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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겪은 6.25 (1)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새벽 4시에 북한 공산군이 38선 전 지역을 일제히 넘어 불법남침을 했고, 긴급히 소집된 국군용사들이 용감히 싸워 막고 있다는 라디오방송 소식을 우리는 교회에서 들었다. 나의 고향은 우리나라 서남쪽 끝자락 목포여서 처음엔 사람들이 피란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7월 중순에 접어들자, 인민군이 충청도에서 전라북도로 넘어왔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술렁였는데, 나는 그 때 초등학교 6학년, 학교는 수업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튿날 밤에 근교 영암경찰서 순경으로 근무하는 큰 형이 철모에 군복을 입고 M1총을 멘 늠름한 모습으로 집으로 왔다. 공산군과 싸우기 위해 내일 새벽에 출동하기에 가족과 작별인사차 온 것이다. 큰 형이 부모님과 얘기를 마치고 정중히 큰절을 드린 후, 내 머리를 쓰다듬..

수필 2021.06.16

유월의 장미

유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유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 밝아져라 - 밝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들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때마다 싱싱한 잎사귀도 돋아난다고 유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자꾸 따라오라고 자꾸 말을 걸어오네요.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키워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강물처럼 세상 향해 흘러가는 교회

최근 한 기독교 신문의 보도입니다. 한국 교회의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한국교회가 ‘시대와 소통할 때 위기를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 놓았습니다. 특히 "한국교회가 지난 120년간의 역사 동안 꾸준한 성장을 해왔지만, 교회의 성장배경에는교회와 사회가 만들어낸 소통과정에 있었다" 고 하면서, "현재 한국교회가 당면한 어려움에는 이 사회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했습니다. 로버트 존스톤(Robert Johnston)교수의 지적에 교회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교회는 밖으로는 현실 외면의 위험과 안으로는 자기만족의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상자 속에 가둬 버렸으며 그로 인해 참담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새롭게 보기 위해서는 새로운 ..

만주에서 전도하다 죽은 성결교회 창립자

만주에서 전도하다 죽은 성결교회 창립자 - 정빈(鄭彬) 전도사 1878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그는 당시 전통문화로 유교를 숭상하고 조상제사를 드렸으며, 8살에 서당에 들어가 한학을 공부했다. 그런 그가 10살쯤 기독교에 입신했는데, 1882년 해주에는 북경에서 세례 받고 돌아 온 서상윤의 전도로 교회가 이미 세워졌었다. 그는 관례에 따라 15세쯤에 결혼했으나, 주일학교에서 배운 신앙에 대한 열망 때문에 이듬해 가족을 데리고 서울로 갔다. 그리고 1893년에 세워진 종로의 연동교회의 무어(Moore) 선교사가 목회하는 교회의 교인이 되어 종로 YMCA에 가서 성경공부와 신앙강좌를 들었다. 강사 중 세브란스 의전의 학생 고명우 씨가 있었다. 고명우는 청년들에게 ''이미 기울어져 가는 조국을 붙잡기보다 영..

산과 하늘

산은 하늘을 닮고 싶어 한다 맑음도 푸르름도 하늘은 산을 좋아 한다 늘 의젓한 모습을. 그런 마음을 서로 어떻게 알았을까 산은 날마다 기슭 옹달샘에 맑고 푸른 하늘을 가득 담고 하늘은 때로 띠구름 보내어 산봉우리에 하얀 반지 끼워주고. - 계간문예(2018. 여름호) Mountains and skies The mountain wants to resemble the sky. Neither clear nor blue. The sky likes mountains. He's always so polite. That kind of mindHow did they know each other? Every day at the foot of the mountain, Full of clear blue skies. The ..

동시 2021.06.09

산딸기 일기

뾰쫑, 뾰쫑 산새노래 들으며 엄마랑 산에 올라갔다 숲속 길옆에 빨간 산딸기 보여 - 엄마, 저 산딸기 따 줘요 - 안 돼. 저건 산새들 밥이야 시무룩한 나는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물었다. - 엄마, 이 산딸기 누가 심었어요? - 아, 그건 저 산새들이지 - 새가 어떻게요? - 산딸기에 박힌 까만 씨앗들 산새들이 먹고 똥을 누면 땅에 떨어진 씨앗 점점 자라 산딸기나무 되고 열매도 맺지. - 아, 그래서 산딸기가 산새들 것이구나. 내 말에 엄마가 웃으신다. - 우리 착한 단비, 집에 가면 마트에서 집 딸기 사줄게 집 딸기는 사람들이 심었거든 - 아이, 신난다. 오늘 등산 한번 잘했다. 산딸기는 산새들의 것, 새로 배우고 사람이 심은 집 딸기가 더 크고 좋아 엄마와 함께 실컷 먹는 신나는 날이었다.

동시 2021.06.08

가슴에 쓰는 편지

가슴에 쓰는 편지 - 안혜초 받고 싶은 것은 사랑 주고 싶은 것도 사랑입니다. 미워하고 싶어 미워하고 미움 받고 싶어 미움 받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비워내게 하소서 이 가슴 언제이고 마르지 않는 사랑의 옹달샘으로 쏘아대면 쏘아대는 대로 웃음으로 맞겠습니다. 빗나간 우리들의 사랑 바로 잡으려 바로 잡으려 잘못 묻혀진 미움의 독毒일랑 말끔히 씻어 버리겠습니다, 밤마다 새벽마다 빠뜨림 없이 기도드리면서도 어쩌나, 나도 모르는 한 순간 미움의 화살 또 한 번 쏘아 놓고선 나 먼저 방울방울 피 흘리며 아파하고 있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