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시인의 이라는 시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여름의 폭염과 폭풍까지 견뎌낸 백일홍이 붉은 꽃들을 피워낸 것을 보면서 다행스러운 생각과 경건한 마음까지 듭니다. 2년 전, 팬데믹으로 인해 셧다운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 모두는 ‘그저 잠시 동안’의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월이 가면 수그러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