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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등대

망망한 푸른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는 네 하얀 기백에 폭풍우는 기가 죽고 눈보라도 자즈러든다. 안개 자욱한 날이나 캄캄한 밤이면 눈에 불을 켜고 땅에서 솟아난 별이 되어 바다를 지키느라 밤을 지새우며 아침 햇살 쏟아지면 눈 부셔 기도하듯 잠이 들다가 멀리 배가 보이면 겹겹이 쌓인 외로움 배에 실려 보내고 갈매기들 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쇼에 비로소 위안 받으며 미소 짖는다. 네 외로움 있어 배를 탄 사람들의 지루함이 달래지고 네 괴로움 있어 배를 탄 사람들의 공포가 사라진다면 정성 다해 키운 아이를 도시로 떠나보낸 우리의 농촌 어머니들처럼 너는 인자한 바다의 어머니여라. -(2008. 8.2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21.08.08

미국 어느 한인교회 2

- 정 깃든 소소한 마음 목회하는 사위 찾은 여름 여행 교회당 옆 사택에서 지내며 새벽마다 나가는 교회 기도회 차 몰고 오는 6인 새벽성도들, 정겹다. 기도회 끝난 후 더 기도하다 나와 사택으로 가는 길 옆 우편함 밑 잔디에 가끔 눈에 띤 흰 비닐봉지 하나 궁금하지만 그냥 지나친다. 조금 후 딸이 가져 온 비닐봉지엔 배추 한 폭이 들어 있고 어느 날엔 양배추, 무, 깻잎, 도마도 등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채소들 40년 전, 이민 온 어느 할머니 권사가 조그만 집 텃밭 일궈 씨 뿌려 얻은 것들 목회자 가족과 함께 나누는 소소한 마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정겨운 마음 60년 전 한국 농촌교회에서 흔히 있던 미담 오늘 한국의 농촌교회에서도 이미 사라진 꿈같은 얘기, 전설 같은 이야기가 미국 한 작은..

2021.08.05

어느 무더운 날의 일기

아파트 관리실 통보 따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정전停電되던 날 103년 만에 찾아 온 무더위 에어컨, 수돗물, TV, 컴퓨터 모두 먹통이 되는 시간 함께 사는 아들 내외와 손녀 12년 만에 모처럼 미국 여행 나는 외톨이 활짝 열린 창엔 바람 한 점 없고 땀이 나고 답답해 현관밖에 나왔으나 아뿔사, 엘리베이터도 중지 어두운 비상구 13층 계단 손잡이 잡고 조심히 내려가는데 갑자기 작은 빛 하나 동시에 세미한 음성 들린다. - 전기 없으면 살 수 없는 인생아, 하나님 은혜 아니면 잠시도 살 수 없는 너! “ 오, 주여, 임마누엘 오소서!” 난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온 몸에 땀과 눈물 흘리며 주님 찾고 있을 때 어느새 마음에 강물처럼 평화 임하고 이상스럽게 덥거나 답답치 않아 집으로 올라가 찬양으로 더위..

2021.08.02

8월의 기도

8월에는 물러가게 하소서 폭서가 물러가고 탐욕이 물러가고 코로나19가 물러가게 하소서, 8월에는 회복되게 하소서 예배가 회복되고 경제가 회복되고 참 자유가 회복되게 하소서. 8월에는 가득하게 하소서 사랑이 가득하고 소망이 가득하고 행복이 가득 하게 하소서. 8월에는 일어나게 하소서 믿음이 일어나고 정의가 일어나고 나라 사랑이 일어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우리 모두 일어나 새 일을 행하게 하소서.

2021.08.01

탈북민의 말

남한이 북한보다 좋은 것 너무도 많고 많은데 북한이 남한보다 좋은 것 딱 세 가지 있단다. - 별이 총총하게 보이는 것 - 이웃과 정답게 지내는 것 - 기억력이 언제나 좋은 것 그렇다면 우리는 너무 편하고 욕심이 많다는 게 아닌가. 우리의 대기오염 줄이기 위해 승용차 줄여 좀 덜 편하게 살고 연기 품는 공장 줄여 좀 덜 벌고 아파트 사촌으로 서로 정답게 핸드폰 사용 줄여 암기력 키우면 더 좋은 나라 만들 수 있겠다. 탈북민들의 말처럼 우리 잘못 알고 고쳐나간다면 더 행복한 나라가 될 텐데 한번 길들인 편안한 개인 삶의 자유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풀수 없는 영원한 숙제다. 성숙한 시민의식만이 향기로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여!

2021.07.27

비아 도로로사(via Dororosa)*

눈물 없이 갈 수 없는 아픔 없이 갈 수 없는 통곡의 길 그러나 우리는 눈물 한 방울 없이 걸어갔습니다. 그 분의 핏자국으로 얼룩진 피와 땀 없이는 갈 수 없는 고난의 길 그러나 우리는 땀방울 하나 없이 걸어갔습니다. 이마의 가시관에서 핏방울 흘리며 무거운 십자가 메고 가신 십자가의 길 그러나 우리는 十字架 없이 그냥 올라갔습니다. 가시다가 쓰러지고 또 쓰러지고 무려 일곱 번이나 쓰러지셨다는 탈진(脫盡)의 길 그러나 우리는 힘이 넘쳐 그냥 올라갔습니다. 더러운 흙먼지가 펄펄 날리고 거친 돌들에 맨발이 상하시던 고통의 길 그러나 우리는 고운 돌들로 잘 닦인 길, 걸어갔습니다. 우리는 그 길을 오르는 동안 주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더러는 기도도 하고 잠시 슬픔의 마음도 가졌으나 성지순례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걸..

2021.07.26

하루에 4계절 산다면

7월 무더위 짜증나는 계절에 사우디아라비아 맵스에서 일하는 친구 아들이 보낸 카톡 사진과 글 친구가 다시 내게 보내어 살펴본다. 사우디 나라는 열대 무더운 나라 홍해 쪽에 있는 맵스 도시의 기후는 하루에 4계절을 산단다. 이게 무슨 말일까? 아침엔 봄처럼 따뜻해 꽃들이 피고 낮에는 여름처럼 무더워 일 못하고 저녁엔 가을처럼 서늘해 꽃이 지고 밤에는 겨울처럼 솜이불 덥고 잔단다. 처음 한 달 동안 무척 힘들었으나 이젠 하루 4계절의 삶 조금씩 적응 되어 날마다 네 번씩 옷을 갈아입느라 옷장에 4계절 옷들이 가득하단다. 하루에 한 계절 느낄 사이도 없이 금방 계절이 지나가 버리니 허무하고 한국에 있을 때 몰랐던 해마다 4계절 한국의 날씨가 최고란다. 봄이 그리워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고 여름휴가에 가서 놀던..

2021.07.21

칸나 한 송이

60년 전 무더운 7월 논산훈련소 야외 훈련마치고 군가 부르며 늦은 오후 돌아 올 때 사람도 지치고 군가도 맥이 빠져 군인 같지 않을 때 - 원기부족! 다시 한다 군가 시작 하나, 둘, 셋, 넷! 몇 번이나 호령하던 인솔자 하사관도 조금씩 지쳐갈 때 우릴 웃음으로 맞아 준 화단의 새빨간 키다리 칸나 한 송이! 우리는 어느새 힘이 솟아 군가를 힘차게 불렀지 -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그때의 꽃 한 송이 보약보다 좋았는데... 지금도 알고 싶네 그 신비한 뜻을.

202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