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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초승달은 몸이 가냘프고 예쁜 소녀입니다. 보름달은 환하고 씩씩한 청춘의 기상입니다. 그믐달은 목숨이 사위어가는 노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사람들은 고개 들고 보름달은 꼭 찾습니다. 때론 훤출한 대장부 같아 수많은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름달 아래 노래 부르고 춤추게 합니다. 우리의 '강강수월래‘가 그것입니다. 때로는 천하미인 양귀비 같아 강물에 찾아 온 그녀를 품어보려다 당나라 이백 시인은 몸과 마음 빼앗겼습니다. 수 만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짝사랑하여 울기도, 또 웃기도 했을까요. 보름달은 밤을 밝히는 작은 해 하나님의 손가락에 불과한데 왜 사람들은 그분을 찾지 않고 그분의 손가락만 사모할까요?

2021.06.26

한 소년이 겪은 6.25 (3)

그러나 곧 통일이 될 것만 같던 우리 아군의 승승장구의 기쁨도 잠시였다. 11월 초 신문에는 중공군 백만 명이 압록강을 넘어 불법으로 참전, 인해전술로 아군이 계속 후퇴하며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암울한 소식이었다. 우리는 그때부터 학교에서 ‘무찌르자 오랑케 몇 백만이냐’하는 군가를 배우고 불렀다. 나중에 알고보니, 중공군 50만 명이 참전했는데, 적의 군사 비밀을 정확히 알지 못한 오보였다. 또 한 학기에 한 번씩 국군장병들과 우리를 도우러 온 유엔군에게 위문편지를 써서 보냈고, 이 일을 휴전될 때까지 3년 간 계속했다. 또 교회에서는 우리 국군과 유엔군의 승리를 위해 수요일 저녁마다 기도회를 개최할 때 나도 참석해서 기도했던 일이 생각난다. 중공군 개입이 없었으면 한국은 평화통일이 되었을텐데, 그들이 참..

수필 2021.06.25

영원한 사랑

사랑하기 전에는 나 밖에 몰랐어요. 어릴 때부터 우리 집 왕이었으니까요. 그분을 만난 후 부터 나는 알았어요. 나는 죄인이라는 사실을 그분을 사랑하고부터 나는 변했어요. 내가 존중해야 할 분이 있다는 걸 믿음의 고귀함도 범사에 감사함도 항상 기도할 줄도 알았고 인생의 소중함도 하늘의 소망도 사랑의 기쁨도 알았어요. 그분 때문에 이 세상 모든 것 다 사라져도 오직 영원한 것은 하늘 사랑뿐인 것을 고백할 수 있으니까요. - 소솔 제2시집 수록(2019)

2021.06.24

소소한 감사

누가 책 보내오면 전화로 먼저 감사하고 감동되는 글은 이메일로 감사하고 내가 쓴 책 보냈을 때 누가 전화나 이메일 화답하면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 말하고 설교 들을 때 깨달음 오면 ‘아멘!’하고, 주님께 감사한 후 그렇게 살 것을 굳게 결심하고 찬송할 때 감동이 오면 두 손 어깨 높이로 찬양하며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 드린다. 나이가 많고 높아진 신력信歷에도 어린이처럼 동심으로 소소한 감사 찾으면 내 삶은 금싸라기처럼 늘 변하리. - 상록수문학(2015-가을호) - 소솔 제2시집 수록(2019. 04)

2021.06.23

그런 꽃이고 싶다

예배 마치고 우리 내외 차에 오르자 여 집사 한 분 다가와 S병원 가는데 태워달란다. - 예, 타시지요. 방향이 같아 웃으며 꽃을 안은 그분 모셨는데 차 안은 향기로 가득했다. 그분이 병원 앞에 내리며 꽃다발 안고 내렸으나 향기는 차 안에 두고 그냥 가셨다. 잠시 모셨는데 며칠 동안 차 안 향기로 남은 꽃 나도 그런 꽃이고 싶다. 그런 향기이고 싶다.

