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29

돈으로 사는 거지만

- 신현득(아동문학 원로) 가게에서 양말을 팔고 있다 내 발에 맞는 양말. 다음 가게에서 장갑을 팔고 있다 내 손에 맞는 장갑. 그 다음 가게에서 옷을 팔고 있다 내 몸에 맞는 옷. 그 다음 가게에서 가방을 팔고 있다 내 어께에 맞는 가방. 그 다음 가게에서 모자를 팔고 있다 내 머리에 맞는 모자. 고맙지 않은가 돈으로 사는 거지만 내 몸 크기 먼저 알고 만들어 둔 것.

동시 2022.12.10

우리 엄마, 앙트 레 비앙

- 이상현(아동문학의 원로) 우리 엄마는 캄보디아 출신 앙트 레 비앙! 동네 시장에 가면 여기저기서 엄마 이름을 붙잡습니다. "비앙 이리 와!" "싸게 줄게, 비앙!" 엄마의 발길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깎아주세요, 덤도 주실 거죠?" "그래, 그래!" 엄마의 웃는 얼굴을 이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살림 잘 한다, 비앙!" "딸도 참 예쁘구나, 비앙!" 나물장수 할머니는 칭찬도 듬뿍 얹어 줍니다. 기분 좋은 우리 엄마, 앙트 레 비앙!

동시 2022.12.08

불붙는 떨기나무에서 들리는 소리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호렙산 기슭 불붙는 떨기나무 타지 않는 것 궁금하여 돌아선 모세에게 ”모세야. 모세야. “ 부르시는 여호와 하나님. 두려워 떨며 ‘내가 여기 있나이다.’로 답하는 그에게 ”이리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신발을 벗어라. “ 하는 여호와 하나님. 더욱 두려워 떠는 모세에게 애굽 바로에게 가서 고통 받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하라고 명령하신다. -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리이까?’ 반문하는 모세에게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시고 당신의 이름까지 ‘스스로 있는 자’라 알려주신다. 그래도 불안해하는 모세에게 형 아론과 동행하라 하신다. 그와 같은 사랑으로 오늘날 우리에게도 바로보다 더 사악한 무리 득실거리는 이 세상 광야..

죄의 값

- 한경직 목사(1902~ 2000) 죄를 지으면 반드시 그 값을 치루어야 한다. 죄 지으면 사람들은 그 죄를 덮으려 하고, 가리우려고 하지만, 죄는 마치 주머니 속에 든 송곳 같이 옷을 꿰뚫고 나온다. 가장 원하지 않을 때 죄는 나타나 그 댓가를 받아낸다. 전에 나의 대학 동창 중 한 친구는 미국 유학 가려고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갔다. 그는 샌프랜시스코에 도착하여 그곳 이민국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그때 성병균이 발견되어 입국불허로 다시 되돌아 온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가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함께 북경에 가서 술을 먹고 논 일이 있었다. 그때 그는 친구들과 함께 술김에 가지 않을 곳에 갔었다고 한다. 그 후에 약도 먹고 주사도 맞아 완치된 줄 알고 미국 유학을 떠났는데, 배에서 짐을 가지고..

칼럼 2022.12.06

겨울 눈꽃처럼

겨울 눈꽃처럼 정득복(1937~ ) 하늘에서 내려와 쌓인 겨울 눈꽃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이 순수하고 해맑았으면 하늘에서 내려와 쌓인 겨울 눈꽃처럼 포근한 정경이 가슴마다 넘쳐흘렀으면 하늘에서 내려와 쌓인 겨울 눈꽃처럼 세상살이 즐거움이 온 누리에 가득 넘쳤으면 하늘에서 내려와 쌓인 겨울 눈꽃처럼 너와 나의 만남이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였으면

2022.12.05

에벤에셀의 하나님

2022년도 어느덧 지나고 마지막 달인 12월 첫 주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볼 때마다 등장했던 ‘에벤에셀’ 곧 ‘주님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는 고백이 어느 해보다 무겁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에벤에셀’은 사무엘상 7장에 나옵니다. "사무엘이 돌을 취하여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워 이르되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고 그 이름을 에벤에셀이라 하니라 "(삼상 7:12). 그러나 이 ‘에벤에셀’이란 단어는 사무엘상 7장에 앞서 4장과 5장에도 등장합니다. “이스라엘은 나가서 블레셋 사람들과 싸우려고 에벤에셀 곁에 진 치고" (삼상 4:1 “블레셋 사람들이 하나님의 궤를 빼앗아 가지고 에벤에셀에서부터 아스돗에 이르니라" (삼상 5:1) 에벤에셀이라는 장소는 엘리 제사..

초겨울 이미지

초겨울 이미지 유승우 교수(인천대 명예) 창백하게 여위어가는 햇살이 빈 들판을 서성거리며 주기도문을 외우고 있다. 갈대꽃들이 강가에 모여 서서 하얗게 손을 흔들며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말씀을 외우고 있다. 가랑잎들이 아늑한 곳에 모여앉아 바스락 바스락 마른 목소리로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소근거리고 있다. 잎 진 가지들이 바람 앞에 서서 앙상한 가지를 흔들며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으옵소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12월의 기도

- 조규옥 ​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 뒤돌아보면 낮은 곳으로 내려가겠다는 다짐은 간 곳 없고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버둥대며 살아온 삶이었습니다. ​ 이제 참회의 촛불을 켜렵니다. ​어려운 자들과 고통 받는 자들에게 열리지 않았던 가슴을 마지막 남은 단 며칠만이라도 활짝 열어 그들과 함께 하게 하소서 ​ 겨울 숲 빈 나뭇가지에 밝게 스미는 햇살처럼 저마다의 가슴속에 한 줄기 사랑의 빛이 스미어 오래도록 머물게 하소서 ​ 그리하여 모두가 희망으로 가득 찬 새해를 맞이하게 하소서.

202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