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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

무궁화 꽃 - 백승훈 사랑이 마음에 피는 꽃이라면 내 사랑은 무궁화 꽃이었으면 좋겠네 짧은 봄날 화르르 피었다 지는 벚꽃도 아닌 처음의 순백의 꽃빛 저버리고 갈색으로 지는 백목련도 아닌 무궁화 꽃 같은 사랑이었으면 좋겠네. 화려하게 피는 꽃일수록 질 때는 참혹하게 지는 법인데 석달 열흘 꽃을 달고 살면서도 무궁화는 날마다 새 꽃을 피우고지는 펼쳤던 꽃잎 곱게 갈무려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는다 부디 내 사랑의 끝도 무궁화 꽃 지듯 정갈하기를

2022.07.09

레드메이드 인생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1902- 1950) 신문과 잡지가 붓이 닳도록 향학열을 고취하고 피가 끓는 지사(志士)들이 향촌으로 돌아다니며 3치의 혀를 놀려 권학(勸學)을 부르짖었다. -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 - 상놈도 배우면 양반이 된다. - 가르쳐라. 논밭을 팔아서라도 가르쳐라. - 돈이 없으면 고학(苦學)이라도 해야 한다. - 공자 왈 맹자 왈은 이미 시대가 늦었다. - 상투를 깎고 신학문을 배워라. - 부녀자들에게 야학(夜學)을 실시하여라. 민간의 유지들은 돈을 걷어 학교를 세웠다. 민립(民立)대학도 생기려는데, 총독부가 막았다. 애족청년회에서 부녀들에게 한글을 야학으로 가르쳤다. 일반 사람들은 가난한 고학생들을 존경하였다. 여학생이라는 새 단어가 생기고 신여성이라는 새 여인이 생겨났다.

2022.07.07

7월 초하루의 기도

7월 초하루의 기도 - 소솔 한해의 전반 코스 마치고 후반 코스를 스타트하는 시간 새해 맞아 어둠 벗고 빛의 사람으로 살겠다던 그 다짐이 아직도 유효한지 미리 살피고 점검하였으나 허물 많음에도 용서하시고 인도해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이제 하프 어게인* 선상에서 마음을 새롭게 재충전하여 한 해의 후반 코스를 향해 믿음의 선한 삶을 위해 기도하오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힘차게 솟아오르듯 새생명의 힘찬 사랑을 날마다 새롭게 부어 주시고 이 땅에 하나님 아는 지식이 넘쳐 하나님의 샬롬**으로 가득차게 하소서. * 하프 어게인(half-again): 코스의 반환점 ** 샬롬(shalom): 히브리어로, 평화, 평강, 영과 육의 강건을 뜻함

2022.07.01

6월의 바람

6월의 바람 - 홍계숙 신록 우거진 숲속 샅샅이 훑는 6월의 바람 금년에도 흐느끼며 불 것 같다.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떠돌다가 녹슨 철모 벗지 못한 채 어머니, 외치고 있는 영혼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흘러간 70여년 세월 고귀한 핏줄 조국에 바친 가슴엔 뽑아도 뽑아도 돋아나는 그리움의 잡초 무성한데 아, 지금도 들려오는 포성소리 끝나지 않은 바람 앞에서 피난길 떠났던 백발의 소녀 안개꽃 흩뿌리며 기도드린다. 녹슨 철조망 걷어낼 수 있기를 견고한 분단의 벽 허물 수 있기를

2022.06.25

6월

6월 ​ - 김용택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

2022.06.24

당신은 (윤병춘)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당신은 나의 창문을 두드리며 당신의 고요 속에 가두어주었습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당신은 나를 가둔 어둠을 내쫓고 나의 생명이 되어주었습니다. 아무도 나의 어둠을 씻기지 않고 가물거리는 등불마저 꺼버리고 돌아섰을 때 당신은 나에게 바다처럼 다가와 세상의 어둠으로 찌든 나의 얼굴을 성수聖水로 씻어주었습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당신은 빛의 사랑으로 나를 안으시고 이 어둠의 세상 속에서 파수꾼처럼 지켜 주었습니다.

202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