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 30

택배로 온 햇볕

- 박성배(1940- 2021) 첫 애 손잡고 입학식 가던 교문에 내리던 햇볕이 어린이집 끝난 손녀 손잡고 가는 골목에도 쏟아진다 대학생 때 전차비 아끼려고 걷던 종로에 내리던 햇볕이 주차한 자가용 위로도 쏟아진다. 엄마 손잡고 외가 갈 때 논두렁에 내리던 햇볕이 베란다에도 쏟아져 추위 견디는 군자란을 덮고 있다 택배 현관 앞에 둡니다 택배기사가 코로나 피해 문자를 보냈다 김 한 톳, 초콜릿 한 개, 마스크 한 장 곁들인 신년 콩트와 새해 기쁨과 복을 비는 인쇄물 한 장 작년에도 왔지만 또 오리라 생각 않고 있던 이** 소설가가 보낸 택배가 햇볕으로 쏟아진다 햇볕을 누가 물어보고 내려주는가 햇볕을 누가 뒷날 보고 쏟아주는가 햇볕 가격 계산하면 누가 한 줌 받아 쬐겠는가 새해 아침 택배로 온 햇볕이 그냥 ..

2023.01.21

아홉 가지 기도

- 도종환(시인, 현 국회의원) 나는 지금 나의 아픔 때문에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아픔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나의 절망으로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절망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깊은 허무에 빠져 기도합니다 그러나 허무 옆에 바로 당신이 계심을 알게 하소서 나는 지금 연약한 눈물을 뿌리며 기도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남을 위해 우는 자 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죄와 허물 때문에 기도합니다 그러나 또 다시 죄와 허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나 모든 내 이웃의 평화를 위해서도 늘 기도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영원한 안식을 기도합니다 그러나 불행한 모든 영혼을 위해 항상 기도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용서받기 위해 기도합..

2023.01.19

므리바 물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와 다투었으므로 이를 므리바 물이라 하니라 여호와께서 그들 중에서 그 거룩함을 나타내셨더라 모세가 그의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쳐 솟아난 그 물로 모세와 아론을 몰아세우던 이스라엘 사람들과 그들의 짐승까지 먹였으니 수없이 배반한 광야 40년의 무리를 구해주시는 여호와의 은혜의 물이거니. 그러나 정작 므리바 물을 다툼의 물이라 명명 하였으니 이는 어떤 까닭일까? 가데스 바네아에서의 이 다툼은 모세를 분노하게 하고 혈기로 반석을 쳤으며 백성들의 수많은 배반과 다툼으로 말미암아 모세는 그가 가기를 염원한 가나안 땅을 모압 평지에서 느보산에 올라가 바라보기만 했으니 다툼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두고두고 되새기기 위함은 아닐까? 오늘날도 믿는 사람끼리 서로 옳다고 다..

열어서 읽으라

한경직 목사(1902~ 2000) 성 어거스틴은 고대 로마제국 말기에 사신 분으로 이름 높은 분이었다. 그는 역사를 통하여 유럽의 사상과 문화를 천여 년 간이나 지배한 위대한 사상가요 문학가요 또 신학자였다. 그의 청년시대에 겪은 한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재주가 비상하여 천재적 문학가로 그 명성이 드높았다. 그러나 그의 생활은 방탕하였고, 여자관계가 복잡하였다. 그가 로마제국을 널리 여행하기 위하여 고향인 아프리카의 북방 카테이지를 떠나 지중해를 건너 로마 본토를 두루 다니다가 밀라노라는 도시에 머물고 있었다. 하루는 어떤 집 정원에 혼자 앉아 아름다운 나무들을 보며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열어서 읽으라”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이상히 여겨 사방을 둘러보던 중 자기 앞에..

칼럼 2023.01.17

겨울나무를 보며

권은영(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 여름 가득 채운 재산을 다 주고 자리를 지키고 서서 여저기 웅성대는 세상의 어둠을 지켜보고 있다. 흰서리 내릴 때까지 거두었으면 새들 벌레들을 위해 조금 놓아두지 않고 밭고랑에 떨어진 이삭까지 움켜쥐는 세상의 손과 발들을 보고 있다. 아무리 새벽마다 십자가 아래 엎드려도 그 욕심을 잡고 있으면 호리병 속에서 움켜쥔 손을 빼지 못하고 세상의 어둠 속에 빠진다. 빈손은 무엇이든 다시 쥘 수 있다 다 주고 내려놓고도 자리를 지키며 봄은 다시 온다는 것을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2023.01.16

새해의 결심을 다시 새롭게

새해, 1월을 영어로 “재뉴어리(January)”라고 합니다. 이 말은 로마의 신화 ‘야누스(Janu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 '야누스’ 신은 하나의 머리에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두 얼굴 중 한 쪽은 몽둥이를 상징하고, 다른 쪽 얼굴은 열쇠를 상징합니다. 몽둥이는 무엇을 쫓아버리는 것을, 열쇠는 문을 여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러니까 1월은 묵은 해를 몽둥이로 쫓아버리고, 열쇠로 새해를 여는 달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새로운 일을 계획합니다. 소소하게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신앙적인 성숙을 위한 거룩한 일을 결심합니다. 물론 결심대로 모두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포기..

갈렙과 여호수아

-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여분네의 아들 갈렙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 외에는 내가 맹세하여 너희에게 살게 하리라 한 땅에 결단코 들어가지 못하리라 (민수기14: 30) 가나안 땅 정탐꾼 열 두 사람 가운데 오직 갈렙과 여호수아 둘만 옷 찢으며 여호와만 믿고 나아가자 했을 때 온 백성들 이 두 사람 돌로 치고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한 그 일로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랐을까? 그들의 광야 생활에서 수많은 여호와의 역사하심은 곧잘 잊고 하찮은 고통 올 때마다 원망하고 배반한 결과 어떠할지 그 때에는 정말 몰랐을까? 너희에게 살게 한 땅에 두 사람 말고는 결단코 들어가지 못한다는 당신의 말씀 듣고 땅을 치며 통곡할 줄 정말로 몰랐을까? 광야 40년 같은 우리의 일상에도 먼 훗날 땅을 치며 통곡할 일 정말로 없었을..

삶의 큰 등불

- 한경직 목사(1902~ 2000) 인생 행로의 길을 밝히기 위해 이성理性과 양심良心의 두 등불이 필요하다. 그런데 더 기억할 것은 이렇게 귀한 등불이 희미하거나 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이성을 상실할 수도 있고, 양심이 마비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인간의 삶의 길을 언제나 밝히기 위해 한 큰 등불을 주셨는데,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 곧 성경이다. 성경에는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와 문학과 교훈과 서신 등 광범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성경의 기록 목적의 하나는 외로운 길을 걸어가는 인간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어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옛 시편의 기자는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의 빛이니이다”(시 119: 105)고 했고,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두움에 다니..

칼럼 202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