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청포도 - 이육사(1939년 작)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1.07.02
유월의 장미 유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유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 밝아져라 - 밝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들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때마다 싱싱한 잎사귀도 돋아난다고 유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자꾸 따라오라고 자꾸 말을 걸어오네요.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키워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1.06.14
광고지 광고지 - 모상철 지하철 계단 입구 오가는 발길 틈에 할매가 광고지를 나눠주고 계셔요 모처럼 일거리 얻어 재수 좋은 날이래요. 서둘러 나눠줘야 맡은 일 마칠 텐데 맘먹고 쥐어 준 걸 뿌리치는 이가 있죠 그 한 장 받아 가기도 베풂임을 몰라서.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1.06.12
첫 치마 첫치마 -김소월 봄은 가나니 저문 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이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꽃 지고 잎 진 가지를 잡고 미친 듯 우나니 집난이는 해 다지고 저문 봄에 허리에도 감은 첫 치마를 눈물로 함빡 쥐어짜며 속절없이 우노라 지는 봄을 속없이 느끼노라 가는 봄을.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1.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