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227

12월이 오면

12월이 오면 나는 교회 성탄 트리에 흰 솜을 얹고 노래 부르던 소년이 된다. 파란 연기가 새어나던 톱밥 난로 합창 연습하던 아이들이 캑, 캑 오리소리를 내면 지휘 선생님은 찡그린 얼굴 되었고 합창연습이 끝나면 나와 몇 친구는 강단으로 올라가 연극연습에 열을 냈었지. 예쁘고 착하던 마리아 정아 활달하던 동방박사 정우, 경수, 준식이 개구쟁이 로마병정 성수, 영식이 그리고 또 누구더라. 참, 성수가 칼을 들고 고함치다가 낸 ‘뽀오옹’ 방귀소리에 한바탕 웃음보가 크게 터졌었는데 생각하면 그리운 시절 보고 싶은 정든 얼굴들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 12월이 되고 성탄계절이 오면 나는 동심에 흠뻑 젖은 12살 앳된 소년이 된다. - 월간 아동문학(2002. 12호)

동시 2021.12.01

늦가을 감나무는

점점 추운 날씨에 두툼한 속옷을 껴입고 바깥옷도 두터운 털잠바 입었어요 나는 여름에 푸르던 옷들이 가을에 알록달록 고운 옷차림인데 하나둘 바람에 벗어 날리고 있어요 감나무는 이제 눈보라가 쏟아지는 겨울이 곧 오는데 왜 나무는 자꾸 옷을 벗을까요? 바보처럼 한 달 전 빨간 감 잔뜩 열러 우리 마을 잔치하게 한 착하고 고운 감나무인데 겨울에 얼어 죽으면 어쩌죠? 우리 집 강아지처럼 헌 옷으로 감아주고 싶은데 안 될까요?

동시 2021.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