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 24

4월의 편지

- 오순화(시인) 꽃이 울면 하늘도 울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아프면 꽃을 품고 있는 흙도 아프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웃으면 하늘도 웃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피는 날 꽃을 품고 있는흙도 헤죽헤죽 웃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맑고 착한 바람에 고운 향기 실어 보내는 하늘이 품은 사랑 그대에게 띄우며 하늘이 울면 꽃이 따라 울고 하늘이 웃으면 꽃도 함께 웃는 봄날 그대의 눈물 속에 내가 있고 내 웃음 속에 그대가 있음을 사랑합니다.

2023.04.17

‘기쁨의 50일‘을 향하여

󰋮 The 행복한 생각 󰋮 초대교회 때부터 가장 오래 지킨 절기가 ‘기쁨의 50일’(The Great Fifty Days)입니다. 부활주일부터 성령강림주일 때까지 50일을 ‘완전한 기쁨과 승리’의 날로 지속했습니다. 사순절이 어둠의 시간이었다면, 부활주일부터 기쁨의 50일은 완전한 빛의 시간입니다. 기독교 역사를 보면 ‘기쁨의 50일’ 동안에는 금식은 금지되었고, 회개의 표현으로서의 무릎 꿇음도 허락하지 않고 서서 기도했습니다. 초대 교인들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을 7주의 기간으로 확대시켜 교회력을 “부활절 후 둘째 주일”, “부활절 후 셋째 주일...”이 아니라 “부활절 둘째 주일”, “부활절 셋째 주일”로 했습니다. 부활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일용할 양식

- 산상수훈 묵상 27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살게 풍족한 양식 주시라고 기도하지 않고 왜 일용할 양식만 달라고 기도하라 하시는지요? 원망하고 원망하다가 문득 만나와 메추라기 생각났지요. 매일매일 내리시는 만나와 메추라기의 깊은 뜻 깨닫지 못하고 욕심껏 거두었다가 하루를 넘기면 벌레가 생기고 냄새도 났지요. 일용할 양식만 거두어도 우리를 이 땅에서 충분히 살 수 있게 하시는 당신의 능력 감쪽같이 잊어버리고 돈 자랑하며 좋은 차타고 여기 저기 좋은 음식 먹으려 다니다가 돈 될 땅이나 집 보이면 사지 말라는 뜻으로 일용할 양식만 주시라고 기도하게 하시는 것이지요? 그냥 일용할 양식만이 아닌 이 세상에서의 모든 삶 당신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고 가난하고 낮은 이웃 긍휼히 여기고 그들에게..

기독교와 예술

-한경직 목사(1902-2000) 아침 동녘의 서광이 아름다운가 하면. 저녁 서산의 낙조도 못지않게 아름답다. 명랑한 가을 달밤이 아름다운가 하면, 밤의 수많은 별들도 비길 수 없이 신비하다. 여름 아침 산곡을 덮는 매미의 서늘한 노래, 황혼을 노래하는 저녁 벌레들의 음악과 반주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나뭇잎 하나하나 등 위대한 작품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최고의 예술가이시며 창작가이신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이 하나님이 주시는 영감(INSPIRATION)이 없이 어떻게 위대한 작품을 지을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다 하나님께로부터 예술을 배워야 한다. 그림으로 말하면 레오날도 다빈치, 라파엘, 산리 외에 더 위대한 화가가 어디 있으며 조각이면 미켈란제로의 작품보다 더 뛰어난 것이 어디 있을까?..

칼럼 2023.04.13

꽃을 닮은 그대는

- 김용호 내 시선이 머문 곳에 정겹게 미소지어준 꽃을 닮은 그대 찬바람이 맴도는 이른 봄에 선홍빛 동백꽃 옆에서는 동백꽃이 됩니다. 간단하게 봄을 즐기는 노란 개나리 옆에서는 개나리꽃이 됩니다. 대지에 기분 좋게 향기풍기는 연분홍 진달래꽃 옆에서 진달래꽃이 됩니다. 눈길을 돌리려면 향기로 머문 찬란한 꽃을 닮은 그대는 나를 행복하게 할 봄입니다.

2023.04.12

타크라마칸 사막에 서서

이강천(국민일보 신춘문예 시인) 타크라마칸 사막에 서서 물 흐름의 소리를 듣는다. 꽃망울 벙그는 소리를 듣는다. 알밤 터지는 소리를 듣는다. 사막에 서서 전도자들의 기도소리를 듣는다. ---------------------------------------------- 사막에는 모래, 햇볕, 하늘 외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시인은 사막에서 물소리, 꽃망울 벙그는 소리, 알밤 터지는 소리를 듣는다. 이는 사막에 샘이 솟고, 꽃이 핀다는 메시아가 이룩할 옛 구약 이사야 선지자 환상과 같다. 시인도 그런 환상 속에서 세계가 복음으로 변화될 소망을 보고 듣는다. 누가 말했던가. 시인은 미래를 보는 선견자요, 예언하는 선지자라고.

2023.04.10

부활절

- 김현승(1916~ 1975) 당신의 핏자국에선 꽃이 피어 사랑 꽃이 피어 따 끝에서 따 끝까지 사랑의 열매들이 아름답게 열렸습니다. 당신의 못 자욱은 우리를 더욱 당신에게 못 박을 뿐 더욱 얽매이게 할 뿐입니다. 당신은 지금 무덤 밖 온 천하에 계십니다 충만하십니다. 당신은 당신의 손으로 로마를 정복하지 않았으나 당신은 로마보다 더 크고 강한 세계를 지금 다스리고 계십니다. 지금 울려퍼지고 있는 이 종소리로 다스리고 계십니다! 당신은 지금 유대인의 壽衣를 벗고 모든 따의 훈훈한 生命이 되셨습니다. 모든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이웃과 친척들의 기도와 노래들이 지금 이것을 믿습니다! 믿음은 증거입니다 증거 할 수 없는 곳에 믿음은 증거입니다! 해마다 사월의 훈훈한 땅들은 밀알 하나이 썩어 다시 사는 기적을..

부활의 주님과 동행하는 삶

󰋮 The 행복한 생각 󰋮 오늘이 부활절입니다. 교회마다 사순절과 부활절을 지내며 여러 가지 행사를 치르느라 분주합니다. 그런데 매년 아쉬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부활절을 보내자마자, 마치 국경일 기념식을 치르고 곧 잊어버리는 것처럼, 부활의 의미를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부활은 죽었던 자에게 다시 생명이 돌아와 죽음의 자리에서 살아나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이 세상에서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 사람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십니다. 우리가 부활의 삶을 살려면 먼저 ‘3중 부활’을 믿어야 합니다. 하나는, 역사적 부활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부활을 역사적 사건으로 믿는 것입니다. 둘째는, 실존적 부활입니다. 십자가 부활이 성령의 역사로 인하여 나의 십자가, 나의 부활 사건이 됨을 믿는 것입니다. 셋째는, 현재적..

골고다 언덕에서

- 정려성(197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하늘에 계시던 님 세상에 내려 오사 십자가 짊어지고 골고다 오르실 때 하늘도 슬픔에 겨워 궂은비만 뿌렸다. 오르다 쓰러지고 쓰러져 다시 걷는 님 가신 길을 따라 핏자국 선연한데 태양도 두 눈을 감고 목을 놓고 울었다. 연약한 두 어깨에 우리 죄 다 지시고 한 걸음 또 한걸음 옮기신 그 자리에 들꽃만 안타까운 듯 고개 숙여 피었다.

시조 2023.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