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쌓인다
빨강 우체통 위에
흰 사연이 쌓인다
우체통 안으로
갈 곳이 서로 다르고
받는 사람이 서로 달라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비가 내리고
눈보라가 휘날려도
편지는 언제나
옷깃에 날개를 단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기쁨에.
- 월간문학(2005)에 게재
- 소솔 제3동시집 수록(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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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맑고 포근한 겨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네요.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빨강우체통, 그 안으로 흰 사연이 쌓이는 정경이 눈송이처럼 따스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에,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기쁨이 있어 빨강 우체통은 그렇게 추운 겨울도 아랑곳 않고 길가에 서 있다는 생각에 우리 맘이 왠지 폭신해 집니다. 이 시를 읽으면 누군가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를 꼭 쥐고 함박눈 맞으며 우체통으로 달려가던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르네요. 기다림이 있는 마음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는 시입니다. (김완기 원로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