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 30

흔들림, 그래도 희망은 있다

-땅의 노래(5)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답답해 못 참겠다는 그대 신호 보내도 사람들 도대체 깨닫지 못하고 하늘 향해 바벨탑보다 높은 빌딩 짓는다고 그대 가슴에 쇠기둥 쾅쾅 박고는 시멘트 물까지 내려 보내 끝내 말문 막히게 한다. 하나님 말고는 도무지 깨닫지 못하는 그대의 침묵. 또 다른 사악한 무리들 그대 몸속의 열까지 빼앗아 쓰겠다고 구멍 깊게 파고 수십만 드럼도 넘는 물까지 내려 보내 그대 드디어 닫힌 말문 열 작정으로 몸 한번 흔든다. ‘왜 나는 뭇 양떼 노니는 넓은 풀밭과 앞뜰에 잔디 깔고 뒤뜰에서 불고기 구워 먹는 행복한 사람들을 가지지 못하는가?’하고 몸 흔든다. 그제야 사람들 하나님께 그대 침묵의 의미 가르쳐 달라고 매달린다. 그래서 희망은 있다 다가오는 새해의 태양처럼, 사람들 싸우던..

물 - 한경직 목사(1902~ 2020) 여름철은 특별히 물을 가까이 하는 계절인 듯하다.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호수에 배를 띄워 낚시질을 하거나 깊은 계곡을 올라가 물소리에서 자연의 노래를 듣는다. 때로는 수백 척 흘러내리는 폭포의 장관에 마음이 황홀해진다. 물은 실로 귀하다. 태평양의 많은 물이 하늘로 올라 구름 되고 비가 되어 더러는 공기를 씻어주고, 떨어지는 빗방울은 시내가 되고 강이 되어 땅 위를 깨끗하게 하고 바다에 다시 들어가 짠물에 더러운 것을 소독한다. 물이 이렇게 공중과 땅을 순회하는 중에 풀과 곡식이 자라고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물이 없다면 이 땅에 생물이 없을 것이다. 인간도 이 물로 말미암아 삶을 얻고 즐겁게 사는 것이 아닌가. 우리 인간에게 물이 필요한 것처럼 인간의 심령..

칼럼 2022.08.09

하나님의 생기로 창조된 인간의 여름

요즘 신조어 중에 어플루엔자(affluenza)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는 풍요(affluence)라는 단어와 유행성감기(influenza)라는 단어 합성어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보면, 모자람 때문이 아니라 지나침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날 비만 자체가 큰 질병입니다. 문제는 끝없이 욕심을 부리지만 정작 만족이 없는 마음의 비만입니다. 어느 구도자가 영적성장을 위해 수도원에 들어가 며칠 보내려고 갔습니다. 손님을 방까지 안내해준 수도자가 말했습니다. “여기 머무는 동안 넉넉한 은혜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뭐든지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그러면 그것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영적인 생활이란 “없이 사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없이 사는 법”을 배..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이름 없는 女人이 되어 노천명(1911~ 1957)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女人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진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보도블록 사이의 민들레

-땅의 노래(4)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세상은 온통 시멘트로 덥혀가고 그것도 모자라 사람들 단단한 보도블록으로 그대 압박하는데 나는 문득 그 사이로 비집고 나온 민들레 발견한다. 고맙다 그대. 얼마나 민들레 홑씨 사랑해 끝내 싹 트게 하고 여자들의 산고보다 더 아픈 아픔으로 땅 위로 내보냈을까? 혹시 꽃피기 전 사람들의 발에 짓밟혀 무참히 사라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기다린 나날 드디어 꽃까지 피우고 만 민들레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기도하고 있을 그대 생각하면 광복된 대한민국 밟으며 그대에게 입맞춤한 독립운동가처럼 보도블록 파내 내던지고 그대와 입맞춤 하고 싶다. 오 민들레! 하며 민들레에게도 입맞춤 하고 싶다.

향기

향기 - 한경직 목사(1902~2000) 방안에 한포기 백합화가 있으면 온 방안이 향기롭다. 꽃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향기까지 지니고 있어 실로 감사하다. 꽃만이 아니다. 풀에도 향기가 있고 나무에도 향기가 있다. 자연의 계곡을 걸어갈 때는 그 아름다운 경치 뿐 아니라 골짜기를 가득 메우는 향기로운 공기로 축복을 받는다. 향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온 방안 혹은 세상을 순회하고 우리를 새롭게 한다. 향기를 위하여 감사하라. 이것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축복의 하나이다. 예수께서 고난 받으시기 일주일 전에 베다니라는 작은 마을 나사로의 집에 들어가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신 일이 있었다. 그때의 성경기록을 보면,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 앞에 붓고, ..

칼럼 202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