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겨울 우체통

유소솔 2020. 11. 20. 19:46

                                 

흰 눈이 쌓인다

빨강 우체통 위에

 

흰 사연이 쌓인다

우체통 안으로                 

갈 곳이 서로 다르고

받는 사람이 서로 달라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비가 내리고

눈보라가 휘날려도

 

편지는 언제나

옷깃에 날개를 단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기쁨에.

 

 

     - 월간문학(2005)에 게재

     - 소솔 제3동시집 수록(2018)

---------------------------------------------------

(시평) 맑고 포근한 겨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네요.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빨강우체통, 그 안으로 흰 사연이 쌓이는 정경이 눈송이처럼 따스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에,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기쁨이 있어 빨강 우체통은 그렇게 추운 겨울도 아랑곳 않고 길가에 서 있다는 생각에 우리 맘이 왠지 폭신해 집니다. 이 시를 읽으면 누군가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를 꼭 쥐고 함박눈 맞으며 우체통으로 달려가던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르네요. 기다림이 있는 마음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는 시입니다. (김완기 원로 아동문학가)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분이 누구일까  (0) 2020.11.20
사진기 하나 있다면  (0) 2020.11.20
미술시간  (0) 2020.11.20
재개발 산동네  (0) 2020.11.20
철새  (0) 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