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새벽 4시에 북한 공산군이 38선 전 지역을 일제히 넘어 불법남침을 했고, 긴급히 소집된 국군용사들이 용감히 싸워 막고 있다는 라디오방송 소식을 우리는 교회에서 들었다. 나의 고향은 우리나라 서남쪽 끝자락 목포여서 처음엔 사람들이 피란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7월 중순에 접어들자, 인민군이 충청도에서 전라북도로 넘어왔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술렁였는데, 나는 그 때 초등학교 6학년, 학교는 수업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튿날 밤에 근교 영암경찰서 순경으로 근무하는 큰 형이 철모에 군복을 입고 M1총을 멘 늠름한 모습으로 집으로 왔다. 공산군과 싸우기 위해 내일 새벽에 출동하기에 가족과 작별인사차 온 것이다. 큰 형이 부모님과 얘기를 마치고 정중히 큰절을 드린 후, 내 머리를 쓰다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