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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비상

- 박종권 벌써 당신은 바쁘시다 움추린 나무들을 깨우시고 꽃 눈 부릅 틔우시고 상큼한 내음 나는 2월의 남풍 봄 기운 역력하다. 산허리 돌아서면 얼었던 생수 쪼르르 한 옥타브 높게 실로폰을 때린다. 아, 당신이 지으신 온 세상 만물들 거룩한 하늘을 바라보면 당신은 탕자인 나를 포옹하신다 어쩌면 나는 진정 대자연 중 티끌 하나 허나 사랑 있는 한 대 자연은 오로지 나를 위해 존재할 뿐이니 날개를 펴자 어디론가 슬픈 것들은 버리고 당신의 날개 위에 매달려

2023.02.10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 이해인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눈이 맑아집니다 부정적인 말로 남을 판단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말로 남을 이해하려 애쓰게 됩니다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맑은 웃음이 늘 배경처럼 깔려 있어 만나는 이들을 기쁘게 할 것입니다 매우 사소한 것일지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를 위해서 열려 있는 사랑의 행동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보석입니다 찾기만 하면 늘 널려 있는 이 보석을 찾지 못하는 것은 저의 게으름 때문이겠지요 늘 감사하며 사는 맑은 마음엔 남을 원망하는 삐딱한 시선이 들어올 틈이 없을 것입니다 참으로 고운 마음이란 잘 알아보지도 않고 남을 비난하고 흥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요.

2023.02.09

쓰레기통

- 김대규(1960년 등단 시인)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며 세상을 떠나신 분이 생전에 시집 한 권 보내주셨다. 이제 생각해보니, 그 시집은 내게 버린 거였구나. 그랬었구나. 나는 쓰레기통이었구나. 누군가에게는 쓰레기가 누군가에게는 귀중품이 되는구나. 쓰레기통이 되는 일도 참 행복하구나. 나의 시도 누군가의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될 수 있을까. -------------------------------------------------------

2023.01.30

새해 인사

- 나태주 글쎄, 해님에 달님을 삼백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외 수 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무엇을 더 바라시겠습니까?

2023.01.23

택배로 온 햇볕

- 박성배(1940- 2021) 첫 애 손잡고 입학식 가던 교문에 내리던 햇볕이 어린이집 끝난 손녀 손잡고 가는 골목에도 쏟아진다 대학생 때 전차비 아끼려고 걷던 종로에 내리던 햇볕이 주차한 자가용 위로도 쏟아진다. 엄마 손잡고 외가 갈 때 논두렁에 내리던 햇볕이 베란다에도 쏟아져 추위 견디는 군자란을 덮고 있다 택배 현관 앞에 둡니다 택배기사가 코로나 피해 문자를 보냈다 김 한 톳, 초콜릿 한 개, 마스크 한 장 곁들인 신년 콩트와 새해 기쁨과 복을 비는 인쇄물 한 장 작년에도 왔지만 또 오리라 생각 않고 있던 이** 소설가가 보낸 택배가 햇볕으로 쏟아진다 햇볕을 누가 물어보고 내려주는가 햇볕을 누가 뒷날 보고 쏟아주는가 햇볕 가격 계산하면 누가 한 줌 받아 쬐겠는가 새해 아침 택배로 온 햇볕이 그냥 ..

2023.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