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꽃처럼 우리 모두 꽃처럼 - 소솔 꽃은 미소로 말하고 꽃은 향기로 노래하고 꽃은 빛깔로 자랑한다. 꽃을 누구나 사랑한다. 우리 모두 그런 꽃이었으면... 동시 2022.08.08
연필로 글을 쓰면 연필로 글을 쓰면 사각사각 소리 들려와 어린 시절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을 밟고 외갓집 세배 가던 때가 생각난다. 연필로 글을 쓰면 마른 향내 은근히 번져와 어린 시절 멍석에 누워 모깃불 향내 맡고 누나와 별을 헤던 때가 그리워진다. - 제1동시집(1994)에 수록 동시 2021.01.08
반딧불이 1 어릴 적 여름밤 내 꿈을 수놓던 반딧불이 요즘은 모두 어디 갔을까. 농약이 싫어 지구 떠나 하늘로 갔는지 밤하늘의 별들이 너무 곱게 반짝인다. 풀무치와 방아깨비와 어울려 놀던 때가 너무너무 그리워 하늘을 떠나 땅으로 내려오는 별똥별 하나 또 하나. 달려가 안아주고 싶다. 동시 2021.01.08
얼음 위에 쓴 동시 매섭게 춥던 지난겨울 꽁꽁 언 마을 호수 아이들이 왁자지껄 신나게 뛰놀았지 팽이 치는 아이들 썰매 타는 아이들 스케이트 지치는 아이들 지쳐 눈 위에 눕는 아이들 나는 미소로 지켜보며 솔가지 붓으로 떠오르는 동시를 얼음 위에다 크게 썼었지. 이제 봄이 된 호수에는 푸르른 물이 가득하고 얼음 위에 쓴 내 동시는 사라졌으나 큰 잉어 한 마리 물 위로 크게 솟구치는 걸 보며 아, 나는 기원했다. 내 동시를 먹은 물고기들이 싱싱하고 통통하게 자라 낚시로 사람들 밥상에 오른다면 그걸 먹은 사람들의 마음 모두 동심으로 변할 수 있기를 동심으로 환한 세상이 될 수 있기를. 동시 2021.01.08
흰 비단 꽃 길 가로수 벚꽃 모두 활짝 펴 세상이 환한데 간밤 꽃비에 실바람 불어 길마다 덮인 흰 비단 꽃길 지나는 사람마다 기분이 좋다. 아이들은 타박타박 어른들은 터벅터벅 아가씨들은 또박또박 모두 신나게 걷는 하얀 벚꽃 길 아름다운 봄날의 아침 - 계간 사상과 문학(2017 봄호) 발표 - 소솔 제3동시집(2018)에 수록 동시 2020.12.22
출생 줄 하나 의지한 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아아~” 무서워 소리 지르는 번지 점프하는 사람들 탯줄 하나 의지한 채 엄마 뱃속에서 자라다 “으앙~” 무서워 울면서 이 세상으로 뛰어내렸지. 너도 나도 우리 모두 그때 하나님이 빙그레 웃으셨어, - 제3동시집 수록 --------------------------------- 동시 2020.12.11
나와 거울 너를 통해 나를 본다 아직 내 진짜 얼굴 한 번도 본적이 없거든 내가 웃으면 네가 웃고 네가 슬프면 나도 슬퍼했지. 언젠가, 내가 놀란 건 난, 기분이 좋은데 네가 우중충해서 말야 거울을 말갛게 닦고서야 내 얼굴이 환함을 알 수 있었지. 맞아. 내가 즐거우려면 너를 늘 닦아줘야 하듯 나 혼자서는 살 수 없어 내가 너고 네가 바로 나니까. - 계간문예 상상탐구 게재(2019) 동시 2020.12.10
에어 쇼 여의도 한강에서 공군 에어쇼가 있던 기쁜 광복절 오후 “야, 신난다!” 비행기가 재주 부릴 때마다 기뻐서 손뼉을 쳤지만 V자로 날아가는 전투기들이 빨강 파랑 노랑연기를 뿌릴 때 정말 황홀하고 멋 있었어요 V자로 날아가는 가을 철새들에게 우리 공군 아저씨들이 한 수 배웠나 봐요. - 계간 사상과문학 발표(2015 여름호) 동시 2020.11.29
눈송이 1 솜털보다 가벼운 눈송이 손에 앉으면 금방 눈물 남기고 떠나지만 쌓이고 자꾸 쌓이면 비닐하우스 폭삭 내려앉히고 강물을 꽁꽁 얼어붙게 하고 고속도로를 미끄럼틀 만들어 차들을 엉금엉금 기어가게 하는 무서운 힘. 누가 그 무게를 알 수 있을까? - 계간 아동문학세상(2004. 겨울) 동시 2020.11.25
별똥별 별이 똥을 싸면 - 와, 멋있다! 감탄한다. 사람이 똥을 싸면 - 에이, 더러워! 싫어한다. 아, 이제 알겠다. 왜 사람마다 별(스타)가 되려고 꿈꾸고 있는지를. - 계간 사상과 문학(2018. 가을호) 동시 2020.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