일엔 함께 허리 휘는 사람 눈물질 일에는 줄줄이 울어주는 사람 만날수록 담담하고 진솔하고 다정한 사람 대문 열어 놓고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사람 오가며 둘러앉아 밥과 별미를 권할 사람 절대로 고독하게 나를 내버려두지 않을 사람 그대가 어려울 때 단숨에 달려올 사람이 있습니까?

일상의 기적 2.(박완서 소설가)

일상의 기적 2.(박완서 소설가) 우리들이 입으로는 감사를 외치지만,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은 적은 것 같습니다. 안구眼球 하나 구입하려면 1억이라고 하니 눈 두개를 갈아 끼우려면 2억이 들고, 신장腎臟 바꾸는 데는 3천만원, 심장心臟 바꾸는 데는 5억원, 간癎 이식 하는 데는 7천만원, 팔다리가 없어 의수義手와 의족義足을 끼워 넣으려면, 더 많은 돈이 든답니다. 지금! 두 눈을 뜨고 두 다리로 건강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은 몸에 51억 원이 넘는 재산을 지니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도로 한 가운데를 질주하는 어떤 자동차보다 비싼 훌륭한 두발 자가용을 가지고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는 기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런 사고로 앰뷸런스에 실려 갈 때 산소 호흡기를 쓰면 한 시간에 36만원을 내..

일상의 기적 1

일상의 기적 (박완서. 소설가)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

칠월(이수인)

장맛비 그친 하늘 위에 꽃구름 둥둥 피어나고 풀벌레 소리 높여 노래하는 할머니 모시저고리보다 햇빛이 더 쩡쩡한 칠월. 피자두 적포도 청포도 복숭아 한입 물면 새콤달콤한 달 바람이 인색하게 불어도 넉넉하게 살찌우는 칠월, 한 해 반은 감사로 보내오니 남아 있는 소망은 접지 않게 하소서. 멀리서 오고 있는 가을을 위해 나지막히 기도하게 하소서.

별똥 떨어져 그리운 그곳으로(유안진)

유안진(1942~ ) 슬퍼지는 날에는 어른들아, 아이로 돌아가자! 별똥 떨어진 그리운 그곳으로 간밤에 떨어진 별똥 주우러 가자. 사랑도 욕스러워 외로운 날에는 차라리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물어보자 개울가의 미나리아재비, 물봉숭아 어린 꽃이 산기슭의 패랭이 엉겅퀴 산나초가 어째서 별똥 떨어진 그 자리에서 피는가를 어른들아, 어리석은 어른들아 사는 일이 참말로 엄청 힘들거든 작고도 순수하게 경영할 불도 알아야지 작아서 아이 같은 고향마을로 가서 밤마다 떨어지는 별똥이나 생각다가 엄마 누나 무릎 베고 멍석자리 잠이 들면 수모도 치욕도 패배도 좌절도... 횃불 꼬리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 찬란한 별똥별이 되어주지 않을 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