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23

바닷가에서

오세영 교수(소월시문학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바닷가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바닷가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마침내 밝히는 여명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바닷가가물가물 멀리 떠있는 섬을 보아라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거기 있다.

2024.08.29

해바라기

이재창(국민일보신춘문예 대상 ) 하늘이 하도 좋아하늘만 기다리다저리도 목이 길었나 구름이 하도 좋아구름만 이고 살다가저리도 목이 굽었나 해가 너무 좋아해만 바라보다가저렇게 해를 닮았나 여름 내내뙤약볕에 그을려검게 타버린 얼굴에잘 익혀낸 열매들알알이 모았던 축복을전부 다 내어주네아낌없이 내어주네.--------------------------------------해바라기에 대한 시각적 형상화가 아름답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잘 익혀낸 열매를/알알이 모았던 축복을/전부 다 내어주네‘라는 이미지로 신앙적 용어 하나없이 이 시는 기독교정신을 멋지게 그려낸 시가 되었다.(류)

2024.08.27

제 자아와 하나님 앞에 서는 일

󰋮 The 행복한 생각 󰋮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의 사랑으로 안식월 첫 번째 주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18년의 기나긴 유배 생활과 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지켜냈습니다.  다산이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은 조선 명종 때 문신이었던 임권 선생의 ‘독처무자기’ 즉, ‘홀로 있는 곳에서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글귀였습니다. 혼자 있다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저의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합니다. 목회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짐으로 항상 엮인 관계에서 살아온 것 같아몸은 이곳에 있지만 여전히 저의 생각 속에는 여러분들이 있습니다.  이번 안식 주간에는 여러분을 떠나 제 앞에 단독자로 서보려고 합니다. 종일 누구와도 아무 이야기도 안 하고 저와의 대화를 시작해 ..

밤비

권정생(1937~ 2007)엄마 별이 돌아가셨나 봐  주룩주룩 밤비가 구슬피 내리네.  일곱 형제 아기별들 울고 있나 봐  하얀 꽃상여 떠나가는데  수많은 별님들이 모두 불을 끄고  조용히 조용히 울고 있나 봐  주룩주룩 밤비가 내리네. --------------------------------------동화 작가로 유명했던 권정생 선생의 동시 ’밤비‘다. 그는 밤에 오는 비를 보며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를 하늘의 별로 연상하며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소솔)

동시 2024.08.23

수평선

유승우 교수(인천대 명예) 먼 바다를 바라봅니다.직선이 하나 짝 그어지며,하늘과 바다를 붙여 놓습니다. 하늘이 더 맑은 바다입니다바다가 더 푸른 하늘입니다그 너머는 낭떠러지입니다 그 낭떠러지 아래로 해가 떨어집니다.빛의 폭포가 볼 만 하겠지요.언젠가는 나도 가볼 것입니다.-------------------------------------수평선 너머는 낭떠러지로 해가 떨어지는 곳이어서 빛의 폭포가 황홀합니다. 바로 그곳이 성도들이 사모하는 하늘나라를 은유하고 있어 감탄합니다.(소솔)

눈물 한 방울

조신권 교수(1935-2024/전 연세대 명예) 나를 위해 울면슬픔이 되지만남을 위해 울면사랑이 된다. 누가 나를 위해 울어주길 바라질 말고내가 누구를 위해 울면사랑의 끈이 되리라 눈물 한 방울로한을 풀어내지 말고눈물 한 방울로사랑으로 흐르게 하라 그 눈물 한 방울이모이고 모여 지상에서영원으로 끌어올려지는새 생명의 에너지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