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30

가을의 편지

이해경(시인) 고운 손길 가득히 쏟아내는가을의 낙엽 속에어제 다 쓰지 못한사랑의 말들이 새겨져 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쏟아내는가을의 낙엽 속에어제 다 풀지 못한사랑의 숙제가 새겨져 있다. 울다 지친 마른 울음을 쏟아내는가을의 낙엽 속에어제 다 주지 못한사랑의 선물이 새겨져 있다. 발길 닿는 곳에 쏟아내는가을의 낙엽 속에어제 다 가지 못한사랑의 길이 새겨져 있다.

2024.11.20

늦가을 내장산

유소솔 단풍으로 덮여 있는 하늘단풍길 긴 터널이 온통 붉다. 손잡고 걸어가는 엄마 얼굴이 아주 곱다. - 엄마, 아주 예쁘다.“ 그래? 너도 아주 예쁜데 뭘?”- 정말? 나도 예쁜 거야?”“ 단풍 빛을 받으면 모두 예쁘지.”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숲길을 간다. - 엄마, 나 자주 여기 올 테야.“ 왜, 예뻐지고 싶어서?”- 얼굴이 예쁘면 얼마나 좋아?“ 얼굴만 예쁘면 뭘 해, 마음도 예뻐야지.” 그 말에 잠깐 샐쭉해진 나그러다 무슨 생각이 불쑥 났다. - 엄마, 나 이제부터 심술 안 부릴 거야.“ 그래?”- 옷 투정도 안 할 거야“ 그래?- 먹거리 투정도 안 할 거야““ 정말?”“ 그럼, 해마다 여기 데려 올 거지?”- 좋아. 자 약속! 우리는 길을 가다가오른 손을 마주 잡고엄지손가락 서로..

동화시 2024.11.19

이런 사람 되고 싶다

최정순(한국아동문학작가상) 공부 잘 하는 것도 좋지만친구와 어울려 지내는마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달리기 일등 하는 것도 좋지만최선을 다해 뛰어 골인하는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이 잘 되는 것 흉 보는 것보다‘잘 했다’ 칭찬의 말아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형제간에 싸움보다“형 먼저, 아우 먼저”서로 양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시 2024.11.18

감사를 가로 막는 장애물 3가지

󰋮 The 행복한 생각  김정운 교수의 칼럼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낙엽이 서럽게 지는데도 도무지 그리운 게 하나 없다. 아, 이렇게 맛이 가는 거다.” 그리움이 없다면 심각한 일입니다. 세상만사에 심드렁해지면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감사주일을 지내면서도 우리 안에 감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이 추수감사주일입니다. 그런데 감사주일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는 감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감사를 가로막는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장애물들이 우리로 하여금 감사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습니까? 첫째는 ‘당연’이라는 장애물인데, 따지고 보면 당..

가을의 노래

최규창(시인. 월간창조문예 주간) 이제는 들녘에 나가 보아라모진 비바람은 기억 속에 접어두고영원한 하늘의 사랑을 노래하리라나의 땀 흘린 결실을하나님께 찬송하리라 이제는 들녘에 나가 보아라하나님의 사랑을몸에 흠씬 젖어보아라봄에 씨 뿌리고여름내 땀으로 빚어 놓은사랑의 열매를 얼싸 안아라그 사랑의 따뜻한 손길에소리 높여 찬양하리라 이제는 들녘에 나가 보아라땀의 결실은너와 나를 기다리고아름다운 생명을 돌보는하나님의 사랑은저렇듯 끝이 없어라.

2024.11.16

낙엽

이해인(제1회 카톨릭문학상)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새롭게 해주고 시간들을 얼마나알뜰하게 써야 할지 깨우쳐 준다.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한 장 낙엽으로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헤아려 보게 한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조금씩 떨어져 나가는나의 시간들을 좀 더 의식하고 살아가야겠다.

202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