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씨 뿌리고 가꾸기 두달여 아기 주먹만한 몸속으로 더운 햇볕과 지열을 흡수하고 자꾸만 불 지피더니 어느 날 시원한 진한 녹색 띠 돌돌돌 두른 커다란 여름덩이로 뜨겁게 뒹군다. 마침내 젊은 주인 내외 환히 웃으며 백여 통 따서 농협에 팔고 다섯 덩이 집에 가져와 냉장고나 찬 우물에 넣고 이튿날 무더운 날 노인정에 모신 동네 어른들께 가슴 활짝 열어젖히고 여름덩이 잔치 할 때 - 와, 잘 익었다. - 야, 맛있겠구나. 환하게 피어나는 새빨간 웃음 따라 어른들 얼굴에 피는 주름진 웃음꽃들... - 박서방, 고생 많이 했슈. - 다 어르신들 덕택이지유. 서로 먹으라고 권하는 사이 무더위는 기가 꺾여 사라지고 살맛나는 세상이 되어간다. - 더운데, 시원한 수박 좀 드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