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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이해인)

누구의 아내도 아니면서 누구의 엄마도 아니면서 사랑하는 일에 목숨을 건 여인아 그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부끄러운 조바심을 평생 혹처럼 안고 사는 여안아 표백된 빨래를 널다 앞치마에 가득 하늘을 담아 혼자서 들꽃처럼 웃어보는 여인아 때로는 고독의 소금 광주리 머리에 이고 맨발로 흼 모래밭을 뛰어가는 여인아 누가 뭐래도 그와 함께 살아감으로 온 세상이 너의 것임을 잊지 말아라 모든 이가 네 형제임을 잊지 말아라.

2021.08.22

하얀 등대

망망한 푸른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는 네 하얀 기백에 폭풍우는 기가 죽고 눈보라도 자즈러든다. 안개 자욱한 날이나 캄캄한 밤이면 눈에 불을 켜고 땅에서 솟아난 별이 되어 바다를 지키느라 밤을 지새우며 아침 햇살 쏟아지면 눈 부셔 기도하듯 잠이 들다가 멀리 배가 보이면 겹겹이 쌓인 외로움 배에 실려 보내고 갈매기들 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쇼에 비로소 위안 받으며 미소 짖는다. 네 외로움 있어 배를 탄 사람들의 지루함이 달래지고 네 괴로움 있어 배를 탄 사람들의 공포가 사라진다면 정성 다해 키운 아이를 도시로 떠나보낸 우리의 농촌 어머니들처럼 너는 인자한 바다의 어머니여라. -(2008. 8.2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21.08.08

미국 어느 한인교회 2

- 정 깃든 소소한 마음 목회하는 사위 찾은 여름 여행 교회당 옆 사택에서 지내며 새벽마다 나가는 교회 기도회 차 몰고 오는 6인 새벽성도들, 정겹다. 기도회 끝난 후 더 기도하다 나와 사택으로 가는 길 옆 우편함 밑 잔디에 가끔 눈에 띤 흰 비닐봉지 하나 궁금하지만 그냥 지나친다. 조금 후 딸이 가져 온 비닐봉지엔 배추 한 폭이 들어 있고 어느 날엔 양배추, 무, 깻잎, 도마도 등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채소들 40년 전, 이민 온 어느 할머니 권사가 조그만 집 텃밭 일궈 씨 뿌려 얻은 것들 목회자 가족과 함께 나누는 소소한 마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정겨운 마음 60년 전 한국 농촌교회에서 흔히 있던 미담 오늘 한국의 농촌교회에서도 이미 사라진 꿈같은 얘기, 전설 같은 이야기가 미국 한 작은..

2021.08.05

어느 무더운 날의 일기

아파트 관리실 통보 따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정전停電되던 날 103년 만에 찾아 온 무더위 에어컨, 수돗물, TV, 컴퓨터 모두 먹통이 되는 시간 함께 사는 아들 내외와 손녀 12년 만에 모처럼 미국 여행 나는 외톨이 활짝 열린 창엔 바람 한 점 없고 땀이 나고 답답해 현관밖에 나왔으나 아뿔사, 엘리베이터도 중지 어두운 비상구 13층 계단 손잡이 잡고 조심히 내려가는데 갑자기 작은 빛 하나 동시에 세미한 음성 들린다. - 전기 없으면 살 수 없는 인생아, 하나님 은혜 아니면 잠시도 살 수 없는 너! “ 오, 주여, 임마누엘 오소서!” 난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온 몸에 땀과 눈물 흘리며 주님 찾고 있을 때 어느새 마음에 강물처럼 평화 임하고 이상스럽게 덥거나 답답치 않아 집으로 올라가 찬양으로 더위..

2021.08.02

8월의 기도

8월에는 물러가게 하소서 폭서가 물러가고 탐욕이 물러가고 코로나19가 물러가게 하소서, 8월에는 회복되게 하소서 예배가 회복되고 경제가 회복되고 참 자유가 회복되게 하소서. 8월에는 가득하게 하소서 사랑이 가득하고 소망이 가득하고 행복이 가득 하게 하소서. 8월에는 일어나게 하소서 믿음이 일어나고 정의가 일어나고 나라 사랑이 일어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우리 모두 일어나 새 일을 행하게 하소서.

202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