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정의 달, 푸른 오월에

유소솔 2021. 1. 6. 18:20

몇 년 전의 일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어느 역에서 어떤 젊은 엄마가 유치원생 정도의 남자 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오더니 빈자리가 없자 서서갔다. 조금 있으려니 두 아이가 술래잡기를 하는 지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니느라 지하철 안이 시끄러웠다. 사람들은 혀를 찼지만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어 보다 못해 내가 일어나 그 아이들을 조용하라고 야단쳤다. 그러자 두 아이 중 하나가 별안간 악을 쓰며 울어 전철 안이 더욱 시끄러워졌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이를 말리지 않고 그냥 두더니, 별안간 화난 얼굴로 내게 다가와 이렇게 소리쳤다. 나이로는 그녀의 아버지벌 이상 되는데도.

당신이 무엇인데 우리 아이들 기를 죽여요?”

 

전통적 우리의 부모관은 소위 엄부자모嚴父慈母였다. 어머니는 사랑으로 감싸고 안아서 키웠고, 아버지는 아이가 잘못할 때 매로 엄하게 다스리는 윤리로 양육했다. 그래서 우리 어렸을때는 안방에 늘 회초리가 걸려 있었는데 그걸 보며 자라서일까, 10남매가 별로 매를 맞지 않고 자랐다. 그러기에 어머니의 사랑만 받은 자녀는 이기주의적 인간이 되기 쉽지만, 아버지의 엄한 교훈을 함께 받은 자녀들은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루며 바람직하게 성장한다고 한다.

 

흔히 어머니는 잔정을 주고, 아버지는 깊은 정을 준다고 한다. 어머니 사랑은 다분히 감성적이어서 자녀들에게 아기자기한 사랑을 맛보게 하므로써 정을 바탕으로 한 자녀의 성격을 형성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에 비해 아버지의 사랑은 다분히 이성理性적이고 윤리적이어서 자녀들이 아버지를

통해 잔 정이나 사랑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 대신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도덕적

성격을 지닐 수 있는 인간성을 형성케 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요즘 시대의 자녀양육은 전통적과는 달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합작품이어야 한다.  어머니 사랑 따로, 아버지 교훈 따로가 아니라, 부모가 함께 사랑과 교훈을 주면서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아, 어머니의 사랑만 받고 자라거나 아버지의 교훈만 받고 자란다면 인격형성의 균형을 자칫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편부偏夫나 편모偏母 슬하의 자녀를 탐닥치 않게 생각한 옛 조선시대 어른들의 지혜가 여기에 있었다.

사별死別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이혼은 자녀들의 성장에 절대로 치명적이므로 혹시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가 있다면 제발 세 번이나 네 번 이상 깊이 고려하고 또 고려해야 한다. 자녀를 위해 자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숙고해야 할 것은 현대판 편모사상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치맛바람이 드세어 자녀교육을 좌지우지한다. 아버지의 사랑이나 교훈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어머니의 감성에 따라 자녀를 양육함으로 각종 과외에 시달리게 하며, 때로는 아이의 기를 살린다하여 왕자병이나 공주병을 들게도 한다.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자녀교육일 수 없다.

 

1997년 마더 테레사에게 그 해의 노벨평화상이 수여됐다.                                 

시상식을 마치자, 수상자에게 몰려간 기자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수녀님, 세계평화를 위해 가장 긴급한 것이 무엇입니까?”

테레사 수녀는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선생님들.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화목하게

지내십시오. 이것이 세계평화를 위해 가장 긴급한 일입니다.”고 하자, 각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기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갈채를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제 우리 모두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자. 일한다는 이유로, 또는 노는 재미로 가정을 멀리하는 동안 가정은 차디찬 하숙집으로 전락되어가고, 이혼이 논의되므로 자녀들은 결손가정의 아이가 되어 사회적 문제아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해 있는 세태이기 때문이다.

가정의 화목이야말로 자녀들의 인격 성장, 사회의 안정, 민족의 화합, 세계평화의 지름길이다. 결코 딴 길은 없다.

가정의 달 푸른 5월은 그래서 현대적 우리의 삶에서 매우 의미 있는 달이며, 천국의 기쁨과 평화를 이 땅의 가정에서 미리 체험하는 사랑과 축복이 임하는 기회의 달이기도 하다.

                                                                                                - 계간 상록수문학(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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