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소설의 향기/크리스천 교수의 글 86

청학동 벌거숭이

땅의 노래 (7) -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폭염 식혀주는 계곡 물소리 만나러 지리산 청학동 들어서니 서당 훈장은 바람나 대처大處로 줄행랑쳐도 물소리만은 여전하다. 그런데, 산등성이 바라보니 푸른 소나무들 어데 가고 천둥벌거숭이 그대만 땡볕에 땀 흘리고 있다. 누가 천둥벌거숭이 그대 푸른 옷 훔쳐가 이 무더운 여름 고생하게 만들었는가? 그대는 카인이 아벨을 죽여 그대에다 파묻기 전부터 당신께서 가르치신 사랑과 용서만으로 우리를 품었는데 요즈음도 카인의 후예 나타나 누구를 미워하고 끝내는 죽여 파묻으려고 그대를 천둥벌거숭이 만들어 땀 뻘뻘 흘리게 만들었는가? 흐르는 계곡 물에 그대 몸이나 씻으시게.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 유승우 교수(인천대 명예)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굵은 뼈, 잔 뼈, 가시도 없으며, 척추도 관절도 없습니다. 심장을 보호할 갈비뼈도 없어서 맑은 마음이 다 드러나 보입니다. 뼈가 없어 누구하고도 버티어 맞서지 않습니다. 뼈대를 세우며 힘자랑을 하지 않습니다. 누가 마셔도 목에 걸리지 않고 그의 뱃속에 들어가 흐릅니다. 누구를 만나도 껴안고 하나가 됩니다. 뼈대 자랑을 하며 제 출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높은 곳 출신일수록 맑고, 더욱 빨리 몸을 낮춥니다. 뼈도 없는 것이 마침내 온 땅을 차지하고 푸르게 출렁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평화의 노래

땅의 노래(6)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새해에는 평화만 노래하게 하소서. 이 지구촌 모두에 전쟁의 총성은 멈추고 그대 위에 증오와 분노의 피는 사라지고 오직 사랑과 기쁨의 강물만 충만하게 하소서. 비치는 햇살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빼앗지 말고 나무와 풀, 그리고 꽃들 모두 잘 자라게 하소서. 때로는 구름 드리워 비 내리고 바람 불어 바다가 들끓어도 그것들도 그대에게 소중한 현상임을 깨닫게 하소서. 그들이 그대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하여 라일락도 피우고 벼와 보리 그리고 감자들도 잘 자라 지구촌 곳곳에 굶주리는 사람들 없게 하나니. 바다도 뒤집히어 인간들이 버린 문명의 찌꺼기 청소하고 새로운 몸짓으로 갖가지 고기들과 해초들 자라게 하나니.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라는 진리 붙들고 그대처럼 인간들도..

흔들림, 그래도 희망은 있다

-땅의 노래(5)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답답해 못 참겠다는 그대 신호 보내도 사람들 도대체 깨닫지 못하고 하늘 향해 바벨탑보다 높은 빌딩 짓는다고 그대 가슴에 쇠기둥 쾅쾅 박고는 시멘트 물까지 내려 보내 끝내 말문 막히게 한다. 하나님 말고는 도무지 깨닫지 못하는 그대의 침묵. 또 다른 사악한 무리들 그대 몸속의 열까지 빼앗아 쓰겠다고 구멍 깊게 파고 수십만 드럼도 넘는 물까지 내려 보내 그대 드디어 닫힌 말문 열 작정으로 몸 한번 흔든다. ‘왜 나는 뭇 양떼 노니는 넓은 풀밭과 앞뜰에 잔디 깔고 뒤뜰에서 불고기 구워 먹는 행복한 사람들을 가지지 못하는가?’하고 몸 흔든다. 그제야 사람들 하나님께 그대 침묵의 의미 가르쳐 달라고 매달린다. 그래서 희망은 있다 다가오는 새해의 태양처럼, 사람들 싸우던..

보도블록 사이의 민들레

-땅의 노래(4)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세상은 온통 시멘트로 덥혀가고 그것도 모자라 사람들 단단한 보도블록으로 그대 압박하는데 나는 문득 그 사이로 비집고 나온 민들레 발견한다. 고맙다 그대. 얼마나 민들레 홑씨 사랑해 끝내 싹 트게 하고 여자들의 산고보다 더 아픈 아픔으로 땅 위로 내보냈을까? 혹시 꽃피기 전 사람들의 발에 짓밟혀 무참히 사라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기다린 나날 드디어 꽃까지 피우고 만 민들레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기도하고 있을 그대 생각하면 광복된 대한민국 밟으며 그대에게 입맞춤한 독립운동가처럼 보도블록 파내 내던지고 그대와 입맞춤 하고 싶다. 오 민들레! 하며 민들레에게도 입맞춤 하고 싶다.

