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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내가 높아질 때 네가 낮아지고 내가 낮아질 때 네가 높아지고 내가 맨 앞자리에 서면 당신은 꽁무니에 서 있고 내가 이름 없는 자로 살면 당신의 이름 더욱 높아지고 내가 잘난 척 으스대면 당신은 못난 척 숨어버리시고 당신이 땅에 내려오심으로 내가 하늘에 오를 수 있고 당신이 나 위해 죽으심으로 내가 비로소 살 수 있고 당신이 하늘나라에 오르심으로 내가 땅에서 사명자로 살 수 있고... 시소를 탈 때마다 시소 타는 것 볼 때마다 세미한 하늘 음성 듣게 하소서. - 소솔 제2시집(2019) 수록

2020.11.16

믿음이란

믿음이란 바라는 것의 실상(히 11:1) 씨앗을 보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 주렁주렁 열매까지 맺히는 걸 상상할 수 있는 것 달걀을 보면 노란병아리로 깨어나 “꼬끼요!” 홰 치고 우는 닭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것 어린이 보면 가정의 좋은 어버이 우리 사회의 건실한 시민 하늘나라 거룩한 백성 되는 꿈을 꾸는 것 주여,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소서! - 상록수문학(2014-여름호) - 소솔 제2시집(2019)에 수록

2020.11.16

빈집 하나 짓고 싶다

나는 그곳에 빈집 하나 짓고 싶다. 잃어버린 자아 찾는 사람이면 돈 없이 누구라도 며칠 쉴 수 있는 생수 같은 맑은 시내가 있고 작아도 천하지 않은 초가삼간 마당에 철따라 꽃들이 피고 과일나무도 있어 심심치 않아 볕이 잘 드는 남향에 밤엔 달도 별도 초롱초롱 보이는 집 여름에는 모기향 피울 수 있고 겨울에는 군불 지피는 땔감도 있어 인생의 의미 찾기에 도움 되는 좋은 책들과 성경도 꽂혀 있어 사람이 그립다 하면 이웃에 사는 우리 내외가 달려가 이런저런 얘기하다 주님 만나도록 돕고 허기지면 우리 집 소찬으로 모시고 싶다. 만년설이 덮인 먼 산을 바라보며 옥 같은 물 흐르는 수정水晶 마을 그곳에 빈집 하나 짓고 싶다. 하늘나라 닮은 그런 집 하나 짓고 싶다. - 작시(2013. 01. 18) - 월간 창조문..

2020.11.16

알프스 끝자락 호수에서

1990년 8월, 그 어느 날 독일 유학생 조趙 목사와 함께 이탈리아 성지를 돌아보고 돌아오다 만난 가파른 언덕 이름 모를 호수. 웃통을 벗고 바지 걷고 양말까지 벗어 첨벙 호수에 뛰어든 순간 발목이 싸늘해 온다. 놀라며 고개 들고 바라 본 하늘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선 머언 산 알프스 산맥의 끝자락인가. 흰 눈이 여름마다 조금씩 녹아 흘러서 쌓이고 쌓인 호수 빙하氷河 맑고 푸른 태고의 숨결이 녹아 있는 듯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물을 떠 마신다. 맑고 푸른 찬 기운이 몸속을 시원케 하고 끼얹는 물에 상체上體가 부르르 떨며 한 여름 살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 소솔 제1시집에 수록(2013)

2019.01.28

위풍당당 고구려 후예들이여

고구려!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기상氣象 남으로 아리수 북으로 압록과 두만을 넘어 드넓은 요동벌판에 도읍하여 살수대첩으로 수隋나라 멸망 촉발하고 요동 벌 전투에서 당唐 태종 물리쳐 을지문덕, 양만춘, 연개소문 이름들 천하에 떨쳐, 고국천왕과 광개토대왕, 그리고 장수왕 3대에 걸친 영웅들의 가슴 넓이만큼 동북아시아의 영토가 확장되어 한 민족의 원조 고조선 땅을 모두 되찾은 웅대한 기상 서린 절대군주 앞에 왕들이 벌벌 떨며 앞 다투어 조공租貢 바친 장구한 7백년의 역사는 그야말로 위풍당당 그것이었다. 일찍이 창조주의 섭리 속에 전개된 이 엄연한 역사적 진실이 지금도 중국 집현 땅에 광대토대왕 비석으로 우뚝 서 있는데 언제부터 우리는 그 드넓은 요동 벌판 다 빼앗기고 압록강, 두만강..

2019.01.27

산에 오르는 이유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지만 또 다른 이유 있어 나는 산에 오른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미소 어리고 가벼운 대화에도 진실 깃들어 시정市井에서 행세하던 오만傲慢 꼬리 감추고 세파에 겹겹이 입은 위선僞善 스스럼없이 옷 벗는다. 옛날 의義로운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오늘도 나는 자아 찾아 나서는 순례자 되어 또 산에 오른다. - 공간문학시인집 ‘한강의 등대’ (1996) - 제1시집 ‘사랑과 평화’에 수록(2013)

2019.01.27

죽향竹香

전라도 담양에는 죽향이 있다. 울창한 대숲을 뚫고 찾아 온 한줄기 봄 햇살이 팔뚝만한 대나무 그 텅 빈 가슴을 두드리면 파아란 댓잎들이 날개로 춤을 추며 은은한 향내 번져와 심신을 정갈케 한다.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대나무들 그 끝을 찾다 현기증 일어 지그시 눈 감고 죽향 마시면 세상의 욕망이 덧없이 사라져 유배지流配地의 한을 달랬다는 옛 선비들의 지순한 마음 사계절의 푸름 따라 상록수 되어 영원을 지향하고 있다. 삶이 괴로울 때면 일상을 훌쩍 떠나 담양에 가자. 그곳에는 우리를 새롭게 하는 죽향이 있다. - 소솔 제1시집 수록(2013)

2019.01.27

5월과 어린이

강이 아름다워 물새들이 찾아들고 물새가 보고 싶어 강물은 곱게 흐른다. 산이 좋아서 꽃은 다투어 피고 꽃이 아름다워 산은 자꾸 울긋불긋 곱다. 어린이가 사랑스러워 오월 하늘은 마냥 푸르고 오월 하늘이 푸르러서 아이들은 날마다 싱싱하게 자란다. - 소솔 제1동시집 수록(1994) ----------------------------------------- 이 동시는 어린이의 계절인 오월을 노래하고 있다. 강과 물새, 산과 꽃, 어린이와 오월의 하늘을 서로 짝을 지어 아름다운 모습을 읊고 있다. 실제 강이 오염되어 많은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고 있지만, 시인은 병든 강물이 아닌 맑은 물이 흐르는 물새들이 찾아오는 싱그러운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산도, 하늘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이들 때문에 오..

동시 2019.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