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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오면

12월이 오면 나는 교회 성탄 트리에 흰 솜을 얹고 노래 부르던 소년이 된다. 파란 연기가 새어나던 톱밥 난로 합창 연습하던 아이들이 캑, 캑 오리소리를 내면 지휘 선생님은 찡그린 얼굴 되었고 합창연습이 끝나면 나와 몇 친구는 강단으로 올라가 연극연습에 열을 냈었지. 예쁘고 착하던 마리아 정아 활달하던 동방박사 정우, 경수, 준식이 개구쟁이 로마병정 성수, 영식이 그리고 또 누구더라. 참, 성수가 칼을 들고 고함치다가 낸 ‘뽀오옹’ 방귀소리에 한바탕 웃음보가 크게 터졌었는데 생각하면 그리운 시절 보고 싶은 정든 얼굴들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 12월이 되고 성탄계절이 오면 나는 동심에 흠뻑 젖은 12살 앳된 소년이 된다. - 월간 아동문학(2002. 12호)

동시 2021.12.01

날마다 활기찬 삶을 위해

우리나라의 말에 ‘숨’과 ‘쉼’은 서로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숨은 휴식하는 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숨쉬기는 휴식과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숨을 잘 쉬어야 운동도 잘하는 것이고, 숨을 잘 쉬는 것이 또한 휴식을 잘하게 합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난 후에 쉬는 것도 하나의 운동, 곧 숨쉬기 운동입니다. 숨 쉬는 것을 왜 운동이라고 할까요? 문득 중학교 시절 체육시간에 선생님의 가르침 따라 체조운동을 열심히 한 후, 마지막에 숨쉬기운동을 한 것이 기억납니다. 선생님은 모든 운동의 기본은 숨쉬기라고 하시더군요. 휴식도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잘 쉬는 사람이고, 정말 잘 쉬는 사람이 운동도 잘한다.”고 하시더군요. ‘산을 오른다’는 말은 동사입니다. ..

만추(오인숙)

사무친 것이 가을바람이 되어 나무를 만지면 단풍이 들고 사람들 옷깃을 스치면 방금 지은 들밥 같은 시간도 물드네. 바람은 세상 구석구석을 휘돌며 물들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제 슬픔의 색깔로 물들이고 열매란 열매 모두 꽃처럼 매달아 견뎌온 세월을 보여 주네. 뿌리 내리고 살았던 땅에 감사하고 머리에 이었던 하늘에 감사하고 기쁨으로 두 손 가벼이 털고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은 아름답네. 지난 계절 내내 뜨거웠던 열정 저녁 어스름으로 잦아지고 모든 것은 한 때 지나가는 것임을 한 잎의 낙엽이 흩날리며 가슴에 찌익 밑줄을 긋네.

늦가을 감나무는

점점 추운 날씨에 두툼한 속옷을 껴입고 바깥옷도 두터운 털잠바 입었어요 나는 여름에 푸르던 옷들이 가을에 알록달록 고운 옷차림인데 하나둘 바람에 벗어 날리고 있어요 감나무는 이제 눈보라가 쏟아지는 겨울이 곧 오는데 왜 나무는 자꾸 옷을 벗을까요? 바보처럼 한 달 전 빨간 감 잔뜩 열러 우리 마을 잔치하게 한 착하고 고운 감나무인데 겨울에 얼어 죽으면 어쩌죠? 우리 집 강아지처럼 헌 옷으로 감아주고 싶은데 안 될까요?

동시 2021.11.26

낙엽을 태우면서

낙엽을 태우면서 -이효석(1907∼1942)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같이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덧 날고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건만, 날마다의 시중이 조련(調練)치 않다. (중략) 벚나무 아래에 긁어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엣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낮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가득히 담겨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

수필 2021.11.25

마지막 잎 새

그렇게 무성하던 잎들 바람 따라 모두 떠나고 찬바람에 파르르 떨면서 웅크려 기도하는 마지막 잎새 - 어디든지 가라, 내가 함께 하리라 바람에 스치는 세미한 소리 하늘 우러러 소망 얻어 손을 놓고 그리움도 미련도 모두 잊고 떠난다. 산산히 부서뜨린 몸 거름이 되어 다시 태어날 새로운 봄이 있는 곳 사랑의 꿈 피울 그곳을 찾아 바람 타고 훨훨 날며 떠나는 따뜻한 그 어느 날 연두빛 새 잎으로 반짝할 너, 소망의 잎새여!

2021.11.24

베니스의 상인(세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가 우울하다. 친구 밧사니오가 포샤에게 구혼을 했고, 그 비용을 융통해 주어야 했으나, 모든 재산이 항해중인 선박에 실려 있어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벨몬트에서 포샤가 우울해한다. 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혼인 상대를 마음대로 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유언은, 딸의 후보자는 누구나 아버지가 준비한 金, 銀, 납 상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는 것.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과 크리스천 안토니오의 대립 안토니오가 밧사니오의 구혼비용을 장만하기 위해 3천 다캇을 꾸어달라고 샤일록에게 요청하자, 샤일록은 고리대금업을 방해하며 유대인 차별하는 크리스천 안토니오에 대한 미움을 거래를 통해 들어낸다. 결국 기일 안에 3천 다캇을 갚지 못할 경우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잘라낸다는 조건으로 ..

어디서 본 듯한 사람들

어느 좁은 골목을 지날 때 내 곁을 스쳐 지나는 사람 어디서 본 듯한 사람 신호등 따라 교차로 건널 때 미소 띄고 오는 사람 어디서 본 듯한 사람 지하철 타고 가는 옆자리 유난히 친절한 사람 어디서 본 듯한 사람 그들을 어디에서 보았을까? 학교 동창생일까 고향 사람들일까 아니면 먼 친척일까 전에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사람들 그들이 과연 누구일까 알고 보면 우리는 배달 한민족 하나님이 지으신 자녀들 누구에게나 정답고 친절하게 대하고 사랑하며 살아야지.

202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