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박종권 시인 세월이 교차하는 우주의 한 가운데 어쩌면 더러운 무릎을 꿇는다. 한 해를 돌아보면 분墳 내고 싸워야 살아갈 수 있었던 험난한 세상을 다시 올 세상을 바라봐도 더 거친 파도처럼 두렵고 떨리긴 매 일반인데 그리스도의 몸과 피 최후의 만찬처럼 받아 들고 담대한 기도로 무쇠 같은 고것들을 깨부순다. 시 2022.12.31
12월의 기도 김남조(원로 시인) 찬바람이 목둘레에 스며들면 흘러가는 강물 같은 시간의 흐름 앞에 아쉬움과 그리움이 여울목 이룹니다. 한 해가 저무는데 아직 잠 잘 곳이 없는 사람과 아직도 병든 자, 고통 받는 이들과 하늘 저 편으로 스러질 듯 침묵하는 자연에 압도되어 나는 말을 잃어버립니다. 이런 때 가슴 가장 안쪽에 잊었던 별 하나 눈을 뜹니다. 그 별을 아껴 보듬고 그 별빛에 꿈을 비춰보며 오늘은 온종일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누군가를 위하여 무언가를 위하여 시 2022.12.30
죄송합니다 - 임문혁(1983년 한국일보로 등단) 손 전화에 들어 온 문자 한 통 “죄송합니다.” 누굴까 다음날 또 들어왔다 무엇이 죄송하다는 걸까 또 한해가 간다 돌아보니, 내게도 죄송한 일 헤아릴 수 없다. 우선, 문자라도 보내야 할까보다 하늘에 땅에 책상, 거울, 그리고 길에게 토끼와 거북이에게도 시 2022.12.29
세월 탓 - 홍용선 세상의 모든 색을 합쳐봐야 빨, 주, 노, 초, 파, 남, 보에 먹샛까지 겨우 여덟 가지밖에 안 되는데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것도 제대로 못 쓰면서 그림 탓만 한다. 세상의 모든 글자를 다 해 봐야 기억, 니은, 디귿, 리을......... 겨우 스물 넉자밖에 안 되는데 시를 짓다 보면 그것도 제대로 못 쓰면서 글자 탓만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과거, 현재, 미래 다 합해 봐야 겨우 백 년도 안 되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 살면서 공연히 세월 탓만 한다. 시 2022.12.28
은혜로운 선물 은혜로운 선물 - 지성찬 벼 한 포기 심지 않아도 쌀밥이 주어지고 옷 한 벌 짓지 않아도 옷을 입고 살아가네 놀라운 현실 앞에서 지나치는 일상들. 샘물 한 바가지 떠오지 않고서도 귀한 물을 마시게 하는 놀라운 손길이 있네 은혜의 모든 선물을 하늘에서 주셨나니. 시조 2022.12.27
종소리 종소리 - 이탄(1940~ 2011) 나는 항상 성탄절이다 누가 누구하고 싸울 때도 내가 싸우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거룩한 빛의 날 성탄절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겐 365일이 온통 성탄절이다 나에게 듣기 싫은 목소리로 마치 야단치듯 대하거나 좋은 말을 해주거나 3.8선을 생각하거나 나에게는 감사한 마음이다. 모두, 감사한 마음이 퍼져나가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시 2022.12.26
선한 빛으로 성탄절을 빛내는 성도가 됩시다 오늘은 주일이고, 거룩한 크리스마스로 우리말로 성탄절(聖誕節)입니다. 성탄절이 되면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어 온통 형형색색 불빛을 밝힙니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큰 거리마다 지역교회연합회를 중심으로 대형 성탄트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성탄절 시즌에 성탄 트리를 만들어 불을 밝힐까요. 성탄 트리의 기원은 독일의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에게서 찾습니다. 그가 크리스마스 전야에 숲속을 산책하다 눈이 쌓인 전나무 위에 달빛이 어둡던 숲을 밝히는 모습을 보았지요. 그는 ‘인간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와 같지만 예수의 빛을 받으면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깨달았습니다. 루터는 이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전나무 하나를 집으로 가져와 이를 장식해 아름다운 트리를 만 들었는데, 이것이 크리스마스 .. 주일 아침의 단상 2022.12.25
임 오시는 길 - 이성교 교수(1932-2021. 성신여대) 먼 하늘에서 물이 흘러 눈썹 위에 찰랑이네 어쩌면 그리 빛이 맑은가 그 열매 영롱한가 하늘에서 시작되어 깊은 숲속으로 오는 동안 갈릴리 소식이 물보라처럼 열려오네. 모두 다 옷깃을 여미고 들판에 나서서 그 임을 맞자. 말씀으로 오시는 이 빛으로 오시는 이 강 저편에는 노을이 져서 임 오시는 길 펼쳐주시네. 카테고리 없음 2022.12.23
눈 내리는 날은 - 고 훈(한국기독교예술대상) 눈 내리는 날은 언제나 셀레임으로 가슴이 뛴다 어머니의 포근한 마음이 대지를 품고 헐벗은 가난한 유년도 결코 춥지 않았다 사람이 있어서 좋은가 없어도 좋다 우리가 서로에게 청결할 수 있다면 오늘 이 눈길은 다시 걸을 수 없는 마지막 길 남은 우리 삶의 처음길이다 눈 내리는 날은 언제나 셀레임으로 가슴이 뛴다. 시 2022.12.22
홍해 갈라지다, 그리고 닫히다 -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여호와께서 구름 기둥과 불 기둥 돌이켜 바알스본 맞은 편 홍해 바닷가에 장막치게 했을 때 이스라엘 사람들 모세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그러나 ‘너희는 두려워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고 외치는 모세의 당당함에 순종하였나니. 앞서 가시던 하나님 구름 기둥 뒤로 옮겨 구름과 흑암으로 캄캄한 애굽 땅 밝은 이쪽 땅과 구별되었을 때에는 비로소 안도의 숨 쉬었나니. 모세가 바다 위로 손 내밀자 여호와께서 밤새 큰 동풍으로 바닷물 물러나게 하사 물이 갈라져 바다가 마른 땅이 되어 이스라엘 사람들 춤추며 걸어가나니. 뒤 따르는 애굽 군대와 병거와 마병들 모세가 바다 쪽으로 손 내밀자 바닷물 닫혀 그들 다 덮으니 바다 건너편의.. 명작 소설의 향기/크리스천 교수의 글 202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