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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고 봄이 오네

겨울이 가네. 겨울이 가네 흰 구름처럼 겨울이 가네. 쌀쌀한 바람 싫지만 함박눈 소복이 내리면 어릴 적 향수에 젖어 마음이 조금은 설레었지 꽃송이 하나 볼 수 없던 겨울이 가네, 겨울이 가네 흰 구름처럼 겨울이 가네. 봄이 오네, 봄이 오네. 초록 이슬처럼 봄이 오네 꽃샘바람 싫지만 봄비 사르르 내리는 날 시골 어머니 생각에 그리움이 차오르네 꽃송이 가득 피우려고 봄이 오네, 봄이 오네 초록 이슬처럼 봄이 오네. ----------------------------------

2021.03.02

양귀비꽃 1

- 독 양귀비 어느 야산에서도 풀꽃은 눈에 뛰지만 꽃박람회에서는 눈에 띄는 꽃 쉽지 않다. 문득 내 시선이 머무는 고혹적인 새빨간 꽃 명찰에는 양귀비꽃 본 이름은 ‘양귀비 초草’ 그의 이름 보고서야 꽃 생태의 흐름을 알고 내게서 미소가 사라진다. 유난히 고혹적인 미모로 당唐 현종玄宗을 사로잡아 나랏일 뒷전, 백성들의 아우성에 안록산 반란 일어나 나라 기울게 한 경국지색 죗값으로, 황제의 명으로 스스로 목매어 죽게 한 양귀비 그녀의 무덤에서 핀 꽃 앵초櫻草 씨에서 나오는 즙은 마약 아편阿片으로 먹는 자, 폐인 되어 죽어가는 독초毒草 이를 어쩌나, 미인이 독을 품으면 그래서일까 언제부터, 사람들은 양귀비꽃을 ‘독毒 양귀비’라고 부르고 지각 있는 나라마다 독 양귀비 추방하니 나도 독 있는 존재일까? 날마다 반..

2021.02.24

말은 꽃입니다 1

우리의 말은 꽃입니다. 예쁜 말은 예쁜 꽃을 좋은 말은 보기 좋은 꽃을 情다운 말은 情다운 꽃을 福을 빌면 福스러운 꽃을 칭찬하면 칭찬할만한 꽃이 우리 마음에서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행복하지요. 우리말을 듣는 사람도 행복하지요. 나쁜 말은 나쁜 꽃을 흉한 말은 흉한 꽃을 욕하면 욕스런 꽃을 더러운 말은 더러운 꽃을 저주하면 저주스러운 꽃이 우리 마음에 고스란히 피어나지요.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불행합니다. 우리말을 듣는 사람도 불행합니다.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고 했어요. 우리가 하는 말이 씨앗이 되어 내 마음 밭과 듣는 마음 밭에 떨어져 계속 자라서 꽃을 피우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말은 꽃입니다. 나도, 내 말을 듣는 사람도 마음에 행복한 꽃을 지닐 수 있게 언제나 아름다운 말..

2021.02.17

신앙인의 행복

이어령의 ‘제비가 물어다 준 신앙의 박씨’를 읽고 “왜 제비는 새들이 무서워 접근하지 않는 사람의 집 처마 밑에다 둥지를 틀까?“ 이런 의문을 품은 소년시절 답 없는 의문만을 쫓아다니던 청년시절 이런 의문들이 남다른 지성을 낳아 대학 교수로, 문학평론가로 우뚝 선 석학 이어령 교수! 그의 도전적 이론에 함구하는 전통학설들 예리하고 기발한 지성은 상아탑 왕자로 우뚝 서 출간한 작품마다 젊은이들의 피 끓게 하고 서적마다 베스트셀러로 지가紙價를 높였으나 그가 해결할 수 없는 딸의 실명失明 앞에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발표하고 마침내 70넘어 세례 받고 크리스천이 되자 어릴 때 품은 의문의 답, 성경에서 찾았다. - 나의 왕, 나의 하나님, 만군의 여호와여 주의 제단에서.....제비도 새끼 둘 보금자리 얻었..

