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꽃처럼 - 유소솔 “꽃 중에서 가장 향기가 진한 꽃은? - 응... 백합화 “꽃 중에서 가장 향기가 없는 꽃은? - 응... 모과 꽃 “과일 중 가장 향기가 진한 것은? - 응... 모과 “ 향기 없는 모과 꽃에서 어떻게 향기 진한 모과가 생겨났을까? - 응... 모과가 꽃 향을 다 빼았었기 때문에 “그건 아니지. 모과에게 꽃이 향을 몽땅 양보한 거겠지. - 엄마 말이 맞아요. 나도 모과꽃처럼 동생에게 가끔 양보할게요. 동시 2023.07.19
연꽃에게 강영희(김영일 아동문학상) 너 하나 곱게 피어 올려놓으려고 엄마가 되는 연잎은 얼마나 애를 썼는지 너는 아니? 톡! 떨어지는 빗방울이 한 마디 한다. 날마다 하늘 우러러 보고 몸을 씻어주고 그랬단다. 우리들 엄마들은 다 그러셨단다. 동시 2023.07.15
발 노릇 잘 할게요 신현득(90세, 1960년 조선일보 등단) 발이 몸무게에 눌리고 신발에 갇혀 지내는 거 아시죠? 그래도 발, 나는 불평을 않죠. 아래에서 위쪽을 받치는 이는 누구나 힘들어요. ‘고마운 발’ 그렇게 생각해 주세요. ‘내 몸을 그 위에 세우고 내 몸을 날라주잖어?’ 그런 생각, 하세요. 고린내 난다고 나무람 말고 씻어주고 어루만져주세요. 발 노릇 잘 할게요. 발톱 깎아주고 예쁜 양말도 신겨주세요, 네. 동시 2023.07.07
두만강 물소리 강영희(김영일아동문학상 수상) 어두움이 짙게 내리는 날 밤에는 두만강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찰부랑!” “찰부랑!” 탈북 소녀의 강물 헤집고 가는 소리 들켜 버릴까봐 두만강은 바람을 불러와서 “출렁!“ “출렁!” 강물소리를 더 높여 놓는다. 동시 2023.07.03
달팽이 권정생(1937-2007) 달팽이 마을에 전쟁이 났다. 아기 잃은 어머니가 보퉁이 등에 지고 허둥지둥 간다. 아기 찾아간다. 목이 메어 소리도 안 나오고 기운이 다해 뛰지도 못하고 아기 찾아간다. 달팽이가 지나간 뒤에 눈물자국이 길게 길게 나있다. 동시 2023.06.26
무서운 아이들 - 구경분(계간 아동문학 동시 등단) 학교 잃은 물건 보관소 ‘주인을 찾습니다’엔 일주일이 넘도록 새 필통이 그대로 있다. 연필이 가득 들어 있는데 예쁜 지우개도 있는데 귀여운 자도 있는데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 언제부터였는지 푸른 잠바도 귀퉁이가 조금 잘린 책받침도 멜로디언 리코오더 탬버린까지 만물상을 차린 채 그대로 있다. 내 물건이 소중하지 않은 아이들 내 친구도 소중하지 않음 어쩌나? 내 부모도 소중하지 않음 어쩌나? 내 나라도 소중하지 않음 어쩌나? 동시 2023.06.23
꽃의 인심 - 박두순 나비 벌 아무리 드나들어도 싫다고 문 닫는 일 없다. 나비 벌 아무리 꿀 퍼먹어도 과식한다고 꿀단지 뚜껑 닫는 일 없다. 그렇습니다. 꽃들은 아름답게 피면서 누구나 와도 문을 닫지 않습니다. 또 나비나 벌이 와서 아무리 퍼먹어도 싫다거나 꿀단지 닫지 않습니다. 우리도 그런 꽃의 마음을 배웠으면 합니다. 창조주의 교훈입니다.(소솔) 동시 2023.06.09
나도 꽃처럼 엄기원(한국아동청소년문학회 이사장) 꽃이 하는 일이라곤 웃는 것밖에 없다. 햇빛 쨍쨍 맑은 날에도 바람 불어 비 오는 날에도 하루 종일 웃기만 한다. 귀여운 아기를 보아도 무서운 도둑을 보아도 검둥개가 지나가다 저한테 오줌을 찔끔 싸도 그저 좋다고 웃는 꽃! 나도 꽃을 닮고 싶다. 동시 2023.06.07
과수원 길 박화목(1924- 2005) 동구 밖 과수원 길 아까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아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 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생긋 아까시아꽃 하얗게 핀 여름날의 과수원 길 동시 2023.06.02
엄마, 나무 - 엄소희 방바닥에 누룽지처럼 붙어있는 날이면 엄마는 나가서 햇볕을 쬐라고 했다. 사람도 나무처럼 광합성을 해야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엄마에게 나는 물을 주고 밥을 주는 나무였다. 시간이 바람처럼 흘러 나는 엄마라는 이름의 나무가 되었다 꽃씨처럼 가벼워져 하늘로 올라간 엄마는 내 심장에 단단히 뿌리내린 나무가 되었다. 동시 202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