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78

기도

- 오동춘(노산문학상 수상) 참 좋은 사람들만 오롯이 모여 살게 참 마음 바른 사람들만 수북이 함께 살도록 하나님 도와 주셔요 하늘나라 되게요. 참 나쁜 사람들이 함부로 거짓말 않게 참 마음 굽은 사람들이 제발 못 살게 굴지 않게 하나님 혼내 주셔요 밝은 누리 되게요. 싫은 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싫은 사람 좋은 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좋은 사람 하나님 좋은 사람만 모여 살게 해 주셔요.

시조/동시조 2023.08.18

충청도식 여유

- 김향기(사상과문학상 대상) 천안역에 도착한 후 택시를 타고서 차문을 너무 세게 닫았더니 운전수 왈, -그렇게 살살 닫아서 문이 박살 나것슈? 신호가 바뀌어도 출발 않는 앞 택시에 빵빵 소리 내지 않고 서두루지 않으며 -저 자가 대간 헌가벼, 졸고 있는 개비여 태조산 연수원에 시간 맞춰 가야기에 좀 빨리 가달라고 운전수께 당부하니 -그르케 바쁘시다면 어제 오지 그랬슈.

시조 2023.06.19

골고다 언덕에서

- 정려성(197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하늘에 계시던 님 세상에 내려 오사 십자가 짊어지고 골고다 오르실 때 하늘도 슬픔에 겨워 궂은비만 뿌렸다. 오르다 쓰러지고 쓰러져 다시 걷는 님 가신 길을 따라 핏자국 선연한데 태양도 두 눈을 감고 목을 놓고 울었다. 연약한 두 어깨에 우리 죄 다 지시고 한 걸음 또 한걸음 옮기신 그 자리에 들꽃만 안타까운 듯 고개 숙여 피었다.

시조 2023.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