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33

우리 고모부는

우리 고모부는 5 형제 중 막내였다 한다. 자랄 때에는 엄마 아빠에게 귀염 받았으나 형들의 잔심부름 도맡았다 한다. 할아버지 첫딸 고모와 결혼하신 후 명절 때 우리 가족이 모이면 제일 먼저 달려와 이일 저일 시키신다. 우리 아빠나 작은 아빠가 “매형!“하고 부르면 형님 소리 처음 들어본다며 좋아하신다. 우리 가족 중에서 할아버지 말고는 제일 큰 어른 되신 게 무척 좋으신가 보다.

동시 2020.11.25

우리 고모는

우리 고모는 3남매의 제일 큰딸로 자라면서 동생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 한다. 그런데 지금은 5형제 중 막내한테 시집 가 명절 때 가족들이 모이면 가장 많이 상차림 준비하고 고모부들한테 ‘아주버님’이라고 깍듯이 존댓말 한다고 한다. 우리 아빠가 “누나 많이 변했네?”하면 “내 소원이 오빠 언니 있었으면 했는데 많이 생겼으니 나, 결혼 잘 한 거지?“한다. 결혼이란 게 참 이상하다. 아니, 참 재미있는 것 같다. - 계간 아동문학세상(2012 여름)

동시 2020.11.25

어둔 세상 밝게 하려고 오늘도 비춰주시는 희망찬 빛살. 험한 세상 순케 하려고 오늘도 쏟아주시는 사랑찬 볕살. ----------------------------------------------------------- 이 동시는 글자 수가 지극히 적지만, 시 속에 담긴 시인의 생각과 뜻은 원고지 10여 장에 담을 만한 큰 그릇의 작품이다. 첫 연에서 '희망찬 빛살'로, 다음 연에서는 '사랑찬 볕살'로 전영 새로운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고 놀라운 사상이라 하겠다. 이처럼 동시에서는 비록 짧은 글이라도 큰 변화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엄기원 원로아동문학가)

동시 2020.11.24

단비 오는 날

나무들이 목말라 기다리니 들판들이 애타게 손짓하니 사람들이 간절히 기도하니 - 바람아, 비구름 업어다 세상에 얼른 뿌려주어라 하느님 말씀에 쏜살같이 달려 온 바람 검은 구름 안고 가 세상에 비 뿌리자 “와, 비가 온다.” “아, 기다리던 단비다.” “오, 하늘도 무심치 않구나!” 나무도 들판도 너무 기뻐 춤추었고 사람들도 기뻐하고 감사하고 노래했다. 아, 그래서 옛 사람들이 가뭄이 오면 기우제* 드렸다고 아빠가 얘기하셨구나. * 기우제: 몹시 가물 때 왕과 신하들이 비 내려달라고 하늘에 간절한 기도하며 드린 제사 - 계간 사상과 문학 수록(2020. 봄)

동시 2020.11.24

돌아 온 연어

강원도 울진에서 떠나보낸 새끼손가락 연어 2년 만에 돌아왔다 어른 팔뚝보다 더 큰 고기되어 우리나라 동해에서 일본 홋카이도를 거쳐 미국 알레스카 바다에까지 멀고 큰 북태평양 휘젓고 다니다 저렇게 큰 몸으로 돌아왔으니 참, 신기하다. 2년 전에 떠나 온 고향 바닷길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 2년 전에 떠나 온 고향 길 시골 할머니 집 나도 찾아갈 수 있을까. - 월간문학에 수록(2005) - 소솔 제3동시집(2018) 수록

동시 2020.11.21

봄 산자락

봄 마중 산자락은 색동옷 동산 우리 아가 돌 사진 찍으러 갈까 - 소솔 제3동시집(2018) 수록 ------------------------------------------------- 이 시는 어린이 마음의 순수함을 함축성 있게 전달한 동시의 맛과 멋을 발견하게 됩니다. 짧은 시이지만 동시의 문학 정서가 가득 배어 있는 작품의 묘미를 보여주어, 동시가 일상의 기쁨이고 행복임을 깨닫게 합니다.(김완기 원로아동문학가)

동시 2020.11.21

외길 시골길

튀 튀 튀 튀 경운기 하나가 엉금엉금 기어가는 외길 시골길 추석 쇠러왔는지 아까부터 줄지어 따르는 차 한 둘 셋 도시에선 쌩쌩 달리던 차들이 경적소리 하나 없이 경운기 따라 설설 기어가는 이상한 시골길 아닌 멋진 시골길 참 좋은 사람들 -------------------------------- 이 시는 추석을 쇠러 온 도시의 차들이 좁은 외길에 앞에 가는 경운기 때문에 경적 하나 없이 슬슬 기어가는 승용차 행렬의 정겨운 모습과 착한 사람들의 마음이 감동을 줍니다. 류 시인은 붓끝이 아닌 가슴으로 시를 빚고 있네요. 기독교적인 사랑과 그리움으로 서로 보듬고 감싸고, 모두가 소망과 꿈을 향해 마음을 모으는 모습들이 정감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작은 생명체와 보잘 것 없는 흔한 사물들이 시가 되어 세상을 따뜻하..

동시 2020.11.21

어머니

아기 천사처럼 해맑은 모습으로 자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아가의 첫 소리 - 엄마 무서운 꿈을 끌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베게 움켜쥐고 외치는 어린이 울음소리 - 엄마야 고향을 떠나 먼 도시에서 공부할 때 외로움에 젖어 가만히 불러보는 청소년의 신음소리 - 어머니 총소리, 대포소리 쿵쾅대는 무서운 전쟁터에서 총 맞고 쓰러지며 울부짖는 군인의 목소리 - 어머니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괴로울 때나 깃발처럼 펄럭이는 말 한 마디 - 어머니 어머니는 어려울 때마다 사람들이 꼭 찾는 하나님을 닮았다. - 한국기독교 시선집에 수록(2014)

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