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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기적

날마다 기적 - 정해송 3초 2초 1초 카운트다운과 함께 곧장 레이스로 나아간다. 총 길이 9만 킬로미터 달까지 거리의 4분지 1쯤되는 거리를 1분에 거의 3번 서로가 뒤질세라 굽이굽이 빈틈없이 내달리는 핏줄 속 피톨이다. 살아 있는 한 하루 4,320회, 연 157만 6800회의 우주여행 스케일 순환선을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붉은피톨 흰피톨 날마다 기적이다.

2022.08.18

냇가로 가자

냇가로 가자 박희진(1931~ 2015) 아이야 우리 냇가로 가자 맨발로 맨발로 냇가로 가자 맑고 시원한 생명의 물에 아이야 네가 먼저 손발을 담그어라 ​ 네 새끼손가락은 송사리 될 것이고 엄지발톱은 진주로 빛나리라 물 위에 비친 네 두 눈은 물매미 되어 빙글빙글 돌 것이고 ​ 네가 웃으면 앞니 빠진 네 얼굴이 귀여워서 나는 입 맞추리 하늘의 복숭아 냄새 나는 볼에 ​ 이윽고 나는 풀밭에 늘어지리 물에 발 담근 채 하늘에 눈 주다가 꿈도 없는 단잠에 떨어지리. ​

2022.07.30

그대 오시라

그대 오시라 - 채희문 그대 오시라, 빗발처럼 오시라 한 여름 무더위를 식히며 퍼부어대는 장대비처럼 오시라, 와서 메마른 이 가슴에 한바탕 파도로 물결치시라. 그대 오시라, 눈발처럼 오시라 겨울밤 소리 없이 내려 쌓이는 함박눈처럼 오시라, 와서 적막한 이 가슴에 황홀한 눈보라를 일으키시라. 그대 오시라, 질풍처럼 오시라 먹구름 한 순간에 찢으며 내리 꽃히는 번갯불처럼 오시라, 와서 갈급한 이 가슴에 절정의 벼락불을 때려주시라. 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 촛불처럼, 가쁜 숨결로 타들어 가는데 그대 오시라. 사랑이여, 어서 빨리 달려오시라.

2022.07.18

장엄한 일몰

장엄한 일몰日沒 - 김소엽(대전대 석좌교수) 해의 죽음을 보았는가 해는 장엄하게 죽어서 해는 다음날 다시 태어난다. 당신의 늙음 곁에 가만히 당신 손등 어루만지는 햇살처럼 당신의 불면의 밤 조용히 차올라 당신의 침상을 지키는 보름달처럼 신神을 모두 떠난 빈자리에 소리 없이 당신 옷깃에 스며드는 바람처럼 나는 당신 곁에서 일몰을 지키리 가득 그리움 번져 타는 진홍의 색깔로 당신 가는 길 수 놓은 노을처럼 장엄하고 아름다운 일몰을 지키리.

202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