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는 이유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지만 또 다른 이유 있어 나는 산에 오른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미소 어리고 가벼운 대화에도 진실 깃들어 시정市井에서 행세하던 오만傲慢 꼬리 감추고 세파에 겹겹이 입은 위선僞善 스스럼없이 옷 벗는다. 옛날 의義로운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오늘도 나는 자아 찾아 나서는 순례자 되어 또 산에 오른다. - 공간문학시인집 ‘한강의 등대’ (1996) - 제1시집 ‘사랑과 평화’에 수록(2013) 시 2019.01.27
죽향竹香 전라도 담양에는 죽향이 있다. 울창한 대숲을 뚫고 찾아 온 한줄기 봄 햇살이 팔뚝만한 대나무 그 텅 빈 가슴을 두드리면 파아란 댓잎들이 날개로 춤을 추며 은은한 향내 번져와 심신을 정갈케 한다.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대나무들 그 끝을 찾다 현기증 일어 지그시 눈 감고 죽향 마시면 세상의 욕망이 덧없이 사라져 유배지流配地의 한을 달랬다는 옛 선비들의 지순한 마음 사계절의 푸름 따라 상록수 되어 영원을 지향하고 있다. 삶이 괴로울 때면 일상을 훌쩍 떠나 담양에 가자. 그곳에는 우리를 새롭게 하는 죽향이 있다. - 소솔 제1시집 수록(2013) 시 2019.01.27
5월과 어린이 강이 아름다워 물새들이 찾아들고 물새가 보고 싶어 강물은 곱게 흐른다. 산이 좋아서 꽃은 다투어 피고 꽃이 아름다워 산은 자꾸 울긋불긋 곱다. 어린이가 사랑스러워 오월 하늘은 마냥 푸르고 오월 하늘이 푸르러서 아이들은 날마다 싱싱하게 자란다. - 소솔 제1동시집 수록(1994) ----------------------------------------- 이 동시는 어린이의 계절인 오월을 노래하고 있다. 강과 물새, 산과 꽃, 어린이와 오월의 하늘을 서로 짝을 지어 아름다운 모습을 읊고 있다. 실제 강이 오염되어 많은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고 있지만, 시인은 병든 강물이 아닌 맑은 물이 흐르는 물새들이 찾아오는 싱그러운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산도, 하늘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이들 때문에 오.. 동시 2019.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