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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드리는 기도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시월을 상달(上月)이라 했습니다. 상달에는 달이 가장 높이 뜬다는데 시월에는 우리의 믿음이 저 높은 곳을 향해 날마다 드높이 솟아오르게 하소서. 상달에는 보름달이 가장 밝다는데 시월에는 우리의 사랑이 저 어두운 대지를 향해 날마다 밝게 타오르게 하소서. 상달에는 햇곡식으로 하늘 제사 드렸다는데 시월에는 풍성한 오곡백과 추수하여 감사와 기쁨의 찬미를 하나님께 이웃과 더불어 즐겁게 나누게 하소서. 이것이 시월 상달에 드리는 우리의 상달(上達)되는 기도입니다.

2021.10.01

강강수월래의 추억

둥근 달이 두둥실 떠오르는 한가위 그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이순신 장군이 군사전략으로 시작했다는 ‘강강수월래’를 기념하려는 남녀노소들이 전라도 해안 마을마다 넓은 곳에 가득 모여 남녘의 민속놀이에 기쁘게 뛰 놀았었지. 그때는. 여자들은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남자들은 바지와 잠바를 입은 채로 아무나 손잡고 큰 원으로 천천히 돌며 재치가 있는 누구의 선창에 따라 ‘적군이 강을 넘어 온다’는 경고의 노래로 ‘강강수월래’를 힘차게 불러 힘을 과시했다. 처음엔 천천히 돌며 모두 ‘강강술래’ 네 번 부른 후, 선창자가 조금씩 빠르게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전라도 우수영은(강강술레) 우리장군 대첩지다(강강술레) 장군님 높은 공은(강강술레) 천추만대 빛나리라(강강술레) 선창자 노래가 차츰 빨라지며 잘못된 세상 비꼬..

2021.09.22

수녀(이해인)

누구의 아내도 아니면서 누구의 엄마도 아니면서 사랑하는 일에 목숨을 건 여인아 그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부끄러운 조바심을 평생 혹처럼 안고 사는 여안아 표백된 빨래를 널다 앞치마에 가득 하늘을 담아 혼자서 들꽃처럼 웃어보는 여인아 때로는 고독의 소금 광주리 머리에 이고 맨발로 흼 모래밭을 뛰어가는 여인아 누가 뭐래도 그와 함께 살아감으로 온 세상이 너의 것임을 잊지 말아라 모든 이가 네 형제임을 잊지 말아라.

2021.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