2021.02.15

밤이 외롭지 않은 것은

어둔 밤에도 외롭지 않은 것은 밤하늘 이름 없는 별들이 반짝이기 때문입니다. 오염 많은 세상에서도 향내가 나는 것은 저 들녘 이름 없는 꽃들이 향기를 토하기 때문입니다. 역사 속에 묻힌 이름 모를 숱한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조국이 있고 오늘의 자유가 있다면 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영구한 조국의 평화를 위해 온 힘과 마음을 몽땅 쏟는 작은 빛이고 싶습니다. 작은 향기이고 싶습니다. 이름 모를 저 하늘의 별들처럼 이름 모를 저 들녘의 풀꽃처럼 - 월간 창조문예(2021. 2월호) 게재

2021.02.12

어느 일몰

한 시간 전부터 몰려드는 각처에서 온 관광객들 말레시아 명물 코티키나발루* 세계 3대 선셋sunset 보러. 노을빛 서서히 일며 하늘의 구름과 바다 고운 오렌지 빛 갈아입고 차츰 장밋빛으로 변하더니 일몰 순간 타오르는 저 핏빛 바다, 반짝이는 물결에 피가 흐르고 낮게 뜬 구름에는 새빨간 장미꽃이 계속 피어오른다. 아, 십자가 환상 ! 그리스도는 아직도 구속救贖하시려 날마다 인류를 찾아오시는 구나 이 삭막한 모슬렘 사회 위해 아니, 인류의 죄 대속하시려 오늘도 보혈 흘리시는 환상에 어느새 눈에는 이슬이 가슴에는 기도의 강이 저 핏빛 물결 따라 흐르고 있었다. * 말레시아의 3대 도시로, 세계 3대 선셋 지 - 월간 창조문예(2021. 2월호) 게재

2021.02.06

대나무와 나사렛 사람

자기를 비우며 산다 대나무는 몸 안에 자기가 없고 마음 안에 그가 없기에 신神이 인자人子되고 종이 되어 오신 그 분 속을 텅 비운 공간에도 속을 꽉 채운 매듭형 대나무처럼 인자人子 속에 가득 찬 인류 사랑에 그처럼 사람들을 섬기고 십자가로 죽기까지 사랑했나보다 나사렛 사람은 자기를 비어 사신 그분 역사 속에 가장 우뚝 솟아 부활 승천하여 하나님 우편에 앉으시니] 만민들이 우러러 주主로 고백하는데 그대여, 집 뜰에 대나무 심어 나사렛 사람의 깊으신 뜻을 날마다 새기며 닮아가지 않겠소. - 상록수문학 시낭송회 낭송(2019. 4. 5) ----------------------------------------

2021.02.05

성도의 일상日常

그리운 날에는 편지를 읽게 하소서 곧 오시겠다는 당신 언약의 말씀을 외로운 날에는 노래를 부르게 하소서 당신을 찬양한 은혜로운 성가들을 무료한 날에는 기도드리게 하소서 주신 사명 일깨워 살아갈 에너지 위해 편지 따라 소망의 삶, 드높게 기다리게 하소서 노래 따라 사랑의 삶, 드넓게 베풀게 하소서 기도 따라 믿음의 삶, 드세게 좁은 길 가게 하소서. - 월간 창조문예(2021. 2월호) 게재

2021.02.04

춘설春雪

봄이 오려나보다. 입춘 지났으나 영하의 날 잦더니 지난밤 자고나니 세상이 환하다. 누구의 사신使臣인가 상록수 잎마다 흰 꽃 피우고 헐벗은 나무마다 흰 털옷 입히고 얼어 죽은 나무엔 흰 조화弔花 단장하여 장례식을 치러 주는 걸 보니... 봄눈 신호로 꽃바람 달려와 나무마다 이름 불러 순 틔워 연두 빛 춤을 추면 어느새 나타난 새떼들 각가지 고운 목소리로 봄맞이 노래 부르리니 이제 마스크 벗어 던지고 웅크린 기지개 길게 펴면서 함께 생명의 노래를 부르고 싶네. 함께 덩실덩실 은혜의 춤, 추고 싶네. - 월간 창조문예(2021. 2월호)

2021.02.02

울산바위

“한반도 기묘한 바위들, 다 모여라!” 태초에 창조주 말씀에 울산에서 금강산 향해 날아오다 조금 늦어 설악산에 머물었다는 그 우람한 체구 밑에 서면 자꾸만 자꾸만 작아지는 나를 본다. 우러러 우러러 보는 시선 끝에 펄럭이는 청잣빛 하늘 바람 따라 태고의 숨결이 끝없이 밀려오는 고요 속에 눈이 저절로 감기고 말과 생각을 모두 잃고 들려오는 듯 어떤 세미한 음성에 두 귀가 자꾸만 열려져 간다. -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 (시편 121: 1) - 월간 창조문예(2015. 9)

202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