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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현충일 -전수덕 왜 애 앵 ~ 정각 10시 사이렌이 운다 세상이 멈추고 걸음도 멈추었다 고개 숙인 세인들의 꼭 다문 입술은 가늘게 떨리고 하늘마저 슬픔을 머금은 듯 뿌옇기만 하다 지저귀며 노래하던 산새들도 슬픈 영혼들의 추모에 동참한다 뿌연 슬픔이 내려앉은 녹색 바다 젖은 영혼들의 숨결이 일렁이고 사이렌 소리는 습자지에 물 스며들 듯 임들의 숭고한 넋 기리며 세상 구석구석 스며들리라 당신께서 몸 바쳐 지키신 조국이라는 값진 이름 단연코 더럽히지 않겠다는 의연함으로 번뜩입니다 임들께서 걸으신 숭고한 길 고귀한 뜻 값진 희생 어찌 잊으리오.

2022.06.06

단오(곽재구)

조선의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1758-1813)의 '단오' 사랑하는 이여 강가로 나와요 작은 나룻배가 사공도 없이 저 혼자 아침햇살을 맞는곳 지난밤 가장 아름다운 별들이 눈동자를 빛내던 신비한 여울목을 찾아 헤메였답니다 ​사랑하는 이여 그곳으로 와요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를 감겨 드리겠어요 햇창포 꽃잎을 풀고 매화향 깊게 스민 촘촘한 참빗으로 당신의 머리칼을 소복소복 빗겨 드리겠어요 그런 다음 노란 원추리꽃 한송이를 당신의 검은 머리칼 사이에 꽃아 드리지요 사랑하는 이여 강가로 나와요 작은 나룻배가 은빛 물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곳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칼을 빗겨 드리겠어요.

2022.06.03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모든 순간이 꽃봉우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 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자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2022.05.31

오월이 가기 전에

오월이 가기 전에 - 청해 서해석 뜨락에 모란이 지기 전에 빠알간 장미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날에 못내 가슴에 담아둔 사랑한단 말 한마디 하고 가자. 파아란 하늘 해맑은 햇살이 온 산하를 감싸 안은 포근한 날에 미안하다는 그 말 한마디 건네고 가자. 그렇게도 갈망하던 5월이었지 않은가 아쉬운 작별 인사도 하기 전에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자. 알알이 멍울이 맺혀 숨 막히는 응어리를 용서한다는 말 한마디도 내려놓고 가자. 남태평양 샌디에이고 오션 눈 시린 듯 아련하다. 저 푸르른 5월이 가기 전에 동산에 올라 휘파람을 불자.

2022.05.30

오늘을 위한 기도

오늘을 위한 기도 - 김소엽(대전대 석좌교수) 잃어버린 것들에/ 애닳파하지 아니하며 살아있는 것들에/ 연연하지 아니하며 살아가는 일에/ 탐욕하지 아니하며 나의 나됨을 버리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내 안에 살아있는/ 오늘이 되게 하소서. 가난해도/ 비굴하지 아니하며 부요해도/ 오만하지 아니하며 모두가 나를 떠나도/ 외로워하지 아니하며 억울한 일을 당해도/ 원통해하지 않으며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해도/ 절망하지 아니하며 우리 이렇게 예수 믿고 구원 받아/ 오늘 함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감격하는/ 오늘 하루 되게 하소서. 누더기를 걸쳐도/ 디오게네스처럼 당당하며 가진 것 다 잃고도/ 욥처럼 하나님을 찬양하며 천하를 얻고도/ 다윗처럼 겸손히 엎드려 회개할 줄 아는 넓고 큰 폭의 인간으로/ 넉넉히 사랑 나누며..

202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