물구나무서기

물구나무 서기 땅의 노래(3)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아침 등산길에 물구나무 서기 기구에 매달려 풍경을 바라보면 뭇나무들 붙잡고 그들 놓치지 않기 위하여 땀 흘리고 있는 그대에게 박수치고 싶다. 매달린 발 빠져나오지 않을 정도의 힘만 남기고 힘차게 박수치고 싶다. 사람들 크고 작은 행사 있을 때마다 나무에게 온갖 것 매달고 심지어 연인들 몰려와 자물통 매달아 사랑의 언약이라고 서로 껴 앉고 떨어질 줄 모를 때마다 지르는 나무들의 비명소리 다 들어주고 다독거리는 그대에게 사랑스럽다는 말도 못하고 발 빠져나올까 안간힘만 쓰는 나 자신 정말 부끄럽다. 그대 천사의 날개보다 더 넓은 십자가에 매달려 숨 거두시면서도 어머니와 온 인류 염려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같은 그 사랑에 아무 말 못하는 내가 더욱 부..

땅 위의 온갖 것들

땅의 노래 (2) -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당신께서는 셋째 날 분주히 그대 위에 풀과 씨 맺는 채소 그리고 열매 맺는 나무 만드시고 또 한 번 감탄하신다. 이렇게 하루에 두 번이나 감탄하신 깊은 듯 그대를 무엇보다 먼저 만드신 그 깊은 뜻 깨닫기는 아직 이르다. 넷째 날의 해와 별 그리고 달 다섯째 날의 새와 물고기 드디어 여섯째 날의 짐승과 당신께서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드시고는 감탄하시고 마지막에는 만드신 모든 것 보시고 심히 감탄하시며 사람에게 맡기시어 모든 것 다스리게 하시기 위하여 그대를 그렇게 고심하며 만들었을까? 그대 위의 온갖 것들 그대 위에서 자라고 번성하며 그 온갖 것들 사람이 다스리게 하시며, 먹을거리로 주시며 그것들의 이름까지 짓게 하시는 당신의 깊은 뜻 조금이나 깨닫게 되..

땅의 노래 서곡序曲

땅의 노래(1)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당신께서 그대를 처음으로 창조하셨다. 비록 혼돈하고 공허하여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당신의 영은 수면위에 운행하셨으나* 그대는 이렇게 당신의 천지창조에서 맨 처음으로 수행하신 역사役事. 우선 혼돈과 공허로 형체 알 수 없도록 그대 만드시고 이어 빛과 어둠 만드시고 이름까지 붙이시고 그대는 이름도 없이 첫째 날을 보내고 둘째 날은 하늘 만들기와 하늘 위와 아래 물 나누기에 분주하셨는지 당신께서 그대 이름 짓지 않으시고 드디어 셋째 날 하늘 아래 물을 한군데로 모아 바다라 이름 붙이시고 그대를 땅이라 이름 부르시며 비로소 당신께서 처음으로 “보시기에 좋았더라” 감탄하신다. 왜 이리 3일 동안이나 고심하셨을까? 그리고 드디어 형체를 드러내게 하시며 이름 짓고 감탄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산상수훈 묵상 24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당신께서는 스스로 계시고 온 세상 만물 만드시고 광대한 우주도 운행하시면서도 덧없이 사라지는 물방울처럼 이 지상에 미미한 존재로 있는 나의 삶까지도 일일이 간섭하시고 이끄십니다. 그러므로 당신께서는 멀리 계시지 않고 내 곁에서 나의 삶이 행복해지도록 인도하는 아버지로 계십니다. 이러하신데 내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생각날 때나 안 날 때나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도 기쁨으로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는 당신의 이름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 부르고 또 부릅니다.

회개의 기도

-산상수훈 묵상(23)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하라 하신 당신의 뜻 머리로만 알고 나를 위하여만 기도한 것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은밀하게 골방에서 기도해도 하나님께서 아신다는 진리 자주 잊으며 남들이 알도록 큰 목소리로 남과 나라를 위한답시고 기도한 것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중언부언하지 말라는데도 나를 위하여 중언부언한 것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금식하며 기도해야 하는 데 사색인 얼굴로 표내며 금식하고 기도한 것도 용서하고 또 용서하여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