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 29

병사묘역에 부하들과 함께 잠든 채명신 장군

2013년 11월 25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제2 병사묘역에 한 장군이 묻혔다. "장성묘역 대신 병사묘역에 묻히기 원한다"는 유언을 남긴 베트남전의 영웅 고 채명신 장군(중장. 86세)의 삼우제가 치러졌다. 부인 문정인 여사와 아들딸을 비롯한 유족들, 베트남전 참전 노병들이 추모예배를 드리 면서 고인을 기렸다. 채 장군은 00교회의 진실한 성도로 직분은 원로장로였다. 그런데 4일장으로 치러지는 채장군의 장례기간 내내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았던 채 장군의 동생 채00 교수(76)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나흘간 밤샘하며 쌓인 피로를 걱정해 “삼우제는 직계가족만으로 치를 테니 나오지 말라”는 문정인 여사의 배려 때문이다. 그러나 동생 채 교수는 채 장군이 60년 넘게 숨겨온 또 다른 미담의 주인공이..

이름 없는 女人이 되어

- 노천명(1911~1957)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女人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진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2023.06.07

낡은 철모

- 1950년 6.25를 생각하며 - 채명현(학도병 국가유공자) 철모르던 청소년 시절 풍전등화의 조국 붉은 총탄에 유린당하던 산하 처절하게 짓밟히던 아, 다급하던 그때 두 손 불끈 쥐고 군대 찾아 군번도 없이 겨우 총쏘기 연습 30분 만에 반공전선에 뛰어든 십대 용감한 학도병들 어머니! 최후의 한 마디 남기고 이름도 없이 떠나간 그대들이여! 군번 없고 이름도 없어 아무 보상도 못 받고 그대들이 남긴 흔적은 휴전선 너머 낡은 철모와 한 줌 흙이 아니던가. 나라 사랑하는 마음 그 큰 뜻 겨레 사랑 그 불타는 정열이 이 강토 곳곳에 아직도 피로 젖어 있는데 고귀한 희생자 십대의 영령들 하나님, 고이 품어주소서. - 제59회 현충일 낭송시(2015.6.6.)

2023.06.06

6월

​ 황금찬 (1918- 2018)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으니 ​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소리 신록에 젖었다 ​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있다 ​ 지금은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 ​

2023.06.04

더위를 이기는 열정

󰋮 The 행복한 생각 󰋮 종교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템플턴 상’을 제정한 존 템플턴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열정, 행복한 변화로 이끄는 내 삶의 기관차”라는 책에서 “열정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나의 열정을 주위로 전염시켜라. 위대한 열정의 씨앗은 이미 내 안에 있으니 당신의 삶을 열정으로 변화시켜라.”라고 했습니다. 또 에머슨은 “열정 없이 성취된 위대함은 없다.”라고 했습니다. 열정은 전등을 밝히는 발전기와 같은 것으로 인간을 빛나게 만드는 힘입니다. 열정의 영어 표현인 enthusiasm은 헬라어 entheos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en은 ‘함께’라는 뜻이며, theos는 ‘하나님’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열정은 ‘하나님과 함께’라는 의미로 하나님과 함께 하는 자에게 나타나는 삶의 ..

6월에는

- 임숙희 푸름이 짙어지는 6월에는 싱그러운 미소로 아침을 맞이하겠습니다. 새해의 다짐은 피고 지는 꽃들의 향연에 몽롱했을지라도 뜨거운 태양을 품고 힘차게 6월의 숲으로 가겠습니다. 새들의 노랫소리 들려오는 찬란한 6월을 지켜온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겠습니다. 산들바람에 흐르는 땀을 식히며 초록물결 넘실대는 숲을 가꾸어 뙤약볕에 몸살을 앓는 7월 그대에게 그늘이 되겠습니다.

20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