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 엄기원 동시 ‘고양이’ 패러디 아이고, 무서워라 모습도 그 눈동자도 몸만 작다 뿐이지 호랑이 새끼 아닌가 그런데 어흥! 아니라 야옹이 우는 소리. 아이고, 우서워라 야옹이의 재롱이 뜨개질 실타래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제 몸이 실타래에 묶여 살려달라 야옹, 야옹. 시조/동시조 2021.04.04
피에타* 내 무릎에 깊이 잠든 거룩한 슬픔이여 내 몸 빌어 태어난 빛 하나님 아들 아닌가 잠시도 쉬지 못한 몸 예서 편히 쉬소서. 내 평생 잊지 못할 천사의 수태고지受胎告知 낳을 아들 이름 예수 만민의 구세주로다 고달픈 인류애人類愛 댓가 십자가 죽음 웬말인가. 은혜 받은 많은 사람 다들 어디로 갔나 문득 그분의 말씀 삼일에 부활하리라 소망의 그 말씀 안고 기도하는 마리아. * 피에타: 라틴어 ‘슬픔’이라는 뜻. 미케란제로가 마리아의 모습을 조각한 제목이 ‘피에타’였다. ___________________ 시조 2021.04.03
밀물과 썰물 1 하루에도 몇 번씩 커다란 바닷물은 모래밭 채우기도 텅텅 비우기도 한다. 누굴까 규칙적으로 저리 일하시는 분이. 사람들은 자연의 힘이라 하기도 하고 과학자는 달의 힘이라고 주장하는데 누굴까 자연도 달도 저리 지으신 분이. 시조/동시조 2021.03.19
비둘기 이미지 그 옛날 죄악으로 대홍수 세상 덮을 때 새 인류 구상하신 창조주 물 심판으로 장맛비 사십일 동안 모든 생물 사라졌네. 노아 가족 방주는 높은 산 걸터앉아 젖은 땅 말랐는지, 보낸 탐색조 비둘기 연푸른 감람 잎 하나 물고서 돌아왔네. 평화의 상징 너로 인해 시작된 새 인류 문화는 발달했으나 죄는 더욱 왕성해져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믿는 자 평화의 사람됐네. 시작이 있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 그날에 임하시는 우주 대심판장 예수 죄인들 최후 심판 때 비둘기 이미지 없어 어쩌지. 시조 2021.03.18
아리수 한반도 생명 젖줄 오천년의 한강인데 역사에선 한수漢水로 그렇게 부르더니 도읍지 조선 왕조는 오백년 간 이어왔네. 아리수는 ‘큰 강’으로 고구려 때 한강 이름 중국어 한강보다 정겨운 우리 말 이름 아리수 넘치지 말고 국민들에게 흘러 흘러라. 시조 2021.03.08
노을 빛 환상 해안에서 바라 본 저리 붉은 노을 빛 바다 속에 잠기며 분출하는 태양처럼 누구를 사랑하고파 이 생명 다하도록. 스산한 갈보리 언덕 십자가 형틀에서 숨지며 외친 말씀 “저들을 용서하소서“ 그분의 사랑의 깃발 저리 고운 노을 빛. ---------------------------- 시조 2021.03.05
꿈쟁이 아이 2 민들레 홑씨 보면 얼른 가서 훅 불고 싶고 둥그런 것을 보면 재빨리 가서 차고 싶다 왜 나는 하고 싶은 것 이렇게도 많을까. 참 좋은 선생님 보니 커서 여선생 되고 싶고 멋진 캡 쓴 언니 보니 커서 간호사 되고 싶다. 왜 나는 되고 싶은 것 그렇게도 많을까. 시조/동시조 2021.02.26
초 겨울 허수아비 두 팔 벌리고 들에 서 있는 허수아비 곡식 다 거뒀으니 집에서 쉬지를 않고 초 겨울 들에 버려져 추위에 떨고 있네. 여름에는 아이들 입은 헌옷이지만 단정하게 입고서 멋진 모자도 쓰고 새들을 두 팔로 막아 교통정리 했는데 몇 번 한 눈 팔다가 새에게 알곡 먹힌 일 그 벌을 받고 있는지, 그래도 안쓰러워 헌 이불 가지고 와서 덮어주면, 안될까? 시조/동시조 2021.02.25
원로목사 꿈 많던 젊은 시절 어쩌다 그분을 만나 더러운 옷 죄다 벗고 세마포 갈아입어 세상 꿈 모두 접고서 좁은 길 들어섰네 점잖고 진실하고 경건해야 하는 삶에 젊은 혈기 죽이고 명예도 사양하고 온유한 미소로 사는 패기 없는 人生이네 예수님 양들에게 그분 말씀 먹여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하늘 꽃씨 심어주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라고 격려하네 세상의 학문보다 존귀한 하나님 말씀 묵상 기도 영감 받아 외칠 때 빛이 나고 맘 비운 기도의 생활 은혜로 살아왔네. 칠십에 은퇴하여 원로들이 되었지만 차상위 계층 동료 절반 이상 차지해도 몸 바친 보람의 열매 저 본향에 소망 있네. 시조 2021.02.19
담장과 민주화 전에는 자기 땅이라 높이 쌓은 담장들 도둑들 핑계대고, 서민들과 구별된 삶 드높은 담장일수록 행세했네, 귀한 몸 세계 제일 미국엔 개인 주택들 많아도 이웃 간 담이 없어 처음엔 이상했네. 소통의 민주주의 땅 교훈하네, 없는 담장 우리도 민주화로, 담장 낮은 학교 많아 담장은 낮을수록, 없으면 더 좋은데 아직도 이기주의자 막고 있네. 민주화를 시조 2021.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