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소설의 향기 98

화평케 하는 자

산상수훈 묵상(7) - 양왕용(부산대 명예) 카인이 아벨을 땅에 묻은 후부터 화평은 사라지고 미움과 다툼만 난무하였나니. 당신께서 외아들 이 땅에 보내심으로 비로소 화평은 찾아 왔나니. 그러나 그 아들을 매질하고 없는 죄 만들어 십자가에 매달아 죽인 무리들 어찌 화평을 말할 수 있으랴. 그래도 이 땅에 화평을 주고자 당신께서 그 아들 부활시켜 며칠 동안 머물게 하시고 그를 믿는 자들 모여 화평을 노래하게 하였나니.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고 원수도 사랑하게 하였나니. 이들이 바로 복 있는 자들이니 이들을 또한 하나님의 아들이라 할지니. 이들의 화평의 노래 온 백성들 공감하면 이 땅에 미움과 다툼 사라질지니. 집이나 마을이니 회사나 미움과 다툼 사라질지니.

마음이 청결한 자

마음이 청결한 자 -산상수훈묵상(6) -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마음이 청결하면 하나님을 볼 것이라고 당신께서 가르치셨는데 아직 나는 하나님을 못 보았으니 왜 이리 마음이 더러운가? 도대체 언제쯤 마음이 청결해질 것인가 회개하고 또 회개한다. 보여주세요. 보여주세요. 입으로 기도하면서도 막상 마음은 세탁하지 못하는 이 보잘 것 없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남들에게 나쁜 짓 하지 않고 거짓말 안 한지 오래인데도 도무지 보여주지 않는 당신 수준의 청결함을 찾아 오늘도 산과 들판 그리고 바닷가를 헤매다가 남이 아니라 나를 속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비로소 알게 되어 사도 바울처럼 오호라 곤고한 사람이로다. 자책하면서 회개하고 또 회개한다.

우리 조국을 구원하소서

하나님! 우리 조국을 구원하소서 - 이어령(이화대 석좌교수) 당신은 이 나라를 사랑합니까? 한국은 못난 조선이 물려준 척박한 나라입니다. 지금 백척간두 벼랑 끝에 있습니다. 그곳에는 선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헤지고 구멍 나 비가 새고 고칠 곳이 많은 나라입니다. 버리지 마시고 절망으로부터 희망의 날개를 달아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은 없습니다.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衣, 食, 住 걱정이 끝나는 날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이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

구름과 놀고 싶다

구름과 놀고 싶다 - 신규호(성결대 명예: 1938~ 2022) 가을 하늘의 흰 구름을 보면 불러서 함께 놀고 싶다. 목마 타듯 훌쩍 올라타고 서녘으로 가보고 가다가 심심하면 양떼구름이나 만들다가 밤이 되면 별을 불러 동방박사의 점이나 보면서 아주 가난하고 누추한 마굿간 찾아 기웃거리며 누가 또 태어났는지 알아보고 싶다, 찾아보고 싶다. -------------------------------------------------------------------- (소솔) 며칠 전 신규호 교수가 소천했습니다.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그의 명시 한편 여기 올립니다. 동심(童心)의 발상으로 시작된 이 시는 상상을 통해 구름을 잡아타고 떠돌다 밤이 되면 별 찾아 옛 동방박사들처럼 가난하고 누추한 마굿간에서 또 누가 ..

긍휼히 여기는 자

-산상수훈묵상(5)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지하철 타러 층계를 내려갈 때마다 자주 만나는 그 손길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너무나 많은 그 손길 보며 선한 사마리아 사람 생각한다. 아차, 오늘은 놓쳤구나. 내일은 선한 사마리아 사람보다는 못해도 긍휼 베풀어야지 생각한다. 당신께서는 긍휼은 생각만이 아니라 행함이 따라야 한다고 가르쳤는데도 너무나 많은 손길들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속담에 위안하며 선한 사마리아 사람을 잊었다고 회개하고 또 회개한다. 긍휼히 여기는 자들은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로부터 긍휼히 여김을 받아 비로소 복 있는 자가 될지니. 지하철 타려 갈 때마다 그 손길 있으면 외면하지 말지니.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우리 잡은 이 손

우리 잡은 이 손 - 문성모(서울 장신대 교수) 우리 잡은 이 손 서로에게 온기가 되어 험한 세월 언 육신을 따뜻이 녹여 행복을 만들어가리 우리 잡은 이 손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 모진 풍파 절망의 마음을 위로하여 미래를 만들어가리 우리 잡은 이 손 서로에게 행복이 되어 아물지 않은 상처 고뇌의 영혼에 안식을 주어 노래를 만들어가리

의義에 주리고 목마른 자

산상수훈 묵상(4) - 양왕용(부산대 명예) 당신께서 말씀하신 의를 이 땅의 것으로 착각하여 남을 정죄하고 자기들을 정의의 사도라고 일컫는 자, 많나니 그들은 증오의 굿판만 벌리는 무리들이니. 이 땅의 우리는 모두 죄인인데 누가 누구를 정죄하리요. 참된 의는 당신께로부터 오나니 세상의 온갖 유혹 뿌리치고 모든 일을 행함에 당신께 아뢴 후 가르치시는 뜻대로 하다가 손해 볼 지라도 원망하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리며 義에 주리고 목말라 아뢰고 또 아뢰며 또 기다리는 자에게는 끝내 生水 같이 복을 내리실지니. 지금까지의 배고픔도 사라지게 하시고 증오의 굿판 벌리는 무리들도 물리치고 세상 권세와 영광을 뒤덮을 힘도 주실지니.

온유한 자

온유한 자(산상수훈 3) -양왕용(부산대 명예) 온유한 자는 따뜻함과 부드러움 가진 자이나 그것들은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도무지 가지기 어렵나니 남들보다 앞서서 이겨야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일들로 충만한 칼바람 부는 이 세상에서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살 수 없나니. 그러나 날마다 실족하여 넘어지고 그 아픔으로 인하여 애통하고 또 애통하면서 당신으로부터 용서받은 자는 칼 같은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고 배반당하여도 제자의 발 씻기시는 당신처럼 낮아지고 낮아지며 따뜻함과 부드러움 가질 수 있나니. 끝내는 당신께서 주신 그 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하늘나라에서 땅을 기업으로 받아 그 땅에다 입 맞추며 복 누릴지니.

크리스마스와 우리 집

크리스마스와 우리 집 - 김현승(1913~1975: 숭실대 교수) 동청冬靑 가지에 까마귀 열매가 달리는 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 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 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 마을 밖의 우리 집 은 접시와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 늘 웃는 우리 집. 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 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집 우리 집과 같은 베들레헴 어느 곳에서, 우리 집과 같이 가난한 마음과 마음의 따스한 꼴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 예수님은 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