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105

영원한 누나(홍성훈)

영원한 누나 - 홍성훈 우리들의 누나는 엄마 아빠의 누나도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누나라고 불러요 누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눈물이 나요 백년을 불러 온 민족의 누나 유관순 누나 우리들의 누나는 엄마 아빠의 누나도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누나라고 불러요 누나를 부르면 새 힘이 솟아요 자랑스러워요 영원히 불러질 민족의 누나 유관순 누나

매화꽃 기다리며

매화꽃 기다리며 -오인숙 나의 캔버스에 매화꽃은 아직 피지 못했네 얼마나 더 많은 폭설에 발 담그고 얼마나 더 세찬 바람에 흔들려야 연애편지 같은 매화는 필 것인가 한 번의 붓질로 끝날 수 없는 저 숱한 꽃송이들을 불러오려면 꽃송이만큼의 그림자 의자가 필요하겠네 기다림에 침침해진 안경알 닦는 것은 사람을 응시하는 눈빛이며 겨울의 묵시록이네.

남자의 자아(EGO)

남자의 자아 - 이용원 이 세상이 복잡한 것 같지만, 남자를 잘 알고 여자를 잘 알면 누구나 잘 살아갈 수 있다. 정신의학자들은 대체적으로 남자의 자아(ego) 즉 남자의 속성을 다음 4가지로 말하고 있다. 첫째, 성취욕(Achivement)이다. 어떤 일을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아야 하는 성질이다. 혹시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 판단되어도, 끝가지 고집을 부리는 경향을 남자들은 가지고 있다. 이 성취욕 때문에 인류의 문명이 발전된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성취욕이 강한 몇 사람의 리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국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전쟁터에서 피 흘리며 죽어갔는지 모른다. 둘째, 정복욕(Conquer)이다. 이는 지배욕과도 비슷한 것이다. 지배 받기보다 남을 지배하고 부리려는 속성 때문에 군대..

봄 오는 길목 아침에

봄 오는 길목 아침에 - 안광성(1942- 2001) 봄 오는 길목 겨울 아침 앙상한 나무 가지에 이름모를 새 두어 마리 동그마니 앉았다 자연을 잃고 공해에 시달려 먼 향수의 날개 펴고 여기까지 왔는가 어서 오너라 와서 쉬어라 반가운 정에 겨워 창문을 여니 푸드득 푸드득 소스라쳐 놀란 듯 보얀 하늘로 날아간다. 때로는 빌딩 유리창에 때로는 아파트 꼭대기에 날아도 쉴 곳 없는 유랑의 신세여 올 봄엔 꽃나무 두어 그루 집 뜰에 더 심어야겠다.

꽃샘(김성호)

시새움 그만하고 새라새로운 화창한 얼굴로 오라 어린 새순들이 얄미운 가면의 얼굴 보기에 겨워 너 잊으려 한다. 오라 소소리바람 재우고 따사로운 사랑으로 오라 해찬솔 아래 가냘픈 봄맞이꽃 너 맞으려 수줍게 펴는데 * 새라새로운: 새롭고 새롭다는 시어 * 소소리바람: 회오리바람 * 해찬솔: 햇빛이 가득차 더욱 푸른 소나무의 우리말

겨울 편지

겨울 편지 - 채희문 오는 날은 줄어들고 가는 날은 늘어갑니다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고 만날 수 없는 사람은 늘어납니다. 내일에 사는 사람은 줄어들고 어제에 사는 시간은 늘어갑니다 한 오백 년 살 것 같던 세월 한 삼사년, 아니 한 서너 달쯤 살았을까 싶은 기분인데 어느새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도 사라져 갑니다. 그러나 그리움은 그대로 그지없습니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자꾸만 고입니다 외로움도 겨울 가슴 빈 뜰에 흰 눈처럼 한없이 쌓여만 갑니다.

겨울 산에 올라(김연수)

마음 무겁고 쓸쓸할 땐 겨울 산에 올라 맨살로 찬바람 속에서 겨울 나는 지혜에 맑은 눈을 뜨는 나무 앞에 서 본다. 눈보라에 머리 감은 나무들마다 북풍이 깨끗하게 씻어낸 청청한 하늘에 빈 손 높이 들고 올리는 기도 잎 진 자리마다 봄을 키우고 땅에 묻힌 뿌리만큼 가지들을 뻗는 나무들 마음 답답하고 외로울 땐 산에 올라 나도 나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