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63

초 겨울 허수아비

두 팔 벌리고 들에 서 있는 허수아비 곡식 다 거뒀으니 집에서 쉬지를 않고 초 겨울 들에 버려져 추위에 떨고 있네. 여름에는 아이들 입은 헌옷이지만 단정하게 입고서 멋진 모자도 쓰고 새들을 두 팔로 막아 교통정리 했는데 몇 번 한 눈 팔다가 새에게 알곡 먹힌 일 그 벌을 받고 있는지, 그래도 안쓰러워 헌 이불 가지고 와서 덮어주면, 안될까?

시조/동시조 2021.02.25

원로목사

꿈 많던 젊은 시절 어쩌다 그분을 만나 더러운 옷 죄다 벗고 세마포 갈아입어 세상 꿈 모두 접고서 좁은 길 들어섰네 점잖고 진실하고 경건해야 하는 삶에 젊은 혈기 죽이고 명예도 사양하고 온유한 미소로 사는 패기 없는 人生이네 예수님 양들에게 그분 말씀 먹여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하늘 꽃씨 심어주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라고 격려하네 세상의 학문보다 존귀한 하나님 말씀 묵상 기도 영감 받아 외칠 때 빛이 나고 맘 비운 기도의 생활 은혜로 살아왔네. 칠십에 은퇴하여 원로들이 되었지만 차상위 계층 동료 절반 이상 차지해도 몸 바친 보람의 열매 저 본향에 소망 있네.

시조 2021.02.19

담장과 민주화

전에는 자기 땅이라 높이 쌓은 담장들 도둑들 핑계대고, 서민들과 구별된 삶 드높은 담장일수록 행세했네, 귀한 몸 세계 제일 미국엔 개인 주택들 많아도 이웃 간 담이 없어 처음엔 이상했네. 소통의 민주주의 땅 교훈하네, 없는 담장 우리도 민주화로, 담장 낮은 학교 많아 담장은 낮을수록, 없으면 더 좋은데 아직도 이기주의자 막고 있네. 민주화를

시조 2021.02.17

모나리자

루브르 여왕님의 한국 행차 언제던가 70년대 덕수궁 미술관이었지, 아마 모두들 그림 앞에서 떠날 줄 몰랐었네. 미모의 의젓한 여인, 이 세상 언제 살았나 서양의 최고 미녀 크레오파트라와 달라 요염치 않은 미소로 세계인 사로잡았네. 모나리자 윗눈썹 없다는 세상 소문에 아무리 살펴봐도 확인할 수 없었으나 신비한 그녀의 미소 나의 평화로 깃들었네.

시조 2021.02.15

어르신으로 살아가기

나이 많아 저절로 어르신 되는 거 아냐 세상은 그런 사람 노인이라 부른다니 어르신 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네. 젊은이들 하는 짓이, 못 마땅하더라도 교훈하듯 말하면 잔소리로 들린다니 신인류 요즘 세대를 한탄만 할 수 없지. 입은 닫을수록 좋고, 지갑은 열수록 좋아 간섭보다 칭찬을, 충고보다 격려하면 어느새 내편이 되고 어르신 모신다네. 존경 받는 어르신이 세상에서 최고라네 학식으로 인격으로 신앙으로 멘토 되어 누구나 참된 삶의 길 열어줄 수 있기에 청춘은 꽃피는 봄, 어르신은 가을의 산 예쁜 꽃 지고나면 모두들 외면하지만 물 잘든 단풍을 보면 책갈피 꽂는다네. 오래토록

시조 2021.02.11

할망구와 할머니

팔십 고개 넘기고, 구십 바라보는 이 망구望九라는 존칭어로 불렸다던데 할망구 그 이름 석 자 장수자 명예일세. 전에는 팔순 넘긴 남정네 여간 드물어 여자에게만 부르는 명칭이 되었는데 할망구 그 이름 싫어 부르지 말라했네. 구순九旬 향해 장수하라는 참 좋은 이름 망구 바랄 망望인데, 망할 망亡으로 들린다며 할머니, 이 이름으로 부르라 해서, 그리 됐다네.

시조 2021.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