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행복한 생각
지난 2016년에 ‘덕혜옹주’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고종의 고명딸인 덕혜는 역사의 격랑 속에 비운의 삶을 살았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입니다.
나라를 잃은 암울한 시대, 아무런 힘이 없는 황실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13세 어린 나이에 강
제로 일본에 끌려간 그 시대의 슬픈 역사를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영화의 장면에서 일본에 강제로 끌려온 조선의 노역자들에게 연설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일본을 찬사하고 일본이 하는 일에 성실히 협력하라는 연설원고를 그들이 다 써주었지만
그는 그 글을 몇 줄 읽다가 원고를 내려놓고, 정중히 모자를 벗으며 말합니다.
“동포 여러분, 저는 조선의 옹주 이덕혜입니다. 여러분을 위해 아무것도 해드릴게 없는 제 자신이
무척 부끄럽고 죄스럽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끝까지 포기하지 마십시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
이 말을 들은 조선인 노역자들이 하나둘씩 박수를 치더니 모두 아리랑을 부르며 춤을 춥니다.
조선의 옹주 말 한마디에 그들은 위로 받았고 희망의 불씨를 얻은 거지요.
아마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 라는 이 대사는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에서 왔을 겁니다. 그런데 이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끝을 맺고 있습니다.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들은 빼앗겼어요. 땅을 빼앗겨서 절망 가운데 있을 수밖에 없지만 생명이 싹트는 봄은 여전히 오더
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봄마저 빼앗기지는 말자, 일본이 아무리 강해도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이 빼앗긴 들, 우리 민족에게도 광복이 올 것이라는 소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그 봄이 와서 오늘 우리는 광복된 조국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광복절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현실을 보면 여전히 이 봄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코로나라는 겨울바람에 여전히 움츠리고 있으며, 수해로 우리 마음마저 얼어붙어 버린 것 같습니다.
이때에 ‘여러분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끝까지 포기하지 마십시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하는
덕혜옹주의 이 노래가 필요합니다. 우리 한국 교회가, 아니 우리 모두 불러야 할 노래입니다.
복음으로 이 세상을 위로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임채영 목사. 서부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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