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 31

쑥처럼 살아가기를

󰋮 The 행복한 생각 어느 공간이 엉망으로 혼란스러울 때, ‘쑥대밭이 됐다’라고 표현합니다. 쑥대밭이 망가지고 폐허가 됐다는 뜻인데,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 표현이 적절해 보입니다. 이상 고온과 자연재해, 그리고 사람들의 분열과 혼란으로 우리의 마음도 분요스럽습니다. 그러나 쑥은 강한 생명력의 상징인데, 건조하거나 추운 날씨에도 잘 적응합니다.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가장 먼저 돋아난 것이 바로 쑥이었다고 합니다. 버려진 땅, 폐허의 땅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린다고 해서 ‘쑥대밭’이란 긍정적인 뜻도 있습니다. 쑥의 참된 가치는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불모지에 뿌리 내린 후 주위의 수분을 흡수해 습한 환경을 꾸미고 자신의 몸을 거름으로 땅에 양분 을 공급합니다. 쑥은 그런 환경에서..

기도

- 오동춘(노산문학상 수상) 참 좋은 사람들만 오롯이 모여 살게 참 마음 바른 사람들만 수북이 함께 살도록 하나님 도와 주셔요 하늘나라 되게요. 참 나쁜 사람들이 함부로 거짓말 않게 참 마음 굽은 사람들이 제발 못 살게 굴지 않게 하나님 혼내 주셔요 밝은 누리 되게요. 싫은 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싫은 사람 좋은 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좋은 사람 하나님 좋은 사람만 모여 살게 해 주셔요.

시조/동시조 2023.08.18

그날이 오면

심 훈(1901-1936)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 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 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만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2023.08.14

우리 민족이 불러야 할 노래

󰋮 The 행복한 생각 지난 2016년에 ‘덕혜옹주’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고종의 고명딸인 덕혜는 역사의 격랑 속에 비운의 삶을 살았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입니다. 나라를 잃은 암울한 시대, 아무런 힘이 없는 황실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13세 어린 나이에 강 제로 일본에 끌려간 그 시대의 슬픈 역사를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영화의 장면에서 일본에 강제로 끌려온 조선의 노역자들에게 연설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일본을 찬사하고 일본이 하는 일에 성실히 협력하라는 연설원고를 그들이 다 써주었지만 그는 그 글을 몇 줄 읽다가 원고를 내려놓고, 정중히 모자를 벗으며 말합니다. “동포 여러분, 저는 조선의 옹주 이덕혜입니다. 여러분을 위해 아무것도 해드릴게 없는 제 자신이 무척 부끄럽고 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