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21

만들 수만 있다면

도종환(박용철문학상) 만들 수만 있다면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남길 수만 있다면부끄럽지 않은 기억만을 남기며 삽시다. 가슴이 성에 낀 듯 시리고 외로웠던 뒤에도당신은 차고 깨끗했습니다. 무참히 짓밟히고 으깨어진 뒤에도당신은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사나운 바람 속에서 풀잎처럼 쓰러졌다가도우두둑 우두둑 다시 일어섰습니다. 꽃 피던 시절의 짧은 기쁨보다꽃 지고 서리 내린 뒤의 오랜 황량함 속에서당신과 나는 가만히 손을 잡고 마주서서 적막한 한세상을 살았습니다. 돌아서 뉘우치지 맙시다밤이 가고 새벽이 온 뒤에도 후회하지 맙시다.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2024.07.31

우리는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도구

󰋮 The 행복한 생각 󰋮  4년 간 치열했던 미국의 남북전쟁이 1865년 북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가장 먼저 링컨 대통령은 해리엇 스토 부인을 백악관으로 초청하였습니다. 스토 부인은 1852년에 출판한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란 작품을 통해 노예제도 비참과 비인간적임을 잘 표현하며 고발하는 소설을 썼는데 링컨이 감동 받았던 것입니다. 한 사람은 노예해방을 위해 싸웠고, 한 사람은 인간 평등을 위해 작품을 썼습니다.  “당신이 정말 스토 부인입니까? 위대한 작품을 쓴 부인은 강인한 용모인 줄 알았습니다.” 스토 부인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 소설을 쓴 분은 제가 아닙니다. 노예제도를 보고 화가 나신 하나님이 쓰신 것입니다. 저는 단지 그분의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이지요. 저도 상상했던..

미소(le sourire)

'어린 왕자’라는 멋진 동화를 쓴 '안톤 드 생떽쥐베리'(1900-1944)는 나치 독일에 대항 전투기 조종사로 전투에 참가했다. 그는 '미소'라는 체험 소설을 썼다. 그 줄거리이다. 나는 전투 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서 감방에 갇혔다. 간수들의 경멸적인 시선과 거친 태도로 보아 다음 날 처형될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곤두섰으며 고통을 참기 어려워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 한 개피 찾아, 손이 떨려 겨우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나는 그를 불렀다.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 주십시오."하며, 입에 문 담배를 보여주었다.간수는 나를 쳐다보고 가까이 다가와 담뱃불을 붙여 주려고 성냥을 켜는 사이 나와 그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무심코 그에게 미소를 지워보였다. ..

희망사항

채희문(녹색문학상) 시는 약이다향기로운 듯 달콤하면서도쌉싸름하거나쓰디 쓴 약이다. 그래서 시는독자가 많지 않은 가보다그래서 시인은 더욱 외로운 존재인가보다. 그래도나의 시는 약이고 싶다상한 갈대를 위한위안의 약이고 싶다쓸쓸한 나그네를 위한사랑의 상비약이고 싶다. 썩는 곳에 소금 같은 약이고 싶다어두운 곳에 빛 같은 약이고 싶다. 마음과 마음으로만남을 만나는정겨운 약속이고 싶다.

2024.07.23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

󰋮 The 행복한 생각 󰋮  하나님은 저 하늘에만 계신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습니다. 저 멀리에 계시며 나와 상관없는 일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큰일, 즉 국가 간의 일이나 세계역사에나 관여하시지, 개인의 일상사는 관심도 없고, 나 같은 존재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으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억하세요. 하나님은 우리의 밖을 통해서 보다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므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십니다. 하나님은 우리 밖에서 뿐 아니라 우리 안에서 힘차게 활동하시는 분입니다. 우리 주변의 환경과 기후와 세계정세를 위해 일하시는 것보다도 더 많이 더 자주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고 감동하시고 깨우치시며 역사하십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때로는 불안함이나 두려움을 만나기도 ..

별 하나와 나

최은하 시인(1938-2023)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누구나 별 하나씩 품고 산다 외로운 꿈을 꿀 때면별빛은 영롱하고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별빛은 더욱 빛나고 꿈을 잃을라치면별은 사뭇 가물거리기도 하지만 별을 꼬옥 안고 하루를 지내로라면별은 가슴 속에서 빛난다 바로 이런 참이면비로소 나도 별 하나가 된다.-----------------------------------호가 ‘별밭’인 최은하(銀河)은 195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하여 현대시인협회장을 역임하며 제14시집을 출간했다. 등단 60년이 넘은 원로 크리스천 시인으로 시마다 사랑과 정의를 형상화하는데 힘쓰시다가 작년에 85세로 소천하셨다.(소솔)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