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 - 유소솔 누구나 2월이 되면 봄 아가씨를 기다리는데 나는 알지 봄 아가씨가 오는 길을. 봄 아가씨는 사람들이 많고 높은 건물 가득한 곳 싫어 조용하고 향기 나는 큰 들판과 나무 많은 숲을 좋아하지. 들판에 아지랑이 먼저 피워 놓고 이름 없는 풀꽃들 곱게 피운 후에야 천천히 도시로 가는 거야. 봄이 오는 길 어떻게 알았느냐고? 할아버지가 일러주셨으니 아무도 몰라, 나만 알지. 동시 2023.02.20
간호사 박승일 (1941~ 2021) 주사 맞기 싫다고 징징 10살 초등학생도 70살 할아버지도 엄살 아양 투정 짜증 간호사 앞에선 모두가 아기 간호사는 모든 환자의 언니 누나 애인 엄마 모두 돼줘야 한다. 동시 2023.02.16
별 똥 - 윤일광 누구나 똥은 더럽다고 피한다. 똥이란 말도 기분 나쁘다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별똥을 보면 “와~ ” 소리 지르고 아주 멋있고 기분 좋다고 한다. 같은 ‘똥’인데 하늘에서 싸면 좋은가 보다. 동시 2023.02.03
웅웅 소리, 누구일까? - 이기동 함박눈이 쌓인 겨울 아침 아름드리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맑은 햇살이 눈부셔 고요한 마을 웅웅 소리, 누구일까? 바람일까? 나뭇가지일까? 현을 켜는 바람과 첼로 소리를 내는 느티나무가 함께 어울려 부르는 노래일 테지. 동시 2023.01.20
웃보 눈사람 - 유소솔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모두 하얗다. 오늘은 토요일 오후 오빠와 함께 눈사람 만들기로 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오빠가 굴린 큰 몸통 위에 내가 굴린 작은 얼굴 얹고 얼굴에 검은 숯으로 눈, 코, 입을 붙였더니 그만 울보가 되었다. - 너, 울보가 좋아? - 아니, 웃보가 좋아요. 오빠가 두 눈을 ^ ^ 이렇게 고치니 금방 웃보가 되었다. 내 웃보를 아파트 입구에 놓으니 사람마다 웃음을 보낸다. 웃음은 좋고 행복한 것 나는 늘 웃으며 살고 싶다. 동시 2023.01.05
돈으로 사는 거지만 - 신현득(아동문학 원로) 가게에서 양말을 팔고 있다 내 발에 맞는 양말. 다음 가게에서 장갑을 팔고 있다 내 손에 맞는 장갑. 그 다음 가게에서 옷을 팔고 있다 내 몸에 맞는 옷. 그 다음 가게에서 가방을 팔고 있다 내 어께에 맞는 가방. 그 다음 가게에서 모자를 팔고 있다 내 머리에 맞는 모자. 고맙지 않은가 돈으로 사는 거지만 내 몸 크기 먼저 알고 만들어 둔 것. 동시 2022.12.10
우리 엄마, 앙트 레 비앙 - 이상현(아동문학의 원로) 우리 엄마는 캄보디아 출신 앙트 레 비앙! 동네 시장에 가면 여기저기서 엄마 이름을 붙잡습니다. "비앙 이리 와!" "싸게 줄게, 비앙!" 엄마의 발길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깎아주세요, 덤도 주실 거죠?" "그래, 그래!" 엄마의 웃는 얼굴을 이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살림 잘 한다, 비앙!" "딸도 참 예쁘구나, 비앙!" 나물장수 할머니는 칭찬도 듬뿍 얹어 줍니다. 기분 좋은 우리 엄마, 앙트 레 비앙! 동시 2022.12.08
아, 누굴까 - 철새 떼 유소솔 V 자로 멋지게 날아 먼 하늘 길을 가는 저 철새들 - 끼룩, 끼룩 소리 내어 서로 서로 응원하고 - 끼룩, 끼룩 힘든 맨 앞자리 암호로 서로 바꿔서 간다는데 아, 누굴까 새들에게 저런 슬기 주신 분이 동시 2022.11.14
아빠의 책 속에는 - 유소솔 가을이 오면 낙엽 줍는 아빠 전에 산 책에는 마른 낙엽이 누워 있고 올해 산 책에는 싱싱한 낙엽이 쉬고 있다. 비처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낙엽을 주우시는 아빠 아빠의 책들마다 붉은 단풍잎과 노오란 은행잎이 꼭 있어 단풍처럼 열심히 살고 은행잎처럼 누구와도 정다운 아빠의 마음을 닮고 싶다. 동시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