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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조규옥 ​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 뒤돌아보면 낮은 곳으로 내려가겠다는 다짐은 간 곳 없고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버둥대며 살아온 삶이었습니다. ​ 이제 참회의 촛불을 켜렵니다. ​어려운 자들과 고통 받는 자들에게 열리지 않았던 가슴을 마지막 남은 단 며칠만이라도 활짝 열어 그들과 함께 하게 하소서 ​ 겨울 숲 빈 나뭇가지에 밝게 스미는 햇살처럼 저마다의 가슴속에 한 줄기 사랑의 빛이 스미어 오래도록 머물게 하소서 ​ 그리하여 모두가 희망으로 가득 찬 새해를 맞이하게 하소서.

2022.12.01

- 윤준경 “이제는 별이 없다고”고 말하지 마세요 상처 난 가슴으로 저녁 강에 서면 물 따라 흐르는 별의 운무 황혼이 쓸어간 가을의 끝 마른 잎새들을 소리 낮춰 밟으면 지친 어깨 위로 날개처럼 돋는 별이 있습니다. 교회당 뜰에 서보지 않고 “이제는 별이 없다”고 하지 마세요. 새벽기도를 마치고 문을 나서면 하늘 가득 나를 기다린 별의 무리들 초롱초롱 내 속까지 비춰줍니다. 세상이 하 어두워 나도 별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길이 없고 캄캄할 때 하늘을 보세요. 하나의 창이 닫힐 때 또 하나의 창을 열어두신 하나님 별이 되어 거기 계십니다.

2022.11.25

이 가을엔

- 최은하(1959년 자유문학 등단) 이 가을엔 내 그림자를 훤히 들여다보게 하십시오 버릴 것은 샅샅이 찾아내어 버리게 하시고 아무런 무게 없이 눈부신 날개만 달게 하십시오. 스스로 미망의 덫으로부터 헤어 나오게 하시고 숨 돌려 제시간을 정확히 알아차리게 하십시오. 이 가을엔 가벼이 안경을 벗고 잠들게 하십시오. 깊이 잠들에 하십시오, 바다 한 가운데 그 품속으로 지내온 날들의 지울 수 없는 이야기를 골라 홀로 따습게 가진하게 하십시오. 이 깊은 가을 밤엔

2022.11.21

단풍지는 의자에 앉아

- 유소솔 단풍잎들이 휘날리는 작은 숲 의자에 앉아 따스한 햇빛과 가을 향에 취하다 낙엽을 헨다 하나, 둘, 셋, 넷... 또 다시 헨다 하나, 둘, 셋, 넷... 여름 무성한 잎으로 눈을 밝게, 시원케 하고 가을엔 색동옷으로 기쁨 주고, 지는 모습에 - 넌, 자연의 은혜 감사했느냐 - 넌, 남을 기쁘게 하며 사느냐 마음 울리는 세미한 음성에 나는 단풍처럼 얼굴 붉힌다. 늦가을은 자신을 돌아보고서야 겨울을 맞는 계절인가 보다.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