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오는 소리 봄 오는 소리 정완영(한국문학상 수상) 별빛도 소곤소곤 상추씨 소곤소곤 물 오른 살구나무 꽃가지도 소곤소곤 밤새 내 내 귀가 가려워 잠이 오지 않습니다. 시조 2023.03.13
복수초 - 유소솔 새해에 가장 먼저 핀 일원화라 부를까 찬 2월 눈 제치고 핀 설령화라 부를까 복수초 노란 금잔화 봄의 첫 전령사지. 얼음 뚫고 솟아난 저 생명력을 보라! 봄맞이 의욕에 찬 쏙쏙 솟는 힘찬 기개 꽃말은 영원한 행복 기다린 자 행복하리. 시조 2023.02.17
택배로 온 개미 - 유소솔 시골 삼촌 보내주신 택배 짐 풀었더니 잘 익은 붉은 사과들 환히 웃고 반기네. 오느라 며칠 동안에 무척 어두웠나보다. 그런데 사과 사이에 허둥대는 개미 하나 먹이 찾다 그만 갇혀 서울까지 왔나본데 어쩌나 먼 길 천릿길 새끼들 기다릴 텐데 재빠른 개미 달래서 유리병 들게 하고 답례의 배 상자에 개미 풀어서 넣고 외삼촌 함께 살라고 고향으로 보냈지. ----------------------------------------- 시조/동시조 2023.02.13
하늘 새 길로 - 유소솔 커어텐 열어젖혀 바라보는 새벽하늘 소리 없이 내려는 창밖의 함박눈이 내 집 앞 아스팔트길 새 공사 시작했네. 분노와 거짓들과 욕심자취를 따라 모두모두 지우고 하얀 길 닦으면서 새로운 길로 가라며 손짓하는 듯하네. 해 뜨기 전 하늘 길 펼쳐지고 있는데 해 뜨면 청소부들 검은 길 복구하리니 그 틈새 열어 놓으신 하늘 새 길 우러르네. 시조 2023.01.28
연탄 집 - 모상철(시조시인) 허리에 탈이 도져 찜질하며 누우신 아빠의 빈 지게를 가만히 져 봅니다 땀 절고 닳아진 멜빵 어깨를 누릅니다. 가풀막 골목 끝집 혼자 사는 할머니 연탄 떨어졌겠다는 아빠의 걱정으로 엄마는 한 대야 이고 추운 길 나섭니다. 시조 2023.01.26
은혜로운 선물 은혜로운 선물 - 지성찬 벼 한 포기 심지 않아도 쌀밥이 주어지고 옷 한 벌 짓지 않아도 옷을 입고 살아가네 놀라운 현실 앞에서 지나치는 일상들. 샘물 한 바가지 떠오지 않고서도 귀한 물을 마시게 하는 놀라운 손길이 있네 은혜의 모든 선물을 하늘에서 주셨나니. 시조 2022.12.27
단풍 이미지 단풍 이미지 김재황(시조시인) 뭣 때문에 그러하게 서두르며 살았는지 왜 그리도 사는 일이 바쁘기만 하였는지 물으면 어느 잎들은 붉은 물이 듭니다. 푸른 하늘 바라보기 부끄럽지 않았는지 주먹 쥐고 걷는 길에 베풀기는 잘 했는지 제풀에 어느 잎들은 붉게 젖고 맙니다. 시조 2022.11.12
민들레 홑씨 - 소솔 잡초들 사이에서 우뚝 선 키다리 하나 같이 간 초6 손자 얼른 가서 훅! 훅! 부니 갑자기 흰 나래 펴며 훨훨 하늘 나르네. 번식력 좋은 꽃이 이보다 또 있을까 촘촘한 씨앗덩이 입으로 불어도 날고 어쩌다 큰 바람 만나면 산불처럼 번지는 노란 영토여. 시조 2022.09.29
풀잎과 바람 풀잎과 바람 - 정완영 나는 풀잎이 좋아, 풀잎 같은 친구 좋아 바람하고 엉켰다가 풀 줄 아는 풀잎처럼 헤질 때 또 만나자고 손 흔드는 친구 좋아 나는 바람이 좋아, 바람 같은 친구 좋아 풀잎하고 헤졌다가 되찾아온 바람처럼 만나면 얼싸 껴안는 바람 같은 친구 좋아. 시조 202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