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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 이 탄(1940~ 2011) 나는 항상 성탄절이다 누가 누구하고 싸울 때도 내가 싸우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거룩한 빛의 날 성탄절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겐 365일이 온통 성탄절이다 나에게 듣기 싫은 목소리로 마치 야단치듯 대하거나 좋은 말을 해주거나 3.8선을 생각하거나 나에게는 감사한 마음이다. 모두, 감사한 마음이 퍼져나가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 시인은 날마다 ‘성탄절’ 같은 삶을 추구하고 있다. 성탄절 같은 마음을 지니고 살면, 싸우지 않을 수 있고, 심지어 6.25 같은 전쟁도 평화의 왕으로 탄생하신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성탄절 같은 삶으로 감사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성도의 모습을 형상화..

2023.12.27

촛불

-황금찬(1918~ 2018)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 진실한 크리스천인 황시인이 오늘 태어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마치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듯 평생 어두움을 밀어내는 33년 희생적인 삶을 비유하여 노래하고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빛이 인류에게 임하여 구원의 빛, 생명의 빛이 되었음을 비유적으로 노래하는 명시이다. (소솔)

2023.12.26

구유에 뉘신 예수

용혜원(목사 시인) 예수의 최초의 모습은 가난이었다 심령의 가난을 원하셨던 그의 삶이 바로 가난이었다 마구간의 말구유 위에 뉘이신 아기 예수는 우리처럼 벌거벗은 몸으로 태어나셨다 성만찬에서 그의 몸과 피 떡과 포도주를 나누시던 주님은 이 땅에 밥이 되어 오셨다 그의 탄생을 축하하였던 가난한 사람들이 그를 따랐다 예수를 따르기 위해선 모든 것을 버려야했기에 가난했다 심령이 가난하면 복이라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그를 따르는 자들에게는 축복이 임하였다 천국이 저희 것이 되었다.

2023.12.23

12월에는

박이도(시인. 경희대 교수 역임) 한해의 끝자락에서 또 한해가 속절없이 가버린다고 한탄하기보다는 아직 남은 시각을 고마워하며 지혜롭게 마무리하는 시간 되게 하소서 12월의 냉기 어린 바람을 고스란히 맞는 이웃들을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희생했는지 훨훨 타오르는 숯불이 되어 헐벗은 가슴 데워 주게 하소서 또 한해를 마감하고 보내는 이 자리 내 선 위치에서 사랑의 작은 촛불 밝혀 어두움에 헤매는 자들에게 환하게 밝은 길 열어주는 주의 작은 빛으로 살게 하여 주소서

2023.12.19

너를 만나러 가는 길

- 용혜원(목사 시인) 나의 삶에서 너의 만남이 행복하다 내 가슴에 새겨진 너의 흔적들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나의 삶의 길은 언제나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리움으로 수놓은 길 이 길을 내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에도 내가 사랑해야 할 길이다. 이 지상에서 내가 만난 가장 행복한 길 늘 가고 싶은 길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2023.12.08

12월

정연복(중견 시인) 뒷 모습이 아름다워야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뒷맛이 개운해야 참으로 맛있는 음식이다 뒤끝이 깨끗한 만남은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두툼했던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걸려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보석같이 소중히 아끼자 이미 흘러간 시간에 아무런 미련 두지 말고 올해의 깔끔한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자. ​시작이 반이듯이 끝도 반이다!

2023.12.04

12월의 기도

김남조(1927-2023) 찬바람이 목둘레에 스며들면 흘러가는 강물 같은 시간의 흐름 앞에 아쉬움과 그리움이 여울목 이룹니다. 한해가 저무는데 아직 잠 잘 곳이 없는 사람과 아직도 병든 자, 고통 받는 이들과 하늘 저 편으로 스러질 듯 침묵하는 자연에 압도되어 나는 말을 잃어버립니다. 이런 때 가슴 가장 안쪽에 잊었던 별 하나 눈을 뜹니다. 그 별을 아껴 보듬고 그 별빛에 꿈을 비춰보며 오늘은 온종일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누군가를 위하여 무언가를 위하여

202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