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227

봄이 오는 길

- 유소솔 누구나 2월이 되면 봄 아가씨를 기다리는데 나는 알지 봄 아가씨가 오는 길을. 봄 아가씨는 사람들이 많고 높은 건물 가득한 곳 싫어 조용하고 향기 나는 큰 들판과 나무 많은 숲을 좋아하지. 들판에 아지랑이 먼저 피워 놓고 이름 없는 풀꽃들 곱게 피운 후에야 천천히 도시로 가는 거야. 봄이 오는 길 어떻게 알았느냐고? 할아버지가 일러주셨으니 아무도 몰라, 나만 알지.

동시 2023.02.20

웃보 눈사람

- 유소솔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모두 하얗다. 오늘은 토요일 오후 오빠와 함께 눈사람 만들기로 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오빠가 굴린 큰 몸통 위에 내가 굴린 작은 얼굴 얹고 얼굴에 검은 숯으로 눈, 코, 입을 붙였더니 그만 울보가 되었다. - 너, 울보가 좋아? - 아니, 웃보가 좋아요. 오빠가 두 눈을 ^ ^ 이렇게 고치니 금방 웃보가 되었다. 내 웃보를 아파트 입구에 놓으니 사람마다 웃음을 보낸다. 웃음은 좋고 행복한 것 나는 늘 웃으며 살고 싶다.

동시 2023.01.05

돈으로 사는 거지만

- 신현득(아동문학 원로) 가게에서 양말을 팔고 있다 내 발에 맞는 양말. 다음 가게에서 장갑을 팔고 있다 내 손에 맞는 장갑. 그 다음 가게에서 옷을 팔고 있다 내 몸에 맞는 옷. 그 다음 가게에서 가방을 팔고 있다 내 어께에 맞는 가방. 그 다음 가게에서 모자를 팔고 있다 내 머리에 맞는 모자. 고맙지 않은가 돈으로 사는 거지만 내 몸 크기 먼저 알고 만들어 둔 것.

동시 2022.12.10

우리 엄마, 앙트 레 비앙

- 이상현(아동문학의 원로) 우리 엄마는 캄보디아 출신 앙트 레 비앙! 동네 시장에 가면 여기저기서 엄마 이름을 붙잡습니다. "비앙 이리 와!" "싸게 줄게, 비앙!" 엄마의 발길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깎아주세요, 덤도 주실 거죠?" "그래, 그래!" 엄마의 웃는 얼굴을 이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살림 잘 한다, 비앙!" "딸도 참 예쁘구나, 비앙!" 나물장수 할머니는 칭찬도 듬뿍 얹어 줍니다. 기분 좋은 우리 엄마, 앙트 레 비앙!

동시 2022.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