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 정완영(1919-2016) 달은 누가 그 이름을 달이라고 지어 주었나 달 중에도 한국의 달 잘도 익은 한가위 달 ‘달’하고 불러만 보아도 단물 잘잘 흐르는 달 시조/동시조 2023.09.28
기도 - 오동춘(노산문학상 수상) 참 좋은 사람들만 오롯이 모여 살게 참 마음 바른 사람들만 수북이 함께 살도록 하나님 도와 주셔요 하늘나라 되게요. 참 나쁜 사람들이 함부로 거짓말 않게 참 마음 굽은 사람들이 제발 못 살게 굴지 않게 하나님 혼내 주셔요 밝은 누리 되게요. 싫은 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싫은 사람 좋은 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좋은 사람 하나님 좋은 사람만 모여 살게 해 주셔요. 시조/동시조 2023.08.18
이렇게 환한 세상에 - 정완영(1919- 2016) 까맣게 불탄 자리 파릇파릇 싹이 돋네 지난날 싸운 일들이 우리 모두 부끄럽다 이렇게 환한 세상에 다툴 일이 뭐겠는가. 시조 2023.06.24
충청도식 여유 - 김향기(사상과문학상 대상) 천안역에 도착한 후 택시를 타고서 차문을 너무 세게 닫았더니 운전수 왈, -그렇게 살살 닫아서 문이 박살 나것슈? 신호가 바뀌어도 출발 않는 앞 택시에 빵빵 소리 내지 않고 서두루지 않으며 -저 자가 대간 헌가벼, 졸고 있는 개비여 태조산 연수원에 시간 맞춰 가야기에 좀 빨리 가달라고 운전수께 당부하니 -그르케 바쁘시다면 어제 오지 그랬슈. 시조 2023.06.19
엄마 목소리 - 정완영(1919-2016, 한국문학상 수상) 보리밭 건너오는 봄바람이 더 환하냐 징검다리 건너오는 시냇물이 더 환하냐 아니다 엄마 목소리 그 목소리 더 환하다. 혼자 핀 살구나무 꽃그늘이 더 환하냐 눈감고도 찾아드는 골목길이 더 환하냐 아니다 엄마 목소리 그 목소리 더 환하다. 시조 2023.05.28
보리 - 권갑하 처절히 짓밞힐수록 퍼렇게 일어서는 농 익어도 꼿꼿한 까끄라기 지존으로 삭막한 식민지 고갯길 땅을 짚고 넘었지. ------------------------- 시조 2023.04.21
골고다 언덕에서 - 정려성(197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하늘에 계시던 님 세상에 내려 오사 십자가 짊어지고 골고다 오르실 때 하늘도 슬픔에 겨워 궂은비만 뿌렸다. 오르다 쓰러지고 쓰러져 다시 걷는 님 가신 길을 따라 핏자국 선연한데 태양도 두 눈을 감고 목을 놓고 울었다. 연약한 두 어깨에 우리 죄 다 지시고 한 걸음 또 한걸음 옮기신 그 자리에 들꽃만 안타까운 듯 고개 숙여 피었다. 시조 2023.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