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단풍 잎 이경모(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단풍 잎 떨어진 길을 맨발로 걸으면 살짝살짝 달라붙는 단풍잎들. 내 발이 아플까봐 나무들이 신겨주는 가을빛 가득 물든 단풍잎 신발 걸으면 엄마, 엄마, 부르는 소리가 나는 아기 꽃신 같이. 동시 2022.11.04
새벽 -엄기원(1937~ ) 하루 종일 시끄럽던 세상이 어쩌면 딴 세상처럼 새벽은 이렇게 고요하고 깨끗할까? 누군가 크신 분이 몰래 다녀가신 게 분명해. 대지 위의 나무와 풀에겐 혹시라도 단잠을 깨울까봐 가는 체로 물방울도 걸려 내렸구나! 새벽 이슬 촉촉이.... 동시 2022.10.24
노란 손수건 노란 손수건 - 이종무 가을에는 은행잎들이 싸늘한 바람타고 한 잎 한 잎 노란 얼굴로 흩어집니다. 낙엽은 작별하는 노란 손수건이지만 봄에는 은행잎들이 따스한 바람타고 모두 함께 초록얼굴로 돌아옵니다. 동시 2022.10.19
책이라는 그릇 책이라는 그릇 - 신현득(196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어요.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어요. 거기에다 이순신의 그림자를 담을 수 있을까요? 에디슨의 숨소리까지 담을 수 있지요. 별나라를 담을 수 있는 책이라는 그릇 책보다 더 큰 그릇이 없어요. 동시 2022.10.06
더 주고 싶어 - 김재용 퐁퐁 샘 솟는 옹달샘 마냥 마냥 주고도 모자란 마음 풋고추를 빨갛게 익혀 놓고도 해님은 서산마루에서 머물머물... 마냥 주고도 더 주고 싶어... 동시 2022.10.03
고향 산나물(정용원) 추석 때 고향에서 갖고 온 두릅, 취, 고사리, 참나물 삶아 무쳐 입에 넣으면 혓바닥 쌉쌀하고 향긋한 어릴 적 그 산 내음 부모님 주무시는 산 고향 그 산 내음 온 입안에 메아리처럼 맴돌아 젖어 감도네. 소쩍새 밤새도록 울어 예던 산 그 산나물 먹으며 오늘도 어미 찾아 헤매는 나는 한 마리 아기 노루. 동시 2022.09.12
코스모스 코스모스 - 김종상 하늘이 높아서 생각이 많은 계절 가느다란 목에 핼쓱한 얼굴 여름내 앓고 일어난 소녀 같은 꽃송이 수채화 맑은 색깔 내 마음 오솔길에 그리워도 말 못하고 옷고름만 씹으며 아닌 체 돌아서는 애잔한 너의 모습. 동시 2022.09.02
산에서 물고기를 산에서 물고기를 - 소솔 해가 뜨자 푸른 산이 강으로 재빨리 내려왔습니다. 한 낮에 어떤 아저씨 푸릇한 산에 낚시 줄을 던지더니 물고기 낚아 올리며 “월척이야!” 하고 소리칩니다. 커다란 붕어였습니다. 산에서 고기 낚는 사람 처음 보았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 월척이야: 한 자(33cm)이상 된 붕어 낚을 때 기뻐서 내는 소리 동시 2022.08.29
바다의 자리 바다의 자리 - 이상현 수풀 사이로 산새 소리 사이로 산골물이 골짜기를 내려옵니다. 해와 달을 따라가며 산골물은 조금씩 깊어갑니다. 어느 날 산골물에서 파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산골물이 푸른 바다를 쏟아냅니다. 높고 높은 곳에 살던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작은 바다를 내려놓았습니다. 바다가 있어야 할 자리를 산골물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동시 2022.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