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겨울 나무 - 김성호 화사한 옷 훌훌 벗어버린 겨울나무들 낮의 햇살 고마워하며 밤의 달도 반기는 잠자는 숲 행여 깨울까 새들도 조용하다 하얀 임산부 옷 갈아입은 생명 잉태한 어머니 숲 눈 내리는 겨울 숲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2.02.14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용혜원 사랑이란 함께 걷는 것이다 멀리 달아나지 않고 뒤에 머물러 있지 않고 평안한 마음으로 같이 걷는 것이다 서로의 높이를 같이 하고 마음의 넓이는 같이 하고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까지 둘이 닮아가는 것이다.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2.02.12
겨울 산에 올라(김연수) 마음 무겁고 쓸쓸할 땐 겨울 산에 올라 맨살로 찬바람 속에서 겨울 나는 지혜에 맑은 눈을 뜨는 나무 앞에 서 본다. 눈보라에 머리 감은 나무들마다 북풍이 깨끗하게 씻어낸 청청한 하늘에 빈 손 높이 들고 올리는 기도 잎 진 자리마다 봄을 키우고 땅에 묻힌 뿌리만큼 가지들을 뻗는 나무들 마음 답답하고 외로울 땐 산에 올라 나도 나무가 된다.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2.02.11
부드러운 큰 손 주소서 부드러운 큰 손 주소서 - 홍금자 사람은 아직도 깊고 추운 겨울이다. 언제쯤 끝날지 모르는 긴 어둠의 길 위에서 방황하는 영혼들 가장 뜨거운 심장 흐르지 못하는 시간들이 기약 없는 한 복판에 서서 잠들고 있다. 이제 남은 눈물도 기진해 더는 슬퍼할 자리조차 말랐다. 저만치 봄 강이 흐른다 주여, 이 땅 이 백성에게 당신의 부드러운 큰 손 내밀어 주소서.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2.02.08
겨울 편지 겨울편지 - 안도현 당신, 저 강을 건너가야 한다면 나, 얼음장이 되어 엎드리지요. 얼음장 속에 물고기의 길이 뜨겁게 흐르는 것처럼 내 마음 속에는 당신이 출렁이고 있으니까요.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2.02.04
설날 아침에 설날 아침에 -김종길(1926~ 2017): 고려대 교수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룻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운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2.02.01
가장 아름다운 댓글 사용하지 않은 화분에 새싹이 나서 물을 주고 잘 키웠더니 꽃이 피었습니다. 이건 꽃인가요, 잡초인가요? 한 네티즌이 올린 질문에 많은 댓글 중 이런 글이 달렸습니다. - 기르기 시작한 이상 잡초가 아닙니다. 이 답글이 가장 아름다운 인터넷 댓글로 선정되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고 합니다. 저절로 자라면 잡초이지만 관심과 정성 쏟으면 화초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우리가 태어날 때는 모두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 스스로 잘 가꾸지 않으면 금방 잡초가 되지만 스스로 잘 가꾸고 정성으로 가꿔갈 때 내 삶은 화초가 되고, 내가 걷는 길은 꽃길이 됩니다. (받은 글에서)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2.01.29
영혼의 악보 영혼의 악보를 주십시오 - 박종권 새해에는, 임이여 영혼의 악보를 그려 주십시오 기도의 비밀 언약의 말씀 구원의 환희가 그려진 삼박자의 왈츠 그 선율의 가느다란 음계를 따라 환희의 춤을 출 영혼의 악보를 그려 주십시오 임이여, 이 새해에는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2.01.26
오늘 오늘 - 토머스 칼라일 자, 여기 또 한 번 파란 ‘날’이 새었다. 생각하라, 네 어찌 이 날을 쓸데없이 흘려보내랴? ‘영원’에서 부터 이 새 ‘날’은 탄생되어, ‘영원’ 속으로 밤에는 돌아가리라. 이 날을 한 순간이라도 미리 본 눈이 없으나, 어느 틈엔가 영원히 모든 눈에서 사라지누나. 자, 여기 또 한 번 파란 ‘날’ 새었다. 생각하라, 네 어찌 이 날을 쓸데없이 흘려보내랴?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2.01.24
1월 1월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캠퍼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의 풀잎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음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2022.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