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소설의 향기/크리스천 교수의 글 86

의義에 주리고 목마른 자

산상수훈 묵상(4) - 양왕용(부산대 명예) 당신께서 말씀하신 의를 이 땅의 것으로 착각하여 남을 정죄하고 자기들을 정의의 사도라고 일컫는 자, 많나니 그들은 증오의 굿판만 벌리는 무리들이니. 이 땅의 우리는 모두 죄인인데 누가 누구를 정죄하리요. 참된 의는 당신께로부터 오나니 세상의 온갖 유혹 뿌리치고 모든 일을 행함에 당신께 아뢴 후 가르치시는 뜻대로 하다가 손해 볼 지라도 원망하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리며 義에 주리고 목말라 아뢰고 또 아뢰며 또 기다리는 자에게는 끝내 生水 같이 복을 내리실지니. 지금까지의 배고픔도 사라지게 하시고 증오의 굿판 벌리는 무리들도 물리치고 세상 권세와 영광을 뒤덮을 힘도 주실지니.

온유한 자

온유한 자(산상수훈 3) -양왕용(부산대 명예) 온유한 자는 따뜻함과 부드러움 가진 자이나 그것들은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도무지 가지기 어렵나니 남들보다 앞서서 이겨야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일들로 충만한 칼바람 부는 이 세상에서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살 수 없나니. 그러나 날마다 실족하여 넘어지고 그 아픔으로 인하여 애통하고 또 애통하면서 당신으로부터 용서받은 자는 칼 같은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고 배반당하여도 제자의 발 씻기시는 당신처럼 낮아지고 낮아지며 따뜻함과 부드러움 가질 수 있나니. 끝내는 당신께서 주신 그 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하늘나라에서 땅을 기업으로 받아 그 땅에다 입 맞추며 복 누릴지니.

크리스마스와 우리 집

크리스마스와 우리 집 - 김현승(1913~1975: 숭실대 교수) 동청冬靑 가지에 까마귀 열매가 달리는 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 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 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 마을 밖의 우리 집 은 접시와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 늘 웃는 우리 집. 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 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집 우리 집과 같은 베들레헴 어느 곳에서, 우리 집과 같이 가난한 마음과 마음의 따스한 꼴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 예수님은 나신다.

애통하는 자

산상수훈묵상(2) - 양왕용(부산대 명예교수)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오로지 넘어지며 살아 무릎 성한 날이 없어도 욕망의 골짜기를 좋아하는 나날이었음을 깨달으니 이제야 눈물이 난다. 다시는 넘어지지 않을지니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또 넘어지며 눈물 쏟는다. -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당신의 이 말씀에 위로 받으며 넘어지기도 전에 눈물 흘려도 또 다시 넘어지면서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라’ 고백한 바울 사도처럼 사망을 이길 수 없는 내 몸이여! 애통하고 또 애통할지니. 내 평생 넘어지기 몇 번이었던가? 그 수보다 훨씬 많이 애통할지니. 끝내는 쏟아지는 눈물의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욕망의 골짜기 생각하는 사망을 이기지 못하는 못난..

산상수훈의 묵상

심령이 가난한 자 산상수훈묵상(1) - 양왕용(시인, 부산대 명예교수) 심령이 가난한 자는 돈 많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세상이나 교회에서 지위와 직분을 자랑하지 않는다. 많이 배워 가방 끈 길다고도 자랑하지 않는다. 자기 안에 하나님이나 이웃에게 끼칠 유익함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세상과 교회에서 쓸모 있는 자리에 가겠다고 나서지도 않는다. 나 같이 부족하고 죄 많은 사람이 모퉁이 돌이라도 되는 것이 오히려 부끄럽다고/ 몸 둘 바를 모른다. 그래서 언제나 낮아지고 또 낮아진다. 그래서 할 말이 없고 심령이 가난하다. 이러한 자들에게는 이 세상의 복보다 더욱 귀한 하늘의 복이 있을 지니 천국이 바로 그들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