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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믿고 상투 잘라 몰매 맞은 사람

- 김상준 목사의 작은 이야기 한국성결교회를 창립한 주역의 한분인 김상준 목사는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1881년에 엄격한 유교가문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철저히 유교를 섬기며, 예절과 전통을 공부하면서 소년시절을 지냈다. 그는 전통 있는 의성 김씨 한 가문의 외아들이어서 어린 나이에도 한 달에 3번씩 생전에 보지도 못한 조상님의 제사에 끌려 다니며 억지로 절을 했다. 그러면서도 '죽은 조상들이 어떻게 자손에게 복을 줄까?" 하는 의문도 품었다. 그가 20세가 되면서 가정의 대소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22세가 되던 어느 날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수 백리 떨어진 평양에 처음으로 심부름을 갔다. 모처럼 처음 대도시 평양에 가기 위해 새 바지저고리에 상투를 곱게 틀고, 그 위에 나들이 말총갓을 멋 있게 ..

고리타분한 목사

바로 어제 아침이었다. 나는 조반을 기다리며 조간신문을 들추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리며, “주여!”하고 탄식소리를 질렀다. 사회면에 난 제법 큰 글자의 제목은 “음주운전 목사, 행인 치고 뺑소니”라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서울 종로구 어느 교회의 K목사가 어제 밤에 음주운전 하다가 길을 건너가던 행인을 치어 부상을 입히고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혀 구속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기사에 놀랐다. 내가 몇 번 그를 만났으나 그는 결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가사를 읽고 나자, 내 귀에는 이런 소리들이 들려오는 듯 했다. “목사가 술을 먹었대.” “목사가 술 먹고 운전하다 사람을 치었대.” “목사가 술 먹은 것도 뭐한데, 운전하다 사람을 치고 뺑소니 쳤대.” “아, 이제 목..

수필 2021.03.06

양귀비꽃 2

- 꽃 양귀비 언젠가 미국 LA의 교외에서 본 큰 벌판 가득히 춤추는 새빨간 꽃 매혹적이나 어쩐지 애처로워 친구에게 물으니 양귀비꽃(poppy) 알고 보니 본 이름은 ‘우미인 초草’ 나는 이해한 듯 미소한다. 청초한 미모로 항우項羽의 애인 되어 천하를 다투는 결정적 전쟁에서 패한 그를 위해 주안상酒案床 잘 베풀어주고 남몰래 강물에 뛰어든 우희虞姬 그녀의 무덤에서 핀 양귀비 유사한 꽃 모양새 비슷하면 ‘개‘라고 앞말 붙인 우리네 우虞미인은 오직 애인 위한 요조숙녀의 삶 ‘위안’이란 꽃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개 양귀비꽃 씨앗에서 즙이 나와 해열제 특효 즙, 사람을 살리는 약 청초한 매력의 미인, 그 꽃도 닮아 그의 삶처럼 그 영향은 더 아름다워 언제부터일까 사람들은 꽃 이름 바꿔 ‘꽃 양귀비’라고 그의 착함..

2021.03.04

세상이 향기로운 것은

세상이 향기로운 것은 이름 모를 많은 풀꽃들이 그 향기 토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이름보다 낮은 곳에서 하늘 우러르며 향기 지닌 풀꽃처럼 짓밟혀도 곧 일어서는 꿋꿋함 지닌 풀꽃처럼 외로워도 그리 살고 싶다. 그 향기가 탁한 공기 정화하고 그 꿋꿋함이 남에게 용기가 되어 잔잔한 평화로 스며든다면 나는 결코 외롭지 않으리 하늘이 심어준 위로 있으니 하늘이 안겨준 평화 있으니.

2021.03.03

덧옷 입은 소녀상

용인 시청 정문 옆 소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있는 예쁜 소녀상 몇 년 전에 세워졌으나 여름에는 뙤약볕 겨울에는 눈송이 비바람 불 때는 흠뻑 젖었다. 그걸 자주 본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냥, 그냥 지나갔다. 몇 년 동안 그렇게, 그렇게 지나갔다. 이슬비 내리던 어느 봄날 어느 유치원 아이들이 우비에 우산을 쓰고 와서 소녀상 둘러서서 선생님 얘기 들었다. 그때 한 아이가 소리쳤다. - 선생님, 이 언니 비 맞고 있잖아요? 너무 불쌍해요.“ 아이는 다가가 자기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걸 본 친구 둘이 따라가서 - 아무리 조각상이지만 비 맞으면 안 되지요.“ 하고 자기 우산을 그 옆에 받쳐주었다. 한 아이는 자기 모자를 벗어 씌워주었다. 그곳을 지나다 이걸 본 시청 여직원 둘이 슬며시 미소하고 지나가며 서..

동화시 2021.03.02

겨울 가고 봄이 오네

겨울이 가네. 겨울이 가네 흰 구름처럼 겨울이 가네. 쌀쌀한 바람 싫지만 함박눈 소복이 내리면 어릴 적 향수에 젖어 마음이 조금은 설레었지 꽃송이 하나 볼 수 없던 겨울이 가네, 겨울이 가네 흰 구름처럼 겨울이 가네. 봄이 오네, 봄이 오네. 초록 이슬처럼 봄이 오네 꽃샘바람 싫지만 봄비 사르르 내리는 날 시골 어머니 생각에 그리움이 차오르네 꽃송이 가득 피우려고 봄이 오네, 봄이 오네 초록 이슬처럼 봄이 오네. ----------------------------------

2021.03.02