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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짓기 행사

“잘 짓고 잘 짓세. 우리 집 잘 짓세. 만세반석 위에다 우리 집 잘 짓세.“ 1998년 4월 초 어느 화창한 봄날 오전이었다. 이날 남녀 40여 명이 부른 찬송소리가 동대문구 창신동의 한 오르막 길 집짓기 현장에서 온 동네에 울려 펴졌다. 국제헤비다트(사랑의 집짓기운동) 산하 한국본부의 그 해 첫 사업의 시작은 가파른 골목길 달동네로 소문난 창신동에서부터였다. 그 곳 위치는 공사장의 윗쪽에 동인장로교회의 큰 간판이 보였던 것으로 보아 그 아래쪽이 아닌가 싶다. 이 사랑의 집짓기운동 신축공사 착공예배는 당시 한국헤비다트본부(대표 고왕인 박사)의 주관으로 드렸는데, 그들 본부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때 고 박사를 통해 이 창신동 집짓기 착공예배의 설교 부탁을 받은 나는 처음으..

수필 2020.12.19

6승 1패와 5승 3패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났다. 16개국의 야구단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6승 1패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은 준결승전에 이르기까지 6승 무패로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더구나 세계의 최강 미국을 7:3으로 격파하고, 동양제일이라는 일본을 예선전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2번이나 격파하는 쾌거로 우승후보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미국을 제치고 기사회생한 일본에게 단 한번 패한 것이 그만 4강에 주저앉았고, 일본은 이 기세를 몰아 결승전에서 쿠바를 이겨 대망의 우승컵을 안았다. 6승1패와 5승3패! 누가 보더라도 6승 1패의 성적은 우승팀의 성적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5승3패가 우승팀이 되었으니 말이다. 6승1패와 5승 3패는 한국팀과 일본팀의 성적표였다...

칼럼 2020.12.19

친일 훈장과 한국 훈장

1957년에 아현동 서울신학대학에 입학한 필자는 서울역 가는 지름길로 춘향이 고갯길을 가끔 넘어 다녔다. 왜 춘향이 고갯길인지 모르지만 당시 그 고갯길 옆 밑 언덕에 흰 대리색으로 지은 고급 2층 양옥집이 하나 있었는데, 창틀이 뜯긴 채 아무도 살지 않은 흉가였다. 알고 보니, 그 집은 을사오적의 하나인 이완용의 저택으로 그가 죽은 후 후손들이 살았는데 광복 후, 시민들의 규탄에 의해 후손들이 쫓겨나 곳곳이 파괴되어 흉가로 전락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 지역이 개발되어 그 저택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 흉가는 당시 모든 사람들에게 민족 반역자의 말로를 교훈하고 있었다. 최근 국립 공문서고에서 일제日帝 시 훈장 받은 친일분자들의 명단이 발견되어, 과거사 청산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 문서는 1..

칼럼 2020.12.18

춘원 이광수와 빅토르 위고

지난 2005년이던가. 힌국민족문제연구소에서 과거 친일 반민족 행위자 708명의 명단을 발표함으로 사회를 들끓게 했다. 그들은 “좀 늦었지만 명단발표는 친일청산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며, 일제의 잔재청산을 위해 온 국민이 나서야한다”고 했다. 과거 일제日帝 치하 40년간 고통의 세월은 우리 민족의 한이었고, 반만년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짓밟은,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그러기에 한민족으로 일제의 탄압정책과 만행에 동조하거나 협력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민족의 이름으로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아직 친일문제로 처벌을 받은 자 하나도 없고, 그저 명단을 공개하므로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뿐이다. 그 치욕의 명단 중에 우리 문인들의 관심을 끄는 저명한 문학인들이 있었고, 특히 우리 민족적 소설가로 ..

칼럼 2020.12.18

그것은 사랑이었다

벚꽃이 튀밥처럼 속속 피어나는 2003년 어느 봄날이었다. 전남 함평 읍 어느 3층에 세 얻어 교회를 개척한 지 2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매주일 오후마다 아내와 함께 인근 종합병원 입원실을 방문, 병실마다 다니며 환자들의 치유 위한 기도와 주님 영접을 위한 권면을 했다. 하루는 그 일을 마치고 병원 3층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받아보니 서울의 Y장로였다. 사연은, 다음 주일 오전에 자기 교회에 와서 설교해 줄 수 없느냐‘는 것이다. 이유를 물으니 그건 오시면 얘기하겠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 5시까지 부부가 함께 청0동에 오셔서 전화주시면 모시러 가겠다고 했다. 나는 몇 사람 되지 않은 신자들을 위해 아내 친구인 협동여전도사에게 주일 설교를 맞기고, 그 주간 토요일 오전에 서울행 기차..

수필 2020.12.18

미수를 향한 등정

2019년 1월 25일에 산수傘壽를 맞았다. 작년에 교회에서 자녀들 후원으로 기념예배를 간단히 드렸기에, 산수에도 특별한 기념행사도 없이 교회에 감사헌금을 드리고 조용히 지나면서도 지난 날을 돌아보니 어떤 감격스러움이 조용히 찾아왔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나이를 의식하지 않듯 내가 나이를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40을 넘으면서 부터였다. 그때 어느 회갑연에 갔다가 처음으로 나도 회갑을 넘게 해 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 길 가려면 많은 고개를 넘듯 인생길에도 넘어야 할 몇 개의 큰 고개가 있다. 그 고개는 회갑 이후부터 이름이 붙여진다. 회갑(60)- 고희(70)- 희수(77)- 산수(80)- 미수(88)- 백수(99)라는 고개이다. 고희는 고래희(古來稀)에서 온 말로 70세 넘기가 어렵다..

수필 2020.12.17

윤동주와 송몽규의 우정

며칠 전, 한국명시선집을 읽다가 윤동주의 ‘서시’에 이르렀다. 그냥 외울 수 있기에 그의 ‘서시’를 보지 않고 소리로 낭송가의 심정으로 낭송을 했다. 그 순간 문득 그의 ‘시비’가 세워진 중국 용정의 대성중학교의 뜰이 나타나며 어떤 감회에 잠시 젖기도 했다. 나는 2001년에 중국동포사랑방문단의 일원이 되어 북경과 조선족 자치주 길림성의 수도 연길延吉을 다녀왔다. 문인으로 구성된 우리 방문단은 스케줄에 따라 북경에서 조선족 문학인들과 만나 시로 서로 교류한 후, 조선족의 문학적 고향이고, 옛 우리조상의 독립운동 무대였던 용정龍井을 다니며 감동에 젖은 하루를 보냈다. 특히 민족의 시인 윤동주尹東柱에게 사상과 문학을 일깨워준 옛 은진(오늘의 대성)중학교를 방문하면서 운동장 중앙에커다란 바윗돌에 새겨진 그의 ..

수필 2020.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