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105

부드러운 큰 손 주소서

부드러운 큰 손 주소서 - 홍금자 사람은 아직도 깊고 추운 겨울이다. 언제쯤 끝날지 모르는 긴 어둠의 길 위에서 방황하는 영혼들 가장 뜨거운 심장 흐르지 못하는 시간들이 기약 없는 한 복판에 서서 잠들고 있다. 이제 남은 눈물도 기진해 더는 슬퍼할 자리조차 말랐다. 저만치 봄 강이 흐른다 주여, 이 땅 이 백성에게 당신의 부드러운 큰 손 내밀어 주소서.

설날 아침에

설날 아침에 -김종길(1926~ 2017): 고려대 교수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룻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운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가장 아름다운 댓글

사용하지 않은 화분에 새싹이 나서 물을 주고 잘 키웠더니 꽃이 피었습니다. 이건 꽃인가요, 잡초인가요? 한 네티즌이 올린 질문에 많은 댓글 중 이런 글이 달렸습니다. - 기르기 시작한 이상 잡초가 아닙니다. 이 답글이 가장 아름다운 인터넷 댓글로 선정되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고 합니다. 저절로 자라면 잡초이지만 관심과 정성 쏟으면 화초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우리가 태어날 때는 모두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 스스로 잘 가꾸지 않으면 금방 잡초가 되지만 스스로 잘 가꾸고 정성으로 가꿔갈 때 내 삶은 화초가 되고, 내가 걷는 길은 꽃길이 됩니다. (받은 글에서)

오늘

오늘 - 토머스 칼라일 자, 여기 또 한 번 파란 ‘날’이 새었다. 생각하라, 네 어찌 이 날을 쓸데없이 흘려보내랴? ‘영원’에서 부터 이 새 ‘날’은 탄생되어, ‘영원’ 속으로 밤에는 돌아가리라. 이 날을 한 순간이라도 미리 본 눈이 없으나, 어느 틈엔가 영원히 모든 눈에서 사라지누나. 자, 여기 또 한 번 파란 ‘날’ 새었다. 생각하라, 네 어찌 이 날을 쓸데없이 흘려보내랴?

1월

1월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캠퍼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의 풀잎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음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알프스가 아름다운 까닭은

알프스가 아름다운 까닭은 - 이강천 알프스의 아름다움은 우람하고 선이 분명한 설산雪山이 있기 때문이다. 굵고 냉정한 설산이 융단 같이 부드러운 초원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넓고 냉철한 가슴에 섬세하고 가녀린 들꽃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 (감상) 생택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샘이 숨어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런데 이 시인이 말하는 알프스의 아름다움은 우람한 선을 지닌 설산, 그 설산이 부드러운 초원과 공존하고, 또 가녀린 들꽃을 품고 있기 때문이란다. 웅장한 설산의 자태가 좋아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시인은 냉철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가녀림이 공생하는 알프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인..

첫 마음

첫 마음 - 정채봉(1946-2001)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 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낫는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 다면 세례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 다면 이 사랑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