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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두둥실 대보름 둥근달 높이 솟아 오르면 소원 빌었다는 옛사람들 대보름날에 맛 있는 오곡밥 말려둔 나물 반찬 잣 호두 부럼을 깨고 아이들의 불놀이 어른들의 윷놀이 처녀들의 그네 뛰기 오는 여름 더위팔기 등 마을 잔치 모두 신났었지. 지금 코로나 시대 마스크 쓰고 다니는 풍요하지만 외로운 사람들 오곡밥에 과일 잘 먹었어도 어쩐지 아쉬운 이날 아, 돌아가고 싶다 가난하였으나 대보름 달 떠오르던 그 시절 그 마을로.

2022.02.15

겨울 화원에서

큰 비닐하우스 화원 밖엔 눈보라 쳐도 온실이고 공기도 해맑아 새삼 놀라니 아늑하다. 각가지의 꽃들이 가장 예쁜 표정으로 환히 웃으며 향을 피우니 향기롭다. 들풀도 이곳에 오면 어느 새 꽃 피우며 꽃으로 당당히 대접 받으니 평등하다. 화원에 키 큰 나무들 외래종 묘목으로 와서 자라 한글로 이름표 차고 있으니 가족이다. 꽃들은 초록 향기 나뭇잎들도 초록 향기 화원에 늘 초록 향기 가득하니 에덴 같다. 세상은 갈수록 혼탁한데 나도 상록수 한 그루 되어 날 지으신 분께 초록 향기 피우며 여기 살고 싶다.

2022.01.28

그대 뒷모습

앞모습에만 모두의 관심 있어 매력 있는 웃음 매혹적인 속삭임 화장하고 넥타이 매고 브럿지도 달고 또 성형수술도 하고 다양하게 꾸미고 더 예쁘게 더 멋지게 포장하는 가면을 쓴다. 웃을 줄도 자랑할 줄도 화장할 줄도 넥타이도 없고 브럿지 하나 없으니 뒷모습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코로나 19가 찾아왔나보다. 거짓된 앞모습 몽땅 가리려고 뒷모습이야 말로 참 모습이라고 가르치기 위해 하늘이 주신 그대로 꾸미지 않은 순수한 그대 뒷모습 언제나 보고 싶다.

2022.01.11

눈 오는 날의 기도

눈 오는 날의 기도 -김옥례 눈 오는 날엔 눈이 되게 하소서 가슴에 묻어 놓았던 시어 같은 슬픔들이 기도가 되어 하얀 빛으로 쌓이게 하소서 세상 보는 눈을 투명케 하여 사슴의 눈처럼 되게 하시고 모든 이들의 허물 덮는 사랑의 눈이게 하소서 우리 죄가 주홍 같을 지라도 눈처럼 희게 하신다는 말씀이 죄인들 가슴 속에 가득 내려 구원의 눈이게 하소서 주님의 사랑이 눈의 무게로 쌓여 마침내 눈물의 샘 되어 맑은 강으로 흐르게 하시고 많은 이웃을 위한 아픔이게 하소서 나의 마지막 눈 쌓인 언덕 넘을 때 주님과 함께 손잡고 나란히 바르게 걸어 온 아름다운 발자국이게 하소서 그래서 많은 분들의 가슴 속에 눈처럼 살다가 갔노라고 눈 오는 날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게 주님, 그렇게 살게 하소서.

2022.01.04

다시 새해를 주시고

다시 새해를 주시고 김소엽(1944~ ) 수없는 실수와/ 잘못된 삶에도 책망치 않으시고 다시 새날과 새해를 주시는 하나님 새롭게/ 다시 시작해 보라고 너는 내 사랑하는 자녀이니 내 안에서 충분히/ 다시 출발할 수 있다고 다시금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 매일 아침/ 주의 말씀을 듣게 하시고/ 보게 하소서 말씀의 양식으로/ 지팡이를 삼게 하소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닫게 하소서 나의 나날이/ 기도로 열려지고 기도로 빗장 걸게 하시며 성령의 날빛과/ 은혜의 씨줄로 하루를 엮어/ 감격으로 젖는 카이로스의 시간 위를 눈 감고도/ 걸어가게 하소서.

2022.01.03

한 해를 마치는 마음

한 평생 험한 세월 속에서도 주님의 일만 하고 살았으니 잘 했다. 은퇴 후 대도시를 떠나 문학 선교에 정진하고 있으니 참 좋다. 주신 자녀 삼남매 양육하여 모두 성직자로 주 섬기고 있으니 기쁘다. ‘인생 칠십 고래희’인데 칠순고개, 팔순고개 넘어 미수 언덕 향한 또 한 고개 넘었으니 감사다. 평생 날 인도하고 함께 하신 주 여생도 나와 함께 하시리니 내 잔이 넘친다. 할렐루야!

2021.12.31

인류의 가슴마다 별 하나씩

인류의 가슴마다 별 하나씩 - 성탄절에 요즘엔 별이 없습니다. 별들을 볼 수 없습니다. 태양이 있으나 구름 잔뜩 가리면 볼 수 없듯 날마다 매연과 미세먼지 하늘로 올라가 가려 밤하늘 별들이 모두 시골로 이사 가버렸습니다. 저녁 예배드리려 교회 언덕길 오를 때마다 밤하늘 가득한 수많은 별을 가슴에 안고 꿈을 꾸며, 시와 믿음과 그리움을 키웠던 그 가난했던 청소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우리는 역사 이래 처음으로 별 하나 볼 수 없는 외로운 시대에 살지만 또 코로나 역병으로 마스크를 쓰고 살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지극하셔서 첫 성탄절 동방박사들 인도하던 큰 별처럼 해마다 아기 예수, 임마누엘로 탄생 시켜 그를 마음에 영접하는 자 가슴마다 별 하나씩 안겨주십니다. 그것은 사랑, 평화가 깃든 구..

2021.12.25

행복한 12월 (정용철)

나는 12월입니다. 열 한달 뒤에서 머무르다가 앞으로 나오니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네요. 돌아설 수도, 더 갈 곳도 없는 끝자락에서 나는 지금 많이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나는 지금 나의 외로움으로 희망을 만들고 나의 슬픔으로 기쁨을 만들며 나의 아픔으로 사랑과 평화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를 '행복한 12월'이라 불러 주세요.

202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