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 30

풀씨 하나

김소엽(대전대 석좌교수) 이집트 피라미트 속에서 발견된 수천 년 전 풀씨 하나 인간의 살은 녹아져 흙이 되고 뼈도 삭아서 흙을 더욱 기름지게 하고 흔적도 자취도 없이 한 줌 흙으로 되돌아 간 사람 사람 사람들... 하나, 질긴 생명력으로 반만 년을 살아 견딘 너 풀씨 하나여! 시험관에서 발아를 시켰더니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나 싹을 돋우어 냈다니 반만 년을 참아 견딘 오, 생명의 신비여 누구를 기다렸음인가. 대체 누구를 그토록 사랑해서 그 오랜 세월 인간의 비극적 역사 그 허망의 슬픈 무게를 네 작은 몸뚱어리에 싣고서 못 볼 꼴 다 보면서 침묵 속에서 어둠에 갇혀 쪼그만 네가 살아왔더란 말이냐 그러나 네가 눈을 떴다니 나는 네 눈이 두렵다 어떤 풀이 되어 자라날지 나는 네 파아란 잎이 무섭다.

2023.07.31

안식월에 보내는 편지

󰋮 The 행복한 생각 주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이제 한 주간인데 꽤 길게 느껴집니다. 몇 년 전부터 제가 일 년에 한 달을 안식월로 지내고 있습니다. 교회를 비운다는 것은 목사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 목회를 위하여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서부교회에서 사역한 지 벌써 23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산천이 두 번 변하는 사이 저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어느 순간 익숙해진 저의 모습을 보면서 남은 사역이 더 새롭고 의미 있기 위하여 저를 돌아보고 내일을 꿈꿀 시간이 필요함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안식월 동안 저에게는 몇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제 자신의 사역과 삶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혹시 지금까지의 경험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현실에 안주하고 있지는 ..

이만 천 구백 일(60년)

- 회갑 맞이 돌아보며 문순희(국민일보 신춘 밀알상) 지나 온 60년 눈 비비고 돌아서니 아름다운 길에 감사의 발자취 남겼습니다. 넉넉하게 살지 못했지만 풍요롭지 못한 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버거운 문제에 묻혀 살았지만 가슴 깊이 심어준 지혜로 풀지 못한 것이 없었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날이 많았지만 내 영혼과 육체는 독수리 날개 치며 상승하였습니다 죄 지음을 쉬는 날이 없었으나 늘 회개의 열매를 맺으며 죄의 종 되지 않았습니다 크고 작은 사탄의 공격을 받았지만 두려워서 떨거나 나약하여 쓰러진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부족함 앞에 서 있었으나 십자가의 능력으로 채워지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 못 하였으나 하나님을 감동케하는 찬양을 쉬지 않았습니다 명예, 성공, 권력자의 아내로 서 있지 ..

2023.07.29

여심女心

- 노천명(1911-1957) 새벽하늘에 긴 강물처럼 종소리 흐르면 으레 기도로 스스로를 잊는 그런 여성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한 번의 눈짓, 한 번의 손짓, 한 번의 몸짓에도 후회와 부끄러움이 없는 하루를 살며 하루를 반성할 줄 아는 그런 여성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즐거울 땐 꽃처럼 활짝 웃음으로 보낼 줄 알며 슬플 땐 가장 슬픈 표정으로 울 수 있는 그런 여성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주어진 길에 순종할 줄 알며 경건한 자세로 기도드릴 줄 아는 그런 여성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 일제강점기에 황해도 장연 출생으로 이화여전 영문과 재학 중 에 등단하여 ‘사슴’이란 시가 유명하다. 그는 졸업 후 신문사 학예부에 근무하며 서정시를 많이 발표하여 ..

2023.07.28

바울평전 1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사울이라는 이름으로 천사의 얼굴을 한 스데반 집사 유대교 극단주의자들에게 돌로 맞아 죽는 그 자리에 나 있었다. 정식 재판도 하지 않고 그냥 성 밖으로 내쳐 돌로 쳐 죽이는 테러리스트들의 책임자가 바로 나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무리들 나에게 옷을 벗어 맡기고 분 이기지 못하여 스데반 집사에게 달려들어 돌로 쳐 죽이는 그 자리에 나 있었다. 스데반 집사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소서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소서‘* 마치 십자가 위의 예수처럼 말하며 죽어 가는 그 자리에 나 있었다. *사도행전 7장 59-60에서

예수 그리스도

한경직 목사(1902-2000)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신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한 3:16) 그는 하나님의 독생자이시다. 그리스도는 누구신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니...”(요한 1:14) 그는 도성인신(道成人身)하신 분이시다. 그리스도는 누구신가? 그가 친히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아니하면 아버지께로 올 사람이 없으리라”(요한 14:6) 그리스도는 누구신가? 그가 친히 말씀하셨다. “나를 본 사람은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여 달라 하느냐?”(요 14:9) 하나님께서 그 안에 계셔서 우리에게 하나님을 보여주신 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신가?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

칼럼 2023.07.25

이웃과 함께 웃고 우는 신앙공동체

󰋮 The 행복한 생각 󰋮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홍수로 인한 아픔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왜 이러한 고통과 악이 만연할까요? 하나님은 왜 이런 고통과 악을 허용하실까요? 하나님은 원래 세상을 선하게 창조하셨습니다. 당연히 처음 세상에는 악이 없었는데 자유의지를 가진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께 죄를 범했고, 그 결과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가 깨어졌을 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 자연과 하나님의 관계도 파괴되었습니다. 인간의 타락으로 자연 질서는 뒤틀렸고 모든 피조물이 함께 신음하며 하나님의 회 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롬 8:20∼22). 이를 위하여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 무엇일까요?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를 육신을 입고 이 땅에 태어나게 하셔서 우리 아픔을 함께 겪으 시며 십자가에 달려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