2021.06.22

한 소년이 겪은 6.25 (2)

그 해 10월 초순 어느 날이었다. 가까운 마을 사람들이 자은에 상륙한 국군이 온다는 말에 환영하기 위해 면사무소로 통하는 20릿 길을 두 줄로 길게 늘어섰다. 이장의 부탁으로 맨 앞에는 우리 아버지를 비롯 목포에서 피란 온 교회의 남자 어른들 네 분이 섰다. 우리 가족은 그 뒤에 서있었다. 마침내 무장한 다섯 명의 국군용사가 나타나자, 우리는 “대한민국 만세!”하고 소리 높여 웨쳤다. 그런데 그 중 한분은 총이 없는 우리 교회 김 목사님이셨다. 목사님이 먼저 아버지를 알아보신 후, 달려와서 피란 온 어른들과 서로 몸을 껴안고 기뻐하셨다. 부산의 피란에서 돌아 온 목사님이 섬으로 피란 간 네 집사들 가족들이 궁금해서 목포해군부대를 찾아 ‘국군 설무원’이란 노란색 완장을 두르고 함께 찾아 온 것이다. 그 ..

수필 2021.06.21

가정예배는 가족 신앙의 뿌리

성도들의 가정에서 드리는 가정예배는 새롭게 나온 것이 아닙니다. 초대교회를 보면 첫 교회의 시작도 예루살렘 마가의 집 다락방이었고, 사도 바울을 통한 이방인 전도를 통해 얻는 신자들 대부분이 가정에서 드린 예배가 곧 교회였습니다. “라오디게아에 있는 형제들과 눔바와 그 여자의 집에 있는 교회에 문안하고”(골 4:15) 사도 바울의 말씀이 이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첫 교회가 세례 받은 한인들이 숨어서 가정예배를 드린 소래교회입니다. 1879년 중국 북경에서 로스 선교사를 만난 한인 6명이 전도 받아 세례를 받고 한글성경 번역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번역한 한글 쪽복음서를 팔아 여비를 마련하라는 선교사의 말에 따라 귀국하여 매서인이 되어 복음을 전하며 가정예배를 드렸으며, 전도한 사람들을 모아 당국 ..

부끄러운 얼굴로

지하철에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타셨다. 빈자리 없는 만원이다. 할머니가 선 앞자리엔 눈감고 이어폰 낀 청년 고개 숙여 핸드폰 보는 아가씨 그 옆 할아버지가 일어나셨다. -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아녜요.” - 저보다 나이 많으시니 앉으세요” “아이, 미안해요.” 건너편에서 앉아가던 나는 문득 시골 외할머니가 생각나 나도 몰래 벌떡 일어났다.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 아니야, 난 괜찮아 하지만 나는 얼른 옆 칸으로 달려갔다 나도 모르는 부끄러운 얼굴로.

동시 2021.06.19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믿는 모든 사람들의 조상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찾아 교제를 시작한 것은 아브라함을 부르심으로부터 시작된다. 타락한 세상에서 구원의 백성을 이룩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선택하셨다. 부르심에 순종한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셋의 후손 노아의 아들 셈의 11대 자손으로 오늘의 이라크 남쪽 갈대아 우르에서 태어났다. 부친 데라는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가족을 데리고 북서쪽으로 이동하다 하란에 정착했을 때 아브람이 68세 때였다. 하란은 우상의 도시여서 데라는 우상을 만들어 팔았는데, 아브람이 75세 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네 아비 집을 떠나 내가 지시할 땅으로 가라.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복을 주어 창대케 하리라” 하나님의 명령이었다. 왜 집을 떠나야하는지, 또 ..

민들레 홑씨

잡풀들 사이에서 우뚝 선 민들레 홑씨 개구쟁이 아이들 얼른 가서 훅훅 부니 씨앗들 흰 날개 펴며 하늘 높이 날지요. 세상에 이보다 멀리 번지는 씨 있을까 가냘픈 하얀 씨앗들 낙하산 타고 훨훨 입으로 불어만 줘도 멀리 가서 피는 꽃 우리 집은 저 건너 아파트 1층인데 그곳으로 날아와 화단에 살포시 앉으면 얼마나 참 좋을까요 내가 늘 키울 텐데.

시조/동시조 2021.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