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기적 날마다 기적 - 정해송 3초 2초 1초 카운트다운과 함께 곧장 레이스로 나아간다. 총 길이 9만 킬로미터 달까지 거리의 4분지 1쯤되는 거리를 1분에 거의 3번 서로가 뒤질세라 굽이굽이 빈틈없이 내달리는 핏줄 속 피톨이다. 살아 있는 한 하루 4,320회, 연 157만 6800회의 우주여행 스케일 순환선을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붉은피톨 흰피톨 날마다 기적이다. 시 2022.08.18
바다 바 다 유승우(인천대 명예교수) 푸르고 큰 눈입니다. 눈물 마를 날이 없습니다. 아침이면 해를 낳는 기쁨으로 울고, 저녁이면 해를 잃는 아픔으로 웁니다. 울 때마다 피눈물입니다. 바다는 어머니의 눈입니다. 시 2022.08.11
소라 이야기 소라 이야기 - 고훈 모두 비웠다 그리고 나는 파도소리가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는 생명을 꺼내 주었고 사랑한 사람에게는 그들의 추억을 채웠다 위대한 삶은 가치의 필요함에 있지 않고 쓰임의 충분함에 있다 별 것 아니다. 사람은 살면 산다. 사랑하는 사람아 오늘은 우리도 소라가 되어 누군가에게 바닷소리를 날마다 들려주지 않겠는가. 시 2022.08.06
냇가로 가자 냇가로 가자 박희진(1931~ 2015) 아이야 우리 냇가로 가자 맨발로 맨발로 냇가로 가자 맑고 시원한 생명의 물에 아이야 네가 먼저 손발을 담그어라 네 새끼손가락은 송사리 될 것이고 엄지발톱은 진주로 빛나리라 물 위에 비친 네 두 눈은 물매미 되어 빙글빙글 돌 것이고 네가 웃으면 앞니 빠진 네 얼굴이 귀여워서 나는 입 맞추리 하늘의 복숭아 냄새 나는 볼에 이윽고 나는 풀밭에 늘어지리 물에 발 담근 채 하늘에 눈 주다가 꿈도 없는 단잠에 떨어지리. 시 2022.07.30
그대 오시라 그대 오시라 - 채희문 그대 오시라, 빗발처럼 오시라 한 여름 무더위를 식히며 퍼부어대는 장대비처럼 오시라, 와서 메마른 이 가슴에 한바탕 파도로 물결치시라. 그대 오시라, 눈발처럼 오시라 겨울밤 소리 없이 내려 쌓이는 함박눈처럼 오시라, 와서 적막한 이 가슴에 황홀한 눈보라를 일으키시라. 그대 오시라, 질풍처럼 오시라 먹구름 한 순간에 찢으며 내리 꽃히는 번갯불처럼 오시라, 와서 갈급한 이 가슴에 절정의 벼락불을 때려주시라. 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 촛불처럼, 가쁜 숨결로 타들어 가는데 그대 오시라. 사랑이여, 어서 빨리 달려오시라. 시 2022.07.18
장엄한 일몰 장엄한 일몰日沒 - 김소엽(대전대 석좌교수) 해의 죽음을 보았는가 해는 장엄하게 죽어서 해는 다음날 다시 태어난다. 당신의 늙음 곁에 가만히 당신 손등 어루만지는 햇살처럼 당신의 불면의 밤 조용히 차올라 당신의 침상을 지키는 보름달처럼 신神을 모두 떠난 빈자리에 소리 없이 당신 옷깃에 스며드는 바람처럼 나는 당신 곁에서 일몰을 지키리 가득 그리움 번져 타는 진홍의 색깔로 당신 가는 길 수 놓은 노을처럼 장엄하고 아름다운 일몰을 지키리. 시 2022.07.16
장마 장마 천상병(1930~ 1993)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 심야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 어귀를 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다오. 시 2022.07.15
칸나(소솔) 해바라기 닮으려고 발돋움, 발돋움 하더니만 어느새 키다리가 되었네. 가슴에 품은 불덩이 자꾸만, 자꾸만 피우더니만 마침내 새빨간 꽃이 되었네. 보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조금씩 타는 가슴 하늘 그리움의 불꽃이 되었네. 시 202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