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7

세월 탓

- 홍용선 세상의 모든 색을 합쳐봐야 빨, 주, 노, 초, 파, 남, 보에 먹샛까지 겨우 여덟 가지밖에 안 되는데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것도 제대로 못 쓰면서 그림 탓만 한다. 세상의 모든 글자를 다 해 봐야 기억, 니은, 디귿, 리을......... 겨우 스물 넉자밖에 안 되는데 시를 짓다 보면 그것도 제대로 못 쓰면서 글자 탓만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과거, 현재, 미래 다 합해 봐야 겨우 백 년도 안 되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 살면서 공연히 세월 탓만 한다.

2022.12.28

종소리

종소리 - 이탄(1940~ 2011) 나는 항상 성탄절이다 누가 누구하고 싸울 때도 내가 싸우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거룩한 빛의 날 성탄절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겐 365일이 온통 성탄절이다 나에게 듣기 싫은 목소리로 마치 야단치듯 대하거나 좋은 말을 해주거나 3.8선을 생각하거나 나에게는 감사한 마음이다. 모두, 감사한 마음이 퍼져나가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2022.12.26

사람을 찾습니다

- 김용언(영랑문학 대상 수상) 모든 걸 내어주고도 마음 넉넉한 겨울나무 같은 사람은 없을까 비탈이나 음지에서 발이 묶여 있어도 미소를 잃지 않은 나무를 보면 그런 사람이 그립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동안童顔의 미소를 나눠주고 내일이 있으니 주저앉지 말고 일어나라고 위로를 건네 줄 사람 만날 수 있을까 입술이 불그레하고 손발 따뜻하고 가슴 속에 작은 화산을 품고 사는 사람 어디가면 만날 수 있을까 실연의 아픔으로 세상이 어둡다고 생명을 반납하는 사람에게 불빛이 되어 줄 사람 만나고 싶습니다. 겨울나무는 빈 몸으로 혹한의 어둠 속에 있어도 외롭지 않습니다 천길 땅 속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나무 같은 사람 어디 없을까 그런 사람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달려가고 싶다.

2022.12.19

큰 빛

유승우 교수(인천대 명예) 철을 가리지 않습니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제 몸을 태워 만드는 빛을 주기만 하고 받을 줄 모릅니다. 시선도 받지 않고, 박수도 거부합니다. 아무도 쳐다보지 못합니다. 밝음과 따뜻함을 주기만 하는, 태양은 큰 빛일 뿐, 스타가 되지 않습니다. (소솔) 지구의 만물을 사랑하여 매일 세상에 희생으로 빛을 쏟아주어 만물의 생명을 유지하게 하면서도 태양은 자랑하거나 박수도 거부합니다. 큰빛인 태양은 참 빛으로 세상에 오셔서 하나님의 사랑을 쏟아 십자가 죽음으로 인류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은유한 신앙 시입니다.

2022.12.16

구름 기둥과 불 기둥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바로와 대결하는 모세와 아론이 힘이 부치자 열 가지 재앙으로 바로를 항복하게 하신 여호와 하나님. 사람들은 물론이요 가축까지 함께 이스라엘 자손들이 애굽 땅 고센에 거주한지 꼭 430년 되는 날에 드디어 출애굽하게 하신다. 앞장서서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 지름길인 홍해의 광야 길을 돌려 우회하게 하는 뜻은 그 길에서 브레셋 사람들과 전쟁하면 용기 잃은 이스라엘 사람들 애굽으로 돌아 갈 것 염려함이니, 이스라엘 사람들 구름 기둥, 불기둥 움직이면 따르고 정지하면 정지하였나니 광야 유목민 삶이라도 우여곡절 있었으나 결국 순종하였나니.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시내 광야보다 더 험난한 이 세상에서 구름 기둥 불기둥 보다는 훨씬 환한 지름길로 가다가 실족하고 절망하며 ..